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가 지난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소설가 이외수가 지난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 @oisoo


"황교안 대통령 대행. 군복 입고 군 방문. 자기가 상관인데 맞은편 장교에게 먼저 경례. 곁에서 그 모습을 본 국방부 장관 어리둥절. 미필자는 군 방문 하지 말라는 네티즌들의 비난 쇄도."

지난 27일, 소설가 이외수가 트위터에 앞선 26일 최전방 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는 황교안 총리의 영상과 함께 적은 글이다. 이 '황교안 경례' 영상을 확인해 보니, 장교가 경례를 먼저 하고 있었고, 악수하던 황교안 총리가 뒤늦게 경례를 받으면서 오해가 빚어진 상황이었다. 황 총리로서는 억울한 비난일 수 있다. 조급하게 경례하던 팔을 내린 장교의 성급함(?)이 빚은 촌극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점은 황 총리가 경례와 관련 입길에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황 총리에게 따라다니는 '병역면제'라는 꼬리표가 원흉(?)이었다. '만성담마진'이란 희귀병(?)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황 총리. 그러나 그처럼 '만성 두드러기'로 병역 면제를 받을 확률은 '91만분의 1'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역대급의 '신의 아들'이 아니라면 제대로 병역회피를 한 셈이 된다.

황 총리의 입길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황 총리가 다른 부대를 방문했을 때도 이 같은 '경례 해프닝'이 따라붙었었고, 장병들과 함께 식사하던 황 총리가 식판에 국과 밥을 거꾸로 담는 장면이 포착돼 입길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유사시 전시작전권을 주한 미군 사령관이 갖는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대답을 제대로 못 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억울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군 미필자'로서 경례나 총을 제대로 잡지 못해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황 총리가 확실히 자처한 '죄'(?)가 커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마자 '북한 핵' 운운하며 '안보'로 국민을 위협한 것도 황 총리 본인 아니었던가.

그만큼, 아니 예나 지금이나 이 '군 면제' 문제는 분단국가이자 남성이 권력을 쥔 불평등한 한국사회에서 엄청난(?) 화두가 아닐 수 없다. 한데, 이외수씨가 황 총리를 물고 늘어지던 그 날 병역 문제로 입길에 오른 연예인이 있었다. 배우 유아인 말이다.

촛불 든 연예인이 만만한가?

 지난 10월 21일, 배우 유아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태극기를 배경으로 서 있는 사진을 올렸다.

지난 10월 21일, 배우 유아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태극기를 배경으로 서 있는 사진을 올렸다. ⓒ @hongsick


"현직 대통령을 아무런 근거 없이 비난하고, 탄핵해야 한다고 촛불 들다가 군대 가라고 하니까 31살까지 안 가고 버티다가 이제는 현역에서 빠지려고 수를 쓰는…. 대구 병무청에 항의전화해서 국민의 힘을 보여 줍시다."

지난 27일, 인터넷 '박사모'(박근혜대통령을사랑하는모임)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일부 박사모 회원들이 유아인이 최근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3번째로 '병역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은 것을 두고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는 것이다. 그 비난의 이유가 "탄핵해야 한다고 촛불 들다가"라니, 참으로 '박사모'스러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병역 등급 보류 판정에 대해 유아인 소속사 UAA 측은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배우 유아인은 지난 12월 15일 대구지방병무청에서 3차 재검을 받았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또다시 <병역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습니다. 대구지방병무청은 "정형외과 전문의의 검사 결과 부상 부위에 대한 경과 관찰이 여전히 필요하다"면서 "유아인의 병역 등급에 대한 판정을 보류한다"고 소견을 밝혔습니다. 유아인은 영화 촬영 당시 왼쪽 어깨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대구지방병무청은 ① 2015년 12월, 신체검사에서 "6개월의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며 판정을 보류했고, ② 2016년 5월, 2차 재검에서도 "부상 부위에 대한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며 보류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어 ③ 2016년 12월 3차 재검에서 또다시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며 판정을 보류했습니다.

