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에서 다섯번 째 시즌을 보내게 된 해커

NC 다이노스에서 다섯번 째 시즌을 보내게 된 해커 ⓒ NC 다이노스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가 26일 재계약을 확정지으며 내년에도 마산구장 마운드에 서게 됐다. 외국인 선수 전원 교체가 예상되던 NC는 에이스 해커가 잔류하며 선발진 재구축에 따른 위험 부담을 최소화했다.

해커는 '에릭'이라는 등록명으로 활약하던 2013시즌부터 4시즌째 NC 마운드를 지켜온 장수외국인 투수다. KBO리그에서 외국인으로 장수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을 해야하는 기본적인 어려움부터 상대팀의 철저한 분석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한 두 시즌 정도는 잘 버틸 수 있더라도 3년 이상 장수하는 것은 드문 경우다.

특히 외국인 선발 투수들은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나 부상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난관을 딛고 해커는 NC 소속으로 5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외국인 투수가 한 팀에서만 5번째 시즌을 맞이한 경우는 '니느님'이라 불리는 두산 니퍼트와 넥센의 '밴무원' 밴헤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부상으로 붙은 물음표, 신들린 가을 피칭으로 떨쳐내다

재계약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해커의 2016시즌은 순탄치 않았다. 표면적인 기록(13승, 평균자책점 3.46)만 보면 리그 최고의 에이스였던 2015시즌과 아주 큰 차이는 없었지만 문제는 선발 등판 경기와 소화 이닝에 있다.

정규시즌 초입부를 갓 지난 5월 12일 등판 이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1군 엔트리에 말소되어 7월 14일 복귀 까지 약 2달 간을 결장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204이닝을 소화하며 19승을 달성해 한국 무대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지난해와는 달리 140.2이닝 투구에 그치며 한국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달성하는데 실패했다.

시즌 초반 부터 1위를 질주한 두산에게 시즌 중 유일하게 근접했던 NC였던만큼 해커가 예년처럼 마운드를 지켰다면 정규리그 우승에 도전할 타이밍도 잡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운 목소리도 많았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더할나위 없는 '1선발 에이스'인 해커지만 올 시즌 팔꿈치 문제로 인해 그 건강에 의문부호가 붙고 말았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외국인 투수 비중이 절대적인 KBO리그 특성상 몸상태에 의문부호가 있다면 재계약엔 당연한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포스트 시즌에서 건재함을 증명한 에릭 해커

포스트 시즌에서 건재함을 증명한 에릭 해커 ⓒ NC 다이노스


하지만 8월 이후 예전 모습을 되찾은 해커는 포스트시즌에서 1선발로 최고의 활약을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과 4차전, 한국시리즈 2차전에 각각 선발로 등판했던 해커는 3경기 모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QS+, 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NC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플레이오프의 시작과 끝을 직접 책임하며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해커 본인에게도 유의미한 활약이었다. NC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14~15년에 해커는 포스트시즌 3연패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올 가을 활약을 통해 큰 경기에 약하다는 꼬리표를 떼낼 수 있었다.

팔꿈치 통증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해커와의 재계약을 고민했던 NC는 해커와 총액 100만 달러(연봉 90만 + 옵션 10만) 계약을 체결하며 5년 째 동행을 결정했다. 지난 4년 간 해커가 보여준 활약이 워낙 빼어났고 가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그를 대신할 만한 투수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다.

'장수 외국인' 타이틀 단 해커, 역대급을 향해서

우여곡절 끝에 재계약을 성사된 해커는 NC 유니폼을 입고 5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앞서 언급했듯 외국인 투수가 한 팀에서 5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경우는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2011~)와 넥센의 앤디 밴헤켄(2012~)뿐이다. 두 선수 모두 해당팀에서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외국인 투수다.

 역대 외국인 투수 WAR 누적 순위. 4시즌을 뛴 해커가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역대 외국인 투수 WAR 누적 순위. 4시즌을 뛴 해커가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한 팀이 아닌 복수 팀에서 5시즌 이상을 보낸 외국인 투수로 범위를 넓혀도 LG와 롯데 그리고 kt를 거친 크리스 옥스프링(2007~2008, 2013~2015)과 KIA와 넥센 LG를 거쳐 내년 시즌까지 얼굴을 선보이게 된 헨리 소사(2012~), 그리고 삼성과 넥센을 거친 브랜든 나이트(2009~2014)와 원조 장수 에이스 용병이었던 다니엘 리오스(2002~2007)가 추가될 뿐이다.

