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안투라지>의 포스터. 초라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드라마 <안투라지>의 포스터. 초라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 tvN


마지막 회(16회) 시청률 0.736%.

크리스마스이브에 받아든 가히 충격적인 성적표다. 지난 11월 4일, 첫 회 2.264%(닐슨코리아 기준)로 출발한 tvN <안투라지>의 시청률은 첫 주말 1, 2회 공개와 함께 '비호감 드라마'로 낙인이 찍히면서 급전직하를 겪었다.

급기야 4회 만에 0.749%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내며 0%대로 돌입했고, 6회는 0.617%로 바닥을 찍었다. 이후 1%대를 회복(?)한 회차는 7회 1.072%, 9회 1.117%, 11회가 1.046%가 전부였다. 나머지는 모두 0%대 시청률을 오락가락했다.

1회 방영 직전이던 지난 10월 9일 열린 'tvN10 어워즈'에서의 '대놓고 홍보'를 비롯해 tvN이 채널의 사활을 걸고 밀어주다시피 했던 드라마이니만큼 <안투라지>가 받아 든 충격적인 결과는 이래저래 분석의 대상일 수밖에 없을 듯 보인다. <시그널>로 채널 위상을 높인 tvN으로서는 더더욱 울상일 수밖에 없을 테고.

특히나 비교적 성공적인 첫 번째 '미드' 리메이크로 기록될 <굿와이프>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안투라지>의 처절한 실패 요인을 곱씹는 일은 tvN이나 타사 모두 향후 예정된 '미드' 리메이크에 있어 반면교사로서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안투라지>는 왜 이다지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까.

설익은 현지화가 불러온 재앙

 드라마 <안투라지>의 5명의 주인공. 배우 개개인의 역량은 훌륭했지만, 작품 자체가 이들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하기 어려웠다.

드라마 <안투라지>의 5명의 주인공. 배우 개개인의 역량은 훌륭했지만, 작품 자체가 이들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하기 어려웠다. ⓒ tvN


첫째, 1·2회 직후 입소문부터 재앙이었다.

철없는 '성인 남자애들'이 벌이는 '19금 개그'와 그들이 사는 상류층 세상에 대한 반감이 SNS를 진지 기지 삼아 급속도로 퍼졌다. "2016년에 웬 <몽정기>?"와 같이 남성 위주의 시각과 시선이 철저히 반영된 캐릭터와 대화, 여성 출연자들을 훑는 카메라 기법에 대한 반감이 도드라졌다.

게다가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가시지 않았던,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의 여파가 한창이던 시기에, 호화로운 주택에서 상류층 생활을 영위하는 듯한 네 남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그걸 호기롭게 누리는 듯한 태도에 우선 거부감을 표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한 마디로, '비호감'으로 찍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어쩌나. 원작 <안투라지>의 기본 방향 자체가 이 철없는 남자들이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짖고 까부는 게 재미인 것을. 이러한 기본 전제를 숙지하고 제작에 임했을 제작진의 의도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주 시청자층이면서 입소문을 선도하는 '젊은' '여성' 시청자층의 반감을 사면서 <안투라지>는 재앙에 가까운 입소문을 업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설익은 미국 드라마의 현지화.

일단 1, 2회의 외견이나 캐릭터의 배경만을 놓고 살짝 섣부르게 호불호를 판단한 시청자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 HBO의 오리지널 드라마 1시즌의 방영 시기가 2004년(부터 2011년 8시즌까지 방영)이었다. 더욱이, 이 <안투라지>는 케이블용 30분짜리 연속 드라마다.

시트콤을 연상시키는 가벼운 상황 코미디와 전통적인 서사구조가 중요치 않은 전개구조, 한 회 한 회 완결되는 에피소드와 캐릭터 개별의 연속적인 드라마가 공존하는 구조다. <빅뱅 이론>은 이보다 더 전통적인 실내 시트콤에 가깝다고 보면 맞다. 이러한 코미디 (시트콤) 드라마들이야말로 미국 TV 드라마의 한 축이고, 골든글러브상 역시 코미디 부문을 따로 시상할 정도다.