유아인은 오히려 현역 입대를 위해 작품 및 광고 계약도 미루었습니다. 하지만 병무청이 지시한 재검 결과, <지금 상태로는 병역 등급을 내릴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유아인이 지금 상황에선 입대할 방법이 없습니다. 유아인이 할 수 있는 건, 또다시 재검 날짜를 기다리며 재활에 힘쓰는 것 뿐입니다. 유아인 또한 빠른 시간 내에 명확한 결과가 나와 성실히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길 바랍니다."

병역 문제와 관련, 지난 2014년 2월 유아인은 서울 경찰홍보단 합격 소식을 알리는 등 지속해서 자진 입대 의사를 밝혀 왔다. 결국, 작품 활동과 관련해 의경 입대는 좌절됐다. 군 문제와 관련, 누리꾼들의 말 잔치가 계속되자 같은 해 3월, 평소 진중하고 긴 SNS 글로 유명했던 유아인은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는 듯싶다. 가만히 좀 있을까 했더니 똥들이 똥인지 모르고 자꾸 똥물을 튀기네? 더러워서 피하는 건 내 스타일 아니다"라며 악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군 면제' 황교안 총리나 감시하는 박사모가 되기를

'백상' 나 유아인이야! 배우 유아인이 3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52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백상' 나 유아인이야! 배우 유아인이 3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52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31살이란 나이가 걸리지만, 재차 신체검사를 받으면 될 일이다. 유아인이 의도적으로 병역을 회피할 목적이 있었는지는 병무청이 조사하면 될 일이다. 유아인의 어깨 부상은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유아인은 2013년 개봉한 영화 <깡철이> 촬영과 2년 후인 <베테랑> 촬영 현장에서 어깨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병역기피'는 국민적 비난에 직면하고 배우 생활을 위태롭게 만들 만한 사안이다. 유아인이 자의에 의해 병역을 피할 목적으로 어깨 상처를 입었다면, 병무청이 나서서 엄벌할 사안이다. 하지만, 등급 판정을 보류한 병무청은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입대 여부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진상이 판명된 후 비난을 가해도 늦지 않다. 한데 그 비난의 이유가 단지 "촛불 들다가"여서는 곤란하지 않겠나.

"미친놈들…. 근데 왜 99%가 군 미필인 당을 지지하나?"

'유아인-박사모'와 관련된 한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이다. 99%는 네티즌 개인의 추측이지만, "군 미필인 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이러한 비난엔 황교안 총리가 '군 면제' 꼬리표로 인해 두고두고 입길에 오르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9월, 육군 장성 출신인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4급 이상 고위공직자 2만5388명 중 면제자는 2520명(9.9%)이었다. 2016년 상반기 징병검사에서 병역면제자 비율은 0.3%였다. 고위공직자의 면제 비율이 일반인의 33배에 달하는 것이다. 심지어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군 면제인 고위공직자 92명이나 됐다.

요약하자면, 분단국가자 북핵의 공포에 시달리는 분단국가를 이끄는 사회 리더들과 그 자제들이 하필 국방의 의무에는 너무나 취약(?)했다고 볼 수 있다. "군 미필인 당을 지지하느냐"는 네티즌의 일갈 역시 황 총리를 비롯해 박사모 회원이 지지할 것으로 보이는 현 정부·여당 인사들의 드높은 '군 면제율'을 꼬집은 것이다.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연예인들에게 비난을 가하는 '정치덕후' 박사모가 먼저 돌아볼 이들이 바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그 정치인들이라는 이 블랙코미디와 같은 아이러니. 한국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웃지 못할 촌극이 아닐 수 없다.

그 와중에, 박사모 카페에서는 청와대 공식 번호로 전화를 걸어 '박근혜 대통령님 힘내십시오'란 전화 메시지를 녹음하자는 운동이 한창이라는 소식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박근혜 대통령만이 희망"이라는 박사모가 부디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을 타격 대상으로 삼기보다 '박 대통령 바라기'만으로 행복해하기를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유아인
댓글1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