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심> 촬영현장 사진.

영화 <재심> 촬영현장 사진. ⓒ 오퍼스픽쳐스


2012년 688편, 2013년 978편에 이르더니 2015년엔 1264편이었다. 무슨 수치냐고? 1년에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의 수다. 2016년은 이보다 많은 걸로 예상된다. 어림잡아도 한 달에 100편이 넘는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가 왔다.

1인당 연간 평균 영화 관람회수가 4회 이상으로 세계 최고일 정도로 한국 사람들은 영화를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극장 수는 정해져 있고, 이 많은 영화들이 다 언제 개봉해서 사라지는지 관객 입장에선 갸우뚱할 만하지만 그래도 정리해봤다. 올해 개봉하는 영화 중 <오마이스타>가 기대하는 작품들. 그전에 지난해 10월 정리한 '정권 떨게 할 영화들이 온다... 영화계 작심했나?'(http://omn.kr/lft4)도 참고하길 권한다.

[하나] 오랜만이야! 이 감독

박광현 <조작된 도시>ㅣ이수연 <해빙>ㅣ문현성 <임금님의 사건수첩>

영화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기획부터 촬영, 그리고 후반작업 등을 고려하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배우들이야 바짝 고생하면 1년에 두세 편은 참여할 수 있지만 감독 입장에선 1년을 오로지 영화 한 편에 쏟아부어야 한다. 감독들 사이에서는 "3년마다 한 편씩 하면 딱 좋아!"라는 말도 나온다. 좋은 기획이라도 투자자를 만나기 어렵고, 더욱이 요즘 같이 정권이 문화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기라면 흔히 말하는 사회비판 영화 제작은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하곤 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 침묵한 감독들의 신작 소식이 반갑다. 2017년에 박광현 감독과 이수연 감독, 그리고 문현성 감독 등이 신작을 발표한다.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은 중국합작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12년 만에 국내에서 신작을 발표하는 셈이다. 그가 맡은 작품은 <조작된 도시>로, 게임에 빠진 백수가 살인자로 의심받게 되면서 다른 게임 멤버들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지창욱, 심은경, 안재홍 등이 출연하고 CJ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배급을 맡았다. 오는 2월 개봉 예정.

 영화 <해빙>에 참여한 배우들과 스태프들.

영화 <해빙>에 참여한 배우들과 스태프들.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수연 감독은 공포영화 <4인용 식탁> 이후 14년 만에 장편 <해빙>을 들고 나온다. 한강에 머리 잘린 시체가 떠오르면서 연쇄살인범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다. 조진웅, 김대명, 신구가 함께 호흡을 맞췄다.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배급을 맡았다. 개봉일은 미정이다.

영화 <코리아>로 감동을 전한 문현성 감독도 5년 만에 신작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발표한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 사극으로 임금과 사관이 나라를 뒤흔드는 음모를 파헤친다는 내용의 추리사극이다.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을 맡았다. 개봉일은 미정이다.

[둘] 현실의 거울이 되다

김태윤 <재심>ㅣ장훈 <택시운전사>ㅣ장준환 <1987>ㅣ박인제 <특별시민>ㅣ양우석 <강철비>

지난 기사에서 소개한대로 2017년은 유독 다양한 사회비판 영화가 등장할 예정이다. 그 중 김태윤 감독의 <재심>이 가장 근시일 내 개봉한다. 일명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2000년 8월 전북 익산에서 택시기사 유아무개씨가 살해된 이후 범인으로 지목된 한 소년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10년 이상 교도소에서 복역한 실제 사건을 영화화했다. 구명 및 변호에 힘쓴 박준영 변호사가 모델이 됐으며 주인공의 이름 역시 준영이다. 오는 2월 개봉 예정으로 정우와 강하늘이 출연, 오퍼스픽쳐스가 투자배급을 맡았다.

광주민주화 항쟁과 6.10 항쟁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영화도 기대작이다.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이 합을 맞춘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는 1980년에 택시를 탄 외국인이 바라본 민주화 항쟁을 그릴 예정. 쇼박스가 투자배급을 맡았다. 또한 장준환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김윤석, 하정우, 강동원이 합류했고, 현재 촬영 준비에 한창이다.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을 진행한다.