2008년 일본 리그에서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되어 약물 꼬리표가 붙게 된 리오스는 2007년 외국인 투수 최초로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바 있다. 나이트와 옥스프링은 성실성을 인정받아 한국 무대에서 코칭 스태프까지 지낸 인물이고 소사 역시 독보적인 이닝 소화 능력과 포스트시즌 활약으로 내년 시즌에도 LG와 함께하게 되었다.

4년 전 에릭이라는 등록명으로 KBO리그에 첫 선을 보인 해커는 당시 1군 첫 시즌이었던 NC의 팀 전력 상 승수(4승 11패, ERA 3.63)를 쉽게 쌓지 못했지만 묵묵히 마운드를 지키며 리그 데뷔 첫 해부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3시즌 시작 전만 해도 아담 윌크와 찰리 쉬렉에 대한 평가가 더 좋았기 때문에 가장 빠른 시간 내에 NC와 이별을 할 것이라 예상되던 것이 당시 '에릭'이었다. 하지만 꾸준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였던 그는 이후 매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수염없이 수수한 모습이던 등록명 '에릭' 시절의 해커

수염없이 수수한 모습이던 등록명 '에릭' 시절의 해커 ⓒ NC 다이노스


에릭이라는 이름으로 2년을 보낸 그는 등록명을 해커로 바꾼 2015시즌부터 이름 그대로 KBO리그 타자들을 해킹하기 시작했다. 전에 없이 한껏 기른 수염과 함께 한층 더 위력적인 피칭을 보여주며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19승을 거두며 다승왕을 차지한 해커는 개인 최고의 한해를 보내며 역대 외국인 투수 기록지에 본인의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역대 외국인 투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순위에서도 확인되듯 이미 5시즌 이상을 뛰었던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당장 시즌 중에도 방출될 수 있는 외국인 투수 신분이라 해커가 어느정도 기록을 더 쌓을 수 있을지 확언할 순 없지만, 팔꿈치 통증을 떨쳐내고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간다면 약물복용 전력이 있는 리오스의 기록에도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니퍼트도 고전했던 다섯번째 시즌... 해커와 NC의 운명은?

시즌 내내 사건사고에 시달렸던 NC 다이노스는 창단 후 가장 고요한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매년 든든하게 전력을 보강했던 예년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지난 3년 간 KBO리그 최고 타자였던 에릭 테임즈를 떠나보냈기에 상당한 불안요소를 안고 새로운 시즌을 맞을 수 밖에 없게 됐다.

 NC 해커의 최근 4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NC 해커의 최근 4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해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3년부터 지난 2015년까지 3시즌을 연속으로 17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특히 지난 해에는 204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누적된 많은 이닝이 독이 된 것일까?  잔부상을 제외하면 큰 부상 경력이 없던 에릭 해커가 처음으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시즌 중에 두달 동안 재활을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2017년 정규시즌에서 팔꿈치 문제가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최고의 외국인 투수인 두산 니퍼트 조차 5번째 시즌이었던 2015년 어깨 통증으로 인해 한국 무대 진출후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시즌 후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인 두산 니퍼트

최고의 한 해를 보인 두산 니퍼트 ⓒ 두산 베어스


하지만 니퍼트는 이후 적절한 휴식과 재활을 통해 예전 모습을 되찾았고 포스트시즌에서 압도적인 피칭을 보이며 두산의 드라마틱한 우승을 견인했다. 그리고 올시즌엔 22승으로 팀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고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던 5번째 시즌을 영광의 6번째 시즌을 향한 전화위복의 교두보로 만든 것이다.

올시즌 부상으로 고전했던 해커에겐 참고가 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부상으로 인해 잠시 주춤했던 선수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후 한층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 경우는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두산 니퍼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해커도 팀과 자신을 향한 의문 부호를 날려버리고 최고의 한 해를 만들 수 있을까?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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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정민 필진/ 감수 및 정리: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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