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핵' 메시지를 품은 영화 <판도라>의 스틸 이미지.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이 작품은 지난 7일 개봉 이후 꾸준하게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반핵' 메시지를 품은 영화 <판도라>의 스틸 이미지.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이 작품은 지난 7일 개봉 이후 꾸준하게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 NEW


'질서'라는 테두리 안에 생존하고 있는 권위와 직위는 업무의 효율성을 보장한다. 막스 베버가 효율성의 원칙을 관료제의 특징 중 하나라고 말한 이유다. 사실, 사회와 경제가 발달하면서 이러한 관료제는 빛을 발했다. 인간이 아닌 무형의 질서에 따른 업무 배분과 수행은 업무의 빠른 처리를 보장했다. 문제는 관료제가 관료들의 전횡 수단으로 굴절되는 때다.

관료제 존재의 목적이 업무 처리가 아닌, 고위 관료 자신과 자신 수족들의 부귀에 목적이 닿아 있을 때가 그렇다. 국가를 예로 들면, 원전 마피아, 철도 마피아, 해피아 등을 들 수 있다. 국가의 존속과 번영에 관료제 존재의 목적이 닿아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권력자와 권력자 수족들의 생존연장에 목적이 닿아있어 낙하산과 온갖 부정부패가 일어나 대한민국이라는 조직이 부패했었다.

영화 <판도라>는 위에서 말한 '굴절된 관료제'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목적 전치된 관료제의 상황을, 대한민국의 상황과 그에 따른 위협받는 국민의 생명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영화가 끝난 후 영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다.

어느 날 낙하산 출신의 한 인사가 발전소의 책임자로 부임한다. 하지만, 그는 원자력에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단순한 보은성 인사의 수혜자였다. 낙하산의 위험성은 그가 부임하고 얼마 뒤 바로 나타난다.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기 직전에 놓여 일분일초를 다투는 때에, 발전소 매뉴얼 관련 용어를 몰라 자신의 밑에 사람에게 오히려 용어를 묻는다. 원자력 발전소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자 영화 시작 후 처음 맞는 긴박한 순간이지만 용어 설명이 난무한다.

 '반핵' 메시지를 품은 영화 <판도라>의 스틸 이미지.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이 작품은 지난 7일 개봉 이후 꾸준하게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판도라>는 관료제과 국가의 실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NEW


관료제의 목적 전치는 인사(人事)뿐만 아니라, 영화 군데군데에서 등장한다. 내진 설계를 했지만, 제대로 된 시공이 담보되지 않아 힘없이 무너지는 원자력 발전소, 실현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비상대책 계획, 원자력 폐로를 걱정해 해수를 쓰지 못하게 하는 상부의 지시 등 다양한 방면에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목적 전치의 폐해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사망하거나 방사능에 피폭되는 일이 발생한다. 고위 관료와 관료의 수족들이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한 결과다.

국가의 관료들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권한과 권력을 주는 것이다. 영화 <판도라>의 정진영은 목적 전치를 다시 뒤집는 역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소장직이 박탈됐지만,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국민의 안전과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에 목적을 둔 그의 행동이 그것을 보여줬다. 그의 행동은 무질서 속에서 권위와 직위 없이 많은 사람이 그를 따르게 했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그의 조언과 주장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료제와 관료 존재의 목적에 맞게 행동한 그가 없었다면 영화 속 재난은 더 커졌을 것이다.

영화에서 재난이 일어난 조건은 크게 두 가지였다. 목적 전치에 매몰된 고위 관료들과 수족들, 그리고 거대 지진이 그것이다. 몇 해 전 수면으로 올라와 크게 쟁점이 됐던 원자력 마피아를 비롯한 각종 마피아 관료들, 목적 전치에 매몰된 고위 관료와 수족은 우리나라에 존재한다. 여기에 커다란 지진이 실제로 발생하면 영화 속 상황은 현실에 그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목적 전치에 매몰된 관료제는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두 개의 조건 중 하나의 조건이라도 소거해야 영화 속 재난이 영화로만 끝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영화지만 영화 같지 않은 영화였다.

 '반핵' 메시지를 품은 영화 <판도라>의 스틸 이미지.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이 작품은 지난 7일 개봉 이후 꾸준하게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영화 같지 않은 영화. 이 재난은 영화로만 끝날 것인가. ⓒ NEW



판도라 관료제 목적전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