최민식이 서울시장으로 분한 <특별시민>은 정치인의 속성을 면밀하게 다룬 작품이다. <모비딕>으로 이미 쫀쫀한 연출력을 보인 박인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쇼박스가 투자배급을 맡았다. 또한 김정일이 죽은 이후 남북 상황을 그린 <강철비>도 현실반영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변호인>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두 번째 상업영화라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정우성과 곽도원이 호흡을 맞추며 NEW가 투자배급을 맡았다.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 전남영상위원회


[셋] 시대의 아픔을 넘어

이준익 <박열>ㅣ류승완 <군함도>

2016년엔 <밀정> <아가씨> <동주> <덕혜옹주> 등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둔 시대극이 많이 나왔다. 이 흐름이 일부 2017년에도 이어진다. <동주>의 이준익 감독은 무정부주의를 외치며 독립운동에 나선 박열을 스크린으로 옮긴다. 기억해야 할 것은 다른 상업영화와 달리 20억 미만의 중저예산이라는 사실. 영화 <동주> 역시 흑백영화로 5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저예산 영화였다. 대규모 자본 중심의 한국영화시장에서 나름 의미 있는 족적이다. 이제훈이 중심에 섰고, 최희서, 민진웅 등 신선한 얼굴이 스크린을 채울 예정이다. 오는 1월 중 촬영을 시작한다.

<베테랑>으로 천만관객을 맛본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를 통해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에 고통받았던 우리 민족을 그린다. 황정민, 송중기가 출연하며 특히 소지섭이 오랜만에 영화에 복귀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넷] 상상력의 세계

김준성 <루시드 드림>ㅣ추창민 <7년의 밤>ㅣ봉준호 <옥자>ㅣ원신연 <살인자의 기억법>ㅣ김용화 <신과함께>

시대극의 호황과 달리 판타지 영화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지난해였다. 그럼에도 판타지 영화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면을 바라보는 것 또한 창작자의 임무 아니던가.

아들을 잃어버린 남자가 꿈을 통해 단서를 발견하고 사건을 쫓는다는 내용의 <루시드 드림>(김준성 감독)이 오랜 기다림 끝에 올해 개봉한다. 이미 2015년 여름에 촬영을 마쳤지만 후반작업 등 제반 여건의 변수로 밀렸던 작품. 설경구와 고수가 주연을, NEW가 투자배급을 맡았다.

역시 오랫동안 제작을 기다렸던 영화 <7년의 밤>도 2017년 공개될 예정이다. 정유정 작가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이미 3, 4년 전부터 캐스팅과 제작에 대해 하마평이 돌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밀도가 높고 긴장감이 가득했던 소설을 어떻게 화면에 구현했을지가 관전 포인트.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지휘했다. 류승룡, 장동건, 고경표 등의 조합도 신선하다.

 영화 <루시드 드림>의 스틸컷.

영화 <루시드 드림>의 스틸컷. ⓒ NEW


할리우드를 경험한 봉준호 감독은 <옥자>로 SF스릴러 장르의 묘미를 선보인다.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출연했기에 관객들의 기대감 역시 높다. 강원도 산골 소녀와 그가 키우던 동물 옥자에 대한 이야기. 특이하게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에서 투자했고, 이를 통해 전세계 190여개국에 동시 공개될 에정이다.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살인자의 기억법>도 기발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했다. 치매에 걸린 연쇄살인범이 사라져가는 기억을 부여잡으며 현재의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설경구, 김남길, 설현이 출연하며 <용의자> 등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마지막으로 <신과 함께>가 있다. 저승사자들이 어쩔 수 없이 인간 세계에 개입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블록버스터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국내 영화로선 최초로 1편과 2편을 나눠 순차 개봉한다. <국가대표> <미스터고>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마이스타>가 꼽은 기대작 15편
1. <재심> 정우, 강하늘 주연 / 김태윤 감독 / 오퍼스픽쳐스 / 2월 개봉.
2. <1987> 김윤석, 하정우, 강동원 주연 / 장준환 감독 / CJ 엔터테인먼트 / 개봉일 미정.
3. <택시운전사>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주연 / 장훈 감독 / 쇼박스 / 개봉일 미정.
4. <7년의 밤> 류승룡, 장동건 주연 / 추창민 감독 / CJ 엔터테인먼트 / 개봉일 미정.
5. <옥자>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안서현 주연 / 봉준호 감독 / 넷플릭스 / 개봉일 미정.
6. <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 안재홍 주연/문현성 감독 / CJ 엔터테인먼트 / 개봉일 미정.
7. <특별시민> 최민식, 곽도원 주연 / 박인제 감독 / 쇼박스 / 개봉일 미정.
8. <조작된 도시> 지창욱, 심은경 주연 / 박광현 감독 / CJ 엔터테인먼트 / 2월 개봉.
9. <해빙> 조진웅 주연 / 이수연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일 미정.
10. <군함도>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주연 / 류승완 감독 / CJ 엔터테인먼트 / 개봉일 미정.
11. <신과 함께>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주연 / 김용화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일 미정.
12. <강철비> 정우성, 곽도원 / 양우석 감독 / NEW / 개봉일 미정.
13. <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 김남길 주연 / 원신연 감독 / NEW / 개봉일 미정.
14. <루시드 드림> 고수, 설경구 주연 / 김준성 감독 / NEW / 개봉일 미정.
15. <박열>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주연 / 이준익 감독 / 메가박스플러스엠 / 개봉일 미정.


재심 택시운전사 봉준호 정치인 이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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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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