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배달부 스토크>의 한 장면

<아기배달부 스토크>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미국과 유럽의 부모는 아기가 어떻게 태어났느냐 묻는 아이에게 "황새가 아기를 데려다줬다"라고 대답한다. 창조의 바다에 있는 아기를 황새가 사람에게 전해준다는 북유럽의 전설에서 유래한 말이다. 봄을 알리는 징조였던 황새가 생명의 탄생으로 발전한 것이다. 지금도 미국에선 아기가 태어나면 황새 표지판을 집 앞에 세워두는 풍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5년째 약혼 중> <나쁜 이웃들>의 각본과 연출을 맡고, <머펫 대소동> <걸리버 여행기> <뻔뻔한 딕 & 제인> <예스맨>의 시나리오를 쓴 니콜라스 스톨러는 <아기배달부 스토크>에서 '황새들의 아기 공장이 폐쇄되고 돈에 눈이 먼 사장이 아기를 배달하던 황새들을 세계 최고 규모의 택배 회사의 배달원으로 바꾼다면?'이란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영화의 아이디어는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스톨러는 아내가 둘째 아이를 가지기 힘들었을 때 과학의 힘을 빌려야 했던 체험을 바탕으로, 황새가 아기를 배달한다는 신화와 동생을 바라는 남자아이라는 코미디 요소를 더해 <아기배달부 스토크>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리고 픽사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하던 더그 스윗랜드와 힘을 합쳐 영화 <아기배달부 스토크>를 연출했다.

택배원이 된 아기배달부 황새

 <아기배달부 스토크>의 한 장면

<아기배달부 스토크>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글로벌 인터넷 쇼핑회사 '코너스토어 닷컴'의 택배원으로 변한 황새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언제나 이윤을 앞세우는 CEO 헌터(켈시 그래머 목소리)는 뛰어난 실적을 자랑하는 주니어(앤디 샘버그 목소리)에게 회사의 골칫거리인 인간배달부 튤립(케이티 크라운 목소리)를 처리하면 사장으로 승진시켜주겠노라 제안한다. 하지만 차마 해고를 통보하지 못한 주니어는 튤립을 어떤 업무도 없는 편지 관리팀으로 보내는 선에서 마무리한다.

그러던 와중에 항상 일에 바쁜 부모 때문에 외롭던 네이트(안톤 스타크먼 목소리)가 보낸, 동생을 갖고 싶다는 편지가 회사로 도착한다. 편지를 받은 튤립이 아기 공장을 다시 가동하면서 귀여운 생명이 태어나게 되고, 주니어는 사장이 사실을 알아차리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마음으로 튤립과 아기 배달에 나선다.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이야기는 세밀함이 부족하다. 18년 전의 배달 사고로 스토크 산에 머물게 된 튤립과 그 일로 아기 공장을 없앤 코너스토어 닷컴의 현재는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탐욕에 눈이 먼 헌터가 원래 그런 것인지, 또는 변한 것인지 밝히지 않는다. 영화는 이런 부분의 설명이나 개연성에 크게 개의치 않는 인상이다.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시대의 흐름이 낳은 가치관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인다. 영화에서 코너스토어 닷컴은 현실 세계의 '아마존'을 떠올리게 한다. 편지를 보내면 아기를 배달하던 황새의 모습엔 사랑의 따뜻함이 담겨 있다면, 아마존처럼 디지털 세계의 수도로 기능하는 코너스토어 닷컴의 배달엔 거래와 상품, 편리함과 이윤이란 차가움이 느껴진다.

귀여운 만화에 담긴 차가운 자본주의

 <아기배달부 스토크>의 한 장면

<아기배달부 스토크>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영화에서 '아기'는 산업화와 배금주의로 상실한 가치를 의미한다. 주니어는 누구보다 성공하고 싶어 하나 사장이 되면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튤립의 물음에 어떤 답도 내놓지 못한다. 튤립의 밝은 미소 뒤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슬픔이 존재한다. 둘은 아기와 함께 배달의 여정을 겪으며 가족의 의미를 알아간다. 네이트의 부모는 아들이 주문한 아기를 맞이하기 위해 힘을 합치면서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가족을 형성하고, 가족 구성원의 관계를 회복하는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레고 무비>를 내놓았던 워너 브라더스 애니메이션 그룹(이하 WAG)의 두 번째 작품이다. 워너 브라더스의 손길이 닿아서일까?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시끌벅적하다. 전개 역시 빠르다. 미국 템파베이 타임스의 평자는 이런 점에 주목하면서 "루니툰(벅스 바니로 유명한 워너 브라더스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코미디"라고 평가했다.

WAG의 전작 <레고 무비>에 비해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작품성과 재미 모두 떨어진다. 여러 형태로 변신하는 늑대 무리와 기상천외한 액션 시퀀스를 보여주는 펭귄들이 나오긴 하나 <마다가스카의 펭귄>을 떠올리면 독창성의 빛이 바래진다.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한 해 만나는 애니메이션의 보통 정도의 재미와 완성도를 지녔다.

<레고 무비>와 <아기배달부 스토크>의 차이점은 목표로 삼은 연령대가 아닌가 싶다. <레고 무비>는 성인에게 호소하는 면이 컸다. 반면에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어린아이가 보기에 알맞다. 어쩌면 WAG는 <아기배달부 스토크>로 어린 세대의 취향을 확인하는 시험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WAG의 다음 작품인 <레고 배트맨 무비>(2017년 2월 개봉 예정)엔 DC 코믹스의 간판스타 '배트맨'이 출동한다. 디즈니-픽사, 드림웍스, 일루미네이션이 형성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시장에 WAG가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아기배달부 스토크>와 <레고 배트맨 무비>는 질문의 유의미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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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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