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 때문인지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행을 결심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묘족 방송인 강미려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중학생 때 처음 <가을동화>를 보고 한국에 대한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 대학원생 때 교환학생프로그램으로 처음 한국에 발을 디뎠다. 미려씨는 한국에 오면 모든 것이 드라마처럼 이루어 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묘족 특유의 쾌활함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장애물들을 하나씩 극복하고 지금은 한국에서 <이슈를 말한다>, <여유만만>, <핫 플레이스 코리아> 등 다양한 방송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11월 종로 익선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인사동에서 묘족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방송인 강미려씨.

인사동에서 묘족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방송인 강미려씨. ⓒ 강영균


-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MC, 리포터, 배우 등 다양한 방송활동을 하는 중국 묘족 방송인 강미려라고 합니다."

- 묘족은 어떤 민족인가요?
"묘족은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에요. 주로 중국의 남부인 귀주성에 가면 많이 볼 수 있어요. 피에스타의 차오루 언니도 저와 같은 묘족이에요. 보시면 알겠지만 성격이 매우 쾌활하고 밝아요. 또 묘족은 술과 음악을 매우 사랑해요. 축제나 절기 이외에도 일상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편이에요. 술을 좋아해서 술의 종류도 단 술, 약술 등 다양하고요. 그리고 종종 술을 권할 때 노래를 부르기도 해요." (웃음)

- 정말 한국 드라마 <가을동화>를 보고 한국행을 결심하셨나요?
"중학교 때 처음으로 한국드라마를 봤는데 그게 <가을동화>였어요. 그때는 어렸고 또 감수성이 예민할 때라 드라마 속 모든 장면이 다 아름답게 보였어요. 한국 사람도 전부 친절하고 따뜻해 보였고요. 특히 한국드라마 속 남자들이 엄청 멋있게 보였어요. 한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거는 남자를 보고 누가 안 좋아하겠어요. (웃음) 그때부터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 커서 꼭 한국 갈 거다'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 대학원생 때 처음 한국을 방문했는데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정말 기쁘고 좋았어요. 한국에 오자마자 강릉 속초로 갔어요. 거기가 <가을동화> 촬영지였거든요. 가서 드라마 속 주인공이 살았던 집도 보고, 함께 걸었던 바다도 구경했어요. 정말 꿈만 같았죠. 그런데 한국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해보니 어디를 가나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한국에서 사람에게 속아보기도 하고, 상처도 받아 봤어요. 그러면서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 같아요."

- 방송일은 한국에 와서 시작하신 건가요?
"중국에 있을 때부터 시작했어요. 중국 귀주방송국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적이 있어요. 그때 MC, 작가로 활동했어요. 그 당시 저는 여행프로그램을 맡았는데 기획과 제작에도 참여했고요. 놀라운 건 그 프로그램이 2010년 귀주성 우수 프로그램으로 상을 받았어요. 그때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그 일을 계기로 앞으로 방송 일을 계속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인사동에서 묘족 의상을 입은 강미려씨.

인사동에서 묘족 의상을 입은 강미려씨. ⓒ 강영균


- 한국에서는 어떻게 방송 일을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영남대 대학원 교환학생 때였어요. 9월에 학교가 방학을 했는데, 방학 때 보통 시간이 많이 남잖아요? 한국에서도 방송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중국에서도 했는데 한국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때 이력서 한 장 들고 서울로 올라갔어요. KBS 방송국부터 시작해서 크고 작은 방송국에 이력서를 무작정 넣었어요. 채용 기간도 아닌데 담당자를 찾아가서 제 소개를 하고 이력서 한번 봐달라고 부탁드렸죠. 그때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다행히 인민왕에서 연락이 왔어요. 인민왕부장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셨는지 다음 주부터 바로 같이 일을 시작해보자고 하셨어요. 와, 정말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정말 잊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다음 주부터 바로 인민왕에서 리포터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KTV에서 제작한 <핫플레이스 코리아>라는 여행프로그램이 있어요. 한국 구석구석 숨어있는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7개월간 리포터로 일하면서 한국의 다양한 여행지를 다녔어요. 태백에서 촬영했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때가 한겨울이었어요. 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데서 촬영을 했는데, 옷을 좀 따뜻하게 입으면 화면에 너무 뚱뚱하게 나오고, 얇게 입으면 너무 춥고요. 결국엔 따뜻함을 포기하고 영상의 퀄리티를 선택했어요. (웃음) 추워서 벌벌 떨다가도 카메라만 앞에 보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차게 진행을 했어요. 촬영 끝나고 PD님과 제작진들이 고생했다며 난로와 패딩, 핫팩 등을 가져다주셨는데 그때 "아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웃음)"

- 한국의 방송제작 환경과 중국의 방송제작 환경의 차이점이 있나요?
"한국에서 방송 일을 하면서 놀란 점은 내일 촬영인데 오늘 대본을 준다는 거예요. 중국은 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일정 시간을 두고 여유롭게 촬영을 해요. 드라마도 미리 제작을 다 해놓은 다음에 방영하기 때문에 배우들이 충분히 대본을 숙지할 수 있죠. 그런데 한국은 미리 제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때그때 찍고 방영을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데 처음에는 너무 적응이 안 돼서 애먹은 적이 많아요."

-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지금 한국에서 MC, 성우, 리포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이제는 영역을 조금 더 좁혀서 저의 전문 분야를 만들고 싶어요. 여러 가지 할 수 있다는 점이 좋기는 한데 전문성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저만의 전문성을 더욱 키울 거예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더 노력해야겠죠?"

 인터뷰 중 인 강미려씨.

인터뷰 중 인 강미려씨. ⓒ 남유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아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묘족 중국인 중국인유학생 MC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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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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