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지루하게 진행됐던 스토브리그가 서서히 그 막을 내리고 있다. 주목을 받았던 대형 FA 선수들의 행선지도 대부분 확정됐다. 이중 선발 투수 FA 차우찬과 우규민의 계약은 두 투수의 행선지가 각자의 전 소속팀으로 정해져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성과 4년 65억의 FA 계약을 맺은 우규민

삼성과 4년 65억의 FA 계약을 맺은 우규민 ⓒ 삼성 라이온즈


차우찬의 경우 4년 총액 95억이라는 역대 투수 FA 최고 금액으로 LG로 이적하여 계약 그 자체로 화제가 되었다. 한편 이에 비해 조용하게 유니폼을 바꿔 입은 우규민은 정들었던 LG를 떠나 삼성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 2004년 휘문고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한 우규민은 프로 3년차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투수다. 2006시즌부터 마무리 보직을 맡게 된 우규민은 2007 시즌에는 30세이브를 달성하기도 하며 세이브 2위에 올라 마무리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기도 했었다.

2009시즌 이후 경찰청에서 병역을 마친 우규민은 제대 후엔 선발투수로 변신에 성공했다. 그가 풀타임 선발투수로 자리잡은 2013시즌에는 LG의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2016시즌을 끝으로 삼성으로 이적하게 되며 희노애락을 함께했던 줄무늬 유니폼을 벗게 됐다.

 누구보다도 줄무늬 유니폼이 잘 어울렸던 우규민

누구보다도 줄무늬 유니폼이 잘 어울렸던 우규민 ⓒ LG 트윈스


동시에 그의 홈구장 역시 바뀌게됐다. 올시즌까지 우규민의 안방이었던 잠실구장은 KBO리그에서 가장 투수친화적인 구장이다. 잠실구장의 어마어마한 사이즈(중앙 125, 좌· 우 100m)는 타자들에게는 버거운 벽이지만 투수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올 시즌 리그를 제패했던 두산 선발진 일명 '판타스틱4'의 일원인 유희관과 니퍼트는 원정에 비해 홈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좌완 에이스 장원준 역시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게 된 후 한결 좋아진 성적으로 두산의 2연패를 이끌었다.

물론 이들은 잠실이 홈이 아니더라더 준수한 성적을 거뒀을 뛰어난 투수들이지만, 잠실구장이 날개를 달아주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LG로 이적하게 된 FA 차우찬의 '입잠실 효과'를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입잠실', '탈잠실' 효과는 막연한 느낌이 아닌 해당 투수의 성적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면 '탈잠실'을 하게 된 우규민의 경우는 어떨까? 잠실을 홈으로 쓰다 이적을 한 투수 중에는 성적이 떨어진 사례가 많았고 그렇지 않아도 올시즌 하락세을 보인 우규민이 잠실을 떠나게 되니 향후 성적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규민은 사정이 다를 수 있다. 우규민은 구장 크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땅볼유도형 투수이기 때문이다. 사이드암 투수임에도 땅볼유도에 능한 우규민은 지난 3년간 뜬공에 비해 많은 땅볼 범타를 유도했으며 부진했던 올시즌 역시 132개의 뜬공과 159개의 땅볼을 기록하며 1.21의 땅볼/뜬공 비율을 보였다.

시즌 성적이 좋았던 2014~15년의 비율이 1.38과 1.53임을 감안해 볼 때 크게 줄어들지 않은 모습이다. 우규민의 이런 장점을 극대화해서 보여준 경기가 바로 올 시즌 4월 26일에 있었다. 내년부터 홈으로 쓰게 된 라이온즈 파크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한 우규민은 무려 12개의 땅볼을 유도해내며 완봉승을 거뒀다. 잠실을 떠나게 된 우규민이 복기해볼만한 완벽한 피칭이었다.

 우규민의 2013~16시즌 홈/원정/잠실 구장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우규민의 2013~16시즌 홈/원정/잠실 구장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최근 4시즌 간의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우규민의 홈 성적과 원정 구장 성적은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원정 경기에서 홈런 허용 비율이 올라가는 점이 걸리긴 하지만 올 시즌엔 잠실에서 던졌던 홈 등판 기록(3승 7패 ERA 5.64)보다 원정에서의 기록(3승 4패 ERA 4.32)이 더 좋았다.

올시즌 내내 허리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점을 고려하면 우규민이 잠실을 벗어난다 해도 성적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향후 관건은 홈구장의 변화 보다 우규민의 몸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 마운드는 최근 2년 간 선발로 좋은 활약을 보인 차우찬을 잃었다. 통합 4연패의 주역이던 장원삼은 해를 거듭할 수록 성적이 떨어져 선발로 뛰기 어려운 형편이고 유일하게 잘 버텨주고 있는 토종 선발 윤성환(81년생)은 내년이면 37세가 된다. 하위권 탈출을 위해 선발진 재편은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그 첫 조각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우규민이다.

잠실을 떠나 푸른 유니폼을 입게 된 우규민의 탈잠실 도전기는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까? 분명한 것은 65억 원을 투자한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삼성의 내년 순위가 상당폭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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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원안: 이정민 필진/ 감수 및 편집: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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