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이택근, 박용택, 이병규(9) 등이 있었던 LG 외야진은 이름만 들어도 화려했다. 한때 '빅 5'라고 불릴 만큼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때도 있었다. 다른 팀에서 볼 땐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LG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게다가 평균 연령이 30대 중반을 향하면서 그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대안으로 문선재, 김용의의 외야 전향을 택했지만 효과가 곧바로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위해선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이 분명 필요했다.

거듭된 변화 속에서 LG 외야진은 마침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채은성의 활약은 물론이고 문선재, 김용의도 점점 자리를 잡아갔다. 여기에 안익훈 등 젊은 야수들까지 등장하면서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가을 야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상을 이겨낸 것도 외야진의 힘이 꽤 크게 작용했다.

 LG 외야수 중 두각을 드러낸 채은성.
ⓒ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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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퍼즐 조각 맞춘 외야진

세대교체를 위해선 때론 과감한 선택도 필요했다. FA 협상에서의 움직임이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2011년 말 넥센행을 택한 이택근을 시작으로 팀의 간판 외야수였던 이대형은 2013시즌이 끝난 이후 KIA 유니폼을 입었다. '국민 우익수' 이진영도 특별 지명을 통해 지난해 말 kt로 이적했다. 또한 한동안 터지지 않았던 정의윤은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이적했다.

전반적인 개편과 함께 내부 육성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육성 선수로 LG에 입단한 채은성은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한 케이스다. 2014년 5월 양상문 감독이 부임한 이후 기회를 얻기 시작했고, 해를 거듭하면서 많은 기회를 얻었다. 올해 채은성은 타율 .313(3할1푼3리)를 기록하며 팀의 공격에 있어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한 수비에서도 실책이 단 4개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채은성이라는 선수가 나오기 이전에 LG가 집중했던 것은 문선재와 김용의 두 내야수의 외야 전향이었다. 2013년 1루수로 나섰던 문선재는 2014년부터 변화를 꾀했고, 이듬해인 2015년부턴 좌익수와 중견수를 오가며 적응력을 키웠다. 올해도 좌익수와 중견수로 각각 26경기씩을 소화했다.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1루와 2루, 3루를 오가며 내야 수비에만 집중했던 김용의도 2015년 외야수로 변신했다. 기존의 1루 수비도 함께 소화했다. 특히 올핸 거의 완벽한 수비를 선보였는데, 그가 기록한 실책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이젠 붙박이 중견수로 나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팀 안팎으로 큰 변화가 있었던 외야진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된 모습이다. 이형종, 안익훈, 이천웅 등 아직 성장중인 젊은 야수들도 많다. 언제 풀릴지 알 수 없었던 고민은 이제 어느 선수를 어떻게 기용하느냐에 대한 행복한 고민으로 바뀌었다.

LG의 젊은 외야수 3인방 왼쪽부터 안익훈, 이형종, 서상우. 외야진의 미래는 밝다.

▲ LG의 젊은 외야수 3인방 왼쪽부터 안익훈, 이형종, 서상우. 외야진의 미래는 밝다. ⓒ LG 트윈스


진정한 LG 외야진의 무한경쟁은 이제부터

기존 외야수들 이외에도 FA 우규민의 보상선수로 영입한 최재원 역시 내야뿐만 아니라 외야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몸상태만 좋다면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에 가세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기용폭이 넓어진 것은 성과와 동시에 또다른 고민을 안겨준다. 우선 조만간 발표될 FA 차우찬에 대한 보상선수를 놓고 20인 보호선수 명단 구성에 있어 고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젊은 외야수들이 많지만 이들을 모두 보호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번주 내로 발표될 보상선수의 주인공이 누가 됐든 LG로선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 그 주인공이 젊은 외야수가 된다면 더더욱 그럴 수 있다.

그만큼 LG의 선수층, 특히 외야진의 뎁스는 이전에 비하면 상당히 탄탄해졌다. 보호선수를 작성하면서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팀이 발전했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LG 외야진의 무한 경쟁은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더욱 치열한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가능성을 보여준 외야수는 꽤나 많았다.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소화한 것이 아니더라도 안익훈, 이형종 등이 공격과 수비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하늘에서 내려온 영웅' 이천웅의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5~6년이라는 시간은 LG 외야진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올해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줬던 것이 다가오는 2017시즌에선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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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 : KBO, 스탯티즈 참고
프로야구 KBO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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