FIFA(국제축구연맹) 로고

FIFA(국제축구연맹) 로고 ⓒ FIFA


최근 FIFA가 추진 중인 월드컵 본선 참가국 확대안을 둘러싼 논란이 축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회장이 이끄는 FIFA 집행부는 1998년부터 이어온 현행 본선 32개국 체제를 48개국 체제로 확대 개편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FIFA 회장 선거 당시 인판티노가 내건 핵심 공약이었다.

FIFA가 추진하는 48개국 체제는 3팀씩 1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상위 2개 팀이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여 32강전부터 단판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이다. 우승까지 최대 경기 수는 7경기로 지난 32개국 체제와 같은 데다 본선 참가국들은 최소 조별리그 2경기가 보장되는 만큼 더 많은 국가가 월드컵의 열기에 동참할수 있다.

48개국 체제... 아시아 축구 시장 커질수도

월드컵 참가국 확대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시장 확대와 수입 증가다. FIFA로서는 본선 참가국이 늘어나는 만큼 자연히 중계권과 마케팅-스폰서 수입도 증가한다. 가장 최근에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의 경우 총수익은 40억 달러(약 4조 82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영국 언론 스카이스포츠에서는 새로운 제도 변경이 첫 도입될 2026년 월드컵에서는 각종 판매 수익이 65억 달러(약 7조 8320억 원)까지 증가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FIFA가 세계축구계의 새로운 황금어장으로 꼽히는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있다. 아시아는 엄청난 인구와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세계 축구계에서는 유럽과 남미에 밀려 변방에 그치고 있다. 특히 최근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유럽까지 위협하는 축구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의 경우 자국대표팀은 2002년을 제외하고 월드컵 본선조차 나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인구가 많은 인도나 중동, 동남아 일부 국가 등도 지금은 자국 축구의 수준이 낮아서 월드컵과 인연이 없지만 본선 무대로 나가는 길이 넓어진다면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FIFA에도 어마어마한 스폰서와 중계권료 수입이 보장될 것이다.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FIFA로서는 참가국 확대를 통해 아시아 축구 시장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재 대륙별로 분포된 본선 티켓 수는 유럽 13장, 아프리카 5장, 아시아 4.5장, 남미 4.5장, 북중미 3.5장, 오세아니아 0.5장, 개최국 1장이다. 새로운 방식대로라면 본선 티켓 16장이 추가로 주어짐에 따라 각 대륙 강호들의 본선 진출은 기존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한 단골손님이다. 한국으로서도 어쨌든 참가국 확대로 아시아에 배정될 티켓이 늘어난다면 월드컵 본선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늘어나는 만큼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월드컵의 브랜드 가치도 고려해야

 13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축구 8강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에서 온두라스 알베르트 엘리스가 넘어진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축구 8강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에서 온두라스 알베르트 엘리스가 넘어진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는 참가국의 무리한 확대로 인한 월드컵 수준의 질적 하락이다.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월드컵에서 걸핏하면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침대축구'나 '소림축구' 같은 저급한 플레이를 보기를 원하는 팬들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참가국이 늘어나면 수준 이하의 팀들도 본선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강팀과 약팀의 극심한 전력 차이로 월드컵에서 '베이스볼 스코어' 같은 뻔한 경기가 쏟아질 가능성도 크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은 생존을 위하여 수세적이고 소극적인 축구에 치우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축구의 재미는 반감된다. 자칫하면 월드컵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흠집이 날 수 있다.

무리한 일정과 경기 수 증가로 인한 선수들의 혹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세계 축구의 주류이기도 한 유럽에서 안판티노의 정책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럽은 지금도 각국의 리그와 컵대회, 유럽클럽대항전 등으로 선수들이 한 시즌에 소화하는 경기가 지나치게 많다는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기에 각종 A매치까지 포함하면 주축 선수들은 일 년 내내 거의 휴식기 없이 '축구하는 기계'처럼 뛰어다녀야 한다. 특히 선수들에게 직접 몸값을 지불하는 프로 구단들 입장에서는 소속 선수들이 빡빡한 일정 속에 다치기라도 한다면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지난 유럽선수권 대회(유로 2016)에서 참가국을 기존의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리며 하향 평준화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물론 아이슬란드, 알바니아, 북아일랜드, 슬로바키아, 웨일스처럼 그동안 강호들이 즐비한 유럽축구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팀들이 약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함량 미달의 팀들이 늘어나며 대회 수준이 떨어졌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예년 같으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어야 할 포르투갈이 와일드카드로 기사회생하며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이 벌어지는가 하면,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이 생존을 위하여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남발하며 대회의 재미가 반감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런데도 유로 2016은 참가국 확대로 16개국 체제로 치러진 유로 2012에 비하면 약 34%의 수익 상승률을 기록하며 어쨌든 흥행에는 성공한 대회로 평가받았다. 1조 원 이상의 짭짤한 수익증대를 맛본 UEFA는 다음 유로 2020 대회에서도 본선진출 24개국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며 장기적으로 참가국 추가 확대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결국 축구의 질보다는 돈을 더 추구한다는 점에서 FIFA나 UEFA나 속내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인판티노 회장과 FIFA의 의지가 확고한 이상, 구체적인 방식은 조금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월드컵 참가국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FIFA의 결정이 월드컵의 미래와 한국축구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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