이러한 구조를 의식한 듯, 한국판 <안투라지>는 한국 시트콤을 집필한 경력의 메인 작가를 기용했지만, 결과는 재앙이었다. <안투라지>는 전통적인 드라마 구조에 익숙한 시청자도, 심지어 '미드'와 친숙한 마니아들도 만족하게 하지 못할 어정쩡한 전개의 16회 연속드라마로 '리메이크'됐다.

이 '핫'한 배우들을 캐스팅하고도 왜?

 드라마 <안투라지>의 주역들. 하지만 이들도 <안투라지>를 살릴 순 없었다.

드라마 <안투라지>의 주역들. 하지만 이들도 <안투라지>를 살릴 순 없었다. ⓒ tvN


셋째, 배우들은 왜 안타까움의 대상이었나.

<시그널>의 조진웅부터 <치즈 인 더 트랩>의 서강준, 예능 <런닝맨>의 이광수, 영화 <동주>의 박정민, <응답하라 1988>의 이동휘. 다섯 주연 배우의 최근 이력들만 봐도, <안투라지>가 얼마나 '핫'한 캐스팅으로 자신만만해 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 배우의 이름값과 캐스팅의 적절함도 드라마 전체 구조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법이다. '배우들 때문에 안타깝다'는 반응이 쏟아진 것도 같은 이유이리라.

게다가 원작의 재미요소로 꼽혔던 유명 스타들의 카메오 출연이 한국판에서는 득이 아니라 독이 됐다. 카메오를 남발한 덕도 있겠지만, 그보다 주요 배경인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어떻게 '포지셔닝'했느냐가 관건이었을 터다.

한국 시청자들은 연예뉴스 소비에서 있어 전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으 환경에서 살고 있다. 또 실제로 자의든 타의든 연예뉴스를 많이 소비한다. 그만큼 엔터업계가 뒷얘기를 제외하고는 시청자들에게도 친숙한 공간이 됐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안투라지>의 경쟁작은 방송국을 배경으로 했던 <프로듀사>였을 것이다. 애초 예고했던 '예능+드라마'라는 형식적인 도전에서 탈피, 기존 한국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멜로 라인의 강화나 스타일의 강조를 버리는 방향으로 나아갔던 그 <프로듀사> 말이다.

하지만 '미드'의 물을 먹은 <안투라지>는 시작부터 '판타지'와 '리얼리티'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도 빤히 알 것 같은 이야기와 부풀리거나 감춰야 하는 이야기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그만큼 어려워 보였다.

부디, <안투라지>가 긍정적인 반면교사가 되기를

<굿와이프>로 출발한 '미드' 리메이크 대오가 <안투라지>로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NEW와 태원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하는 <크리미널 마인드>는 극본 공모를 알리며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엔터미디어픽쳐스가 제작하는 <슈츠> 역시 지난여름 일찌감치 제작 소식을 알린 바 있다.

절반의 성공을 거두거나 완패하거나. 현재까지 두 편의 '미드' 리메이크 드라마가 거둔 성적표다. 이 와중에 강조되는 것은 결국 '기본기'일 수밖에 없다. 리메이크의 천국인 미국이나 중국 영화 프로듀서들도 항상, 지금도 강조하는 그것, '좋은 시나리오'와 '철저한 현지화' 말이다. 그래서 더욱 원작 팬들이 많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드라마일수록, 둘 중 어느 하나가 부족해도 질타를 받게 마련이다.

<안투라지>의 경우, 팬층은 없었을지언정 16부작으로 원작을 재편하면서 드라마 전체 구조부터 불안정했던 케이스라 할 만하다. 더욱이, '할리우드'라는 전 세계인이 동경하는 그 엔터테인먼트 공장의 한국화가 매끄럽지 못했던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그렇게 <안투라지>는 제작진의 어설픈 현지화와 원작에 대한 높지 못한 이해도, 주 시청자층의 반감이 결합한 참극에 가까워 보인다. 부디, <안투라지>의 실패가 향후 미드 리메이크를 추진하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사들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그래서 <안투라지>가 그들에게 긍정적인 반면교사가 될 수 있기를.

안투라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