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아이스쇼 연기 모습. 사람들은 그녀의 피겨 연기를 보고 많은 감동을 느꼈으며,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김연아의 아이스쇼 연기 모습. 사람들은 그녀의 피겨 연기를 보고 많은 감동을 느꼈으며,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 박영진


스포츠가 감동을 주는 것은 선수들이 흘린 땀과 노력이 공정한 경쟁 속에서 빛을 발하고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승자와 패자가 모두 박수를 받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공정성이 흔들리게 되면 감동은 분노로 바뀐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스포츠계까지 뒤흔들고 있다. 국민영웅인 김연아와 박태환마저 정권에 찍혀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 가운데 김연아는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최씨의 측근인 차은택씨가 주도한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을 거부해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파장을 몰고 왔다. 어지러운 소용돌이 속에서 김연아는 어떤 모습을 보여왔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김연아

헌액패 수여 받는 '스포츠영웅'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연아가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6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참석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헌액패를 수여 받고 있다.

▲ 헌액패 수여 받는 '스포츠영웅'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연아가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6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참석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헌액패를 수여 받고 있다. ⓒ 유성호


김연아는 대한민국 스포츠사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미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듯이 피겨 여자싱글 역사상 단 한번도 3위 밖을 벗어나 본적 없는 '올포디움'을 이뤄냈고, 여자 피겨선수 최초로 200점을 돌파했다. 또한 세계신기록을 11번 경신했으며, 이 기록 가운데 총점은 6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한국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에서 피겨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수많은 피겨팬들은 지난 수년간 김연아의 경기를 볼 때마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했다. 김연아가 점프에 성공할 때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시상대 맨 위에 섰을 땐 함께 울기도 했다. 김연아의 마지막 경기였던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선 여러 악조건과 노골적인 편파 판정 속에서도 클린연기를 선보인 그녀에게 격려와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동시에 공정성을 상실한 세계 피겨계에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환한 미소와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 김연아의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들의 가슴 한 켠을 찡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정치권이나 기업에선 김연아라는 스타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각종 행사나 광고에 홍보대사 등으로 출연하기를 희망해 왔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그랬다. 김연아 측은 23일, 지난 2012년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 였을 당시 토론회와 같은 행사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해온 바가 있다고 밝혔다. 

김연아를 통해 국민들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피겨 전용링크 하나 없고 손이 얼정도로 추운 빙상장에서 메뚜기 훈련을 해오며 부상에 시달려야 했지만 냉혹한 현실을 딛고 일어선 그녀를 보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특권층의 반칙은 '노력하면 된다'고 믿어온 2030세대에 커다란 좌절감을 안겨줬다.

김연아, 흔들려던 세력 보다 더 단단했다

 김연아가 23일 스포츠영웅 헌액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연아가 23일 스포츠영웅 헌액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박영진


특히 많은 이들이 김연아에 대해 놀라움을 드러내는 부분은 강한 정신력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는 김연아의 경기에서 수없이 드러난 바 있다. 심판들이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을 여러 차례 내렸음에도 그녀는 다음 경기에서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연기를 해내며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정상을 지켜냈다. 심지어 중압감이 가장 심한 올림픽에선, 두 번 참가해 두 번 모두 무결점 연기를 펼쳤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 정치 권력은 김연아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려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흔들기에 나섰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나는 김연아를 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닌 게 대표적이다. 2015년에는 나이 제한을 이유로 스포츠영웅에 선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23일 열렸던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김연아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지난해 스포츠영웅 탈락에 대해서도 "시대가 다르고 종목도 다르다 보니 누가 더 영웅이라고 선정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다"며 "오히려 어린 나이에 선정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이날 스포츠영웅 선정을 축하 받기 보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질문을 더 많이 받아야 했다.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 정치적 사건으로 얼룩진 것이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추운 은반 위에서 맹훈련을 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고 싶다는 축하 소감을 전했다.

김연아와 같은 소속사 선수이자 후배 임은수(한강중)는 헌사에서 "피겨를 시작하면서 연아 언니는 항상 제게 목표이자 우상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헌액식에는 국가대표인 김예림(도장중), 김하늘(평촌중), 변세종(화정고) 등도 자리했다. 현재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피겨스케이팅 종목을 후원하는 기업들은 모두 김연아가 광고모델을 하고 있는 인연이 있다. 김연아는 이들 기업들을 통해 후배 선수들과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종목에 더 많은 혜택이 가게 돕고 있다. 

김연아는 정권에 찍혀 불이익이 의심되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흔들려고 하는 세력보다 단단했다. 김연아는 지난 2010 벤쿠버올림픽 직전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파이널을 마친 뒤 자서전에서 "아무리 그 무언가가 흔들어도 나는 머리카락 하나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썼다. 이러한 그녀의 말과 행동은 누리꾼들에게 더욱 큰 감동과 호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흔들림 없었던 김연아는 결국 동계스포츠 선수로는 최초이자 최연소로 2016년 스포츠영웅에 선정됐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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