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NC다이노스는 주전 선수 전원 규정타석 진입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는 KBO리그 역사에서 처음인 일로 주전 선수 전원이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무사히 치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리그전개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김경문 감독이 계산한 대로 시즌을 운영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주전 선수 9명 전원의 규정타석 진입을 100%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주전들이 모두 규정타석을 채웠다는 것은 그만큼 주전과 백업 선수들과의 기량 차이가 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시즌 NC에서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는 6명으로 줄었다. 유격수 손시헌은 갈비뼈 부상이라는 악재가 있었고 2015년 전 경기에 출전했던 포수 김태군은 관리를 받았다(그나마 관리 받아서 134경기에 출전했다).

반면에 외야 한 자리는 경쟁이 상당히 치열했다. 나성범이 우익수로 142경기에 출전하고 이종욱이 중견수와 좌익수로 131경기에 출전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도루왕 출신의 김종호는 무릎부상으로 고전하며 93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 사이 두 명의 젊은 외야수가 등장했는데 그 중 장타력과 강한 어깨를 겸비한 김성욱은 올 시즌에도 NC의 유력한 주전 외야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김경문 감독이 전략적으로 키운 강견의 외야 유망주

 강한 어깨와 펀치력을 갖춘 김성욱은 김경문 감독이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다.

강한 어깨와 펀치력을 갖춘 김성욱은 김경문 감독이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다. ⓒ NC 다이노스


최근 NC와 3년 재계약을 체결한 김경문 감독은 어깨가 강하고 장타 능력을 보유한 젊은 외야수를 선호하는 지도자로 유명하다(사실 그런 선수를 좋아하지 않는 감독이 드물겠지만). 김경문 감독은 두산 베어스를 이끌던 2007년 고졸 2년 차에 불과하던 민병헌을 풀타임1군 선수로 데리고 있었고 NC감독에 부임한 후에는 대학 야구 최고의 좌완투수로 이름을 날리던 나성범을 타자로 전향시키기도 했다.

진흥고 시절부터 강한 어깨와 일발 장타력을 보유한 유망주로 주목 받던 김성욱은 김경문 감독의 성향에 정확히 부합되는 타자였다(진흥고 시절에는 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김성욱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순위로 지명을 받고 NC의 창단 멤버가 됐다. NC는 그 해 이민호, 박민우, 나성범 등 훗날 투타의 주역이 되는 신인 선수들을 대거 선발했는데 김성욱도 당당히 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 4경기에 출전해 8월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신고한 김성욱은 2014년에도 26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174 1홈런 1타점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9월4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대수비로 출전했다가 9회 마정길을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때려 냈지만 그 날은 NC가 5-13으로 완패한 날이라 아무도 김성욱의 홈런을 주목하지 않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김성욱은 어느 구단에나 있을 법한 흔한 유망주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LG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김성욱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비록 한 타석에 나서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김성욱은 김경문 감독의 배려 속에 특별한 가을야구 경험을 할 수 있었다. 2014년까지 1군과 퓨처스리그를 오르내리던 김성욱은 2015년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 비로소 풀타임 1군 선수로서 첫 시즌을 맞은 것이다.

김성욱은 2015년 대타 요원 및 백업 외야수로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258 3홈런26타점을 기록했다. 분명 기대한 만큼의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정확하고 강한 송구로 총 5개의 보살을 기록, 강철 어깨를 마음껏 뽐냈다. 게다가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다재다능함을 선보이며 NC의 차세대 외야수로 손색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3경기에 출전해 2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1타점1도루를 기록했다.

결승타만 9개 때리며 프로 5년 만에 억대 연봉 진입

 6월까지 부진하던 김성욱은 7,8월 놀라운 반전을 선보였다.

6월까지 부진하던 김성욱은 7,8월 놀라운 반전을 선보였다. ⓒ NC 다이노스

아직 기량이 완전히 무르익진 않았지만 해마다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김성욱에 대한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는 여전히 높았다. 하지만 김성욱은 2016 시즌 6월까지 58경기에 출전해 타율 .188 3홈런 12타점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사이 주전 외야수 김종호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그 빈자리를 채운 선수는 김성욱이 아닌 육성선수 출신의 대졸 4년 차 김준완이었다.

하지만 7월 들어 김성욱의 방망이는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했다. 김성욱은 7월에만 3방의 결승 홈런을 포함해 19경기에서 타율 .364 6홈런13타점을 기록하며 NC에는 '나테박이' 외에도 무서운 타자가 있음을 알렸다. 김성욱은 8월에도 타율 .333 5홈런21타점을 적립했다. 6월까지 1할대에 허덕이던 김성욱의 타율은 8월이 끝날 무렵 .272까지 올라갔다.

비록 9월 이후의 부진으로 김성욱의 시즌 성적은 타율 .265 15홈런51타점60득점으로 마무리됐지만 결승타가 무려 9개로 표면적인 성적에 비해 팀 공헌는 매우 높았다. 물론 한국시리즈에서는 2경기에 출전해 5타수1안타로 부진했지만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한 NC선수는 김성욱 한 명이 아니었다. 결국 김성욱은 1군 데뷔 4년 만에 15홈런50타점 타자로 성장하며 자신을 NC타선의 미래로 점 찍었던 김경문 감독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에릭 테임즈(밀워키 블루어스)가 없는 올 시즌 김성욱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김성욱이 올해 한층 발전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험난한 주전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나성범은 부진했다고 평가 받은 시즌에 100타점을 넘겼고 이종욱은 37세 시즌에도 여전히 3할을 때렸다. 결국 김성욱은 2015년까지 주전 외야수였던 김종호, 높은 출루율과 뛰어난 수비를 자랑하는 김준완, 작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60을 기록한 권희동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작년 5500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김성욱은 올해 4500만원이 인상된 1억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이제는 유망주에서 벗어나 당당히 NC의 주력 선수가 됐다는 의미다. 물론 성장 속도는 달랐지만 과거 김경문 감독이 전략적으로 키웠던 젊은 외야수 민병헌이나 나성범은 현재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가 됐다. 프로 입단 5년 만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김성욱은 김경문 감독이 배출한 NC 외야의 또 다른 히트상품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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