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벽 감독은 <럭키>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이계벽 감독은 <럭키>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 (주)쇼박스


7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뜨린 이계벽 감독의 <럭키>는 감독이 <야수와 미녀> 이후에 무려 11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사실 감독이 10년 넘게 공백기를 거쳤다가 다시 메가폰을 잡는 경우가 흔치는 않은데, 최근 2013~2016년 사이에 유독 많이 발견되고 있다. 개봉 기준으로 10년이 넘는 공백을 깨고 복귀한 감독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하나] <황산벌>로 1차 감독 은퇴를 번복했던 이준익 감독

 이준익 감독의 복귀작이었던 <황산벌>은, 이준익 감독을 사극 명장으로 만드는 첫 시발점이 된다.

이준익 감독의 복귀작이었던 <황산벌>은, 이준익 감독을 사극 명장으로 만드는 첫 시발점이 된다. ⓒ 씨네월드


지난 6월 <사도>와 <동주>로 52회 백술예술대상 '영화 대상'을 수상한 이준익 감독은 명실공히 충무로 최고 감독 중 한 명이다.

이준익 감독은 원래 여성지 <주부생활>의 일러스트일을 하다가 1987년 서울극장으로 옮겨 광고기획을 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1993년 <키드캅> 연출하며 감독 데뷔를 하게 되는데, 데뷔 당시 연출부 경험조차 없는 완전 초보였다. 당시 도제식으로 감독이 되던 분위기를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결국 <키드캅>은 서울 관객 2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폭삭 망하고 제1차 감독 은퇴를 선언한다.

이후 '씨네월드'를 이끌며 영화수입 배급과 영화 제작자로 활동하게 된다. <간첩 리철진> <달마야 놀자>같은 흥행작을 제작하기도 했지만, 나름 블록버스터였던 <아나키스트>와 <공포택시> 등이 망하면서 상당히 큰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된다.

그렇게 2003년 70억 원의 빚을 지고 <황산벌> 제작에 나섰지만, 아무도 감독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결국 고심 끝에 10년 만에 본인이 메가폰을 잡기로 했다. 당시 친구인 강우석 감독에게 감독 맡아도 될지 묻기까지 했는데, 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황산벌>은 서기 7세기에 벌어진 백제와 신라의 황산벌 전투를 그린 작품으로 오프닝에선 당나라 황제가 고구려와 백제를 '악의 축'으로 명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2001년 미국이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명명한 일을 풍자한 것으로 '블랙코미디'의 색깔을 선명하게 제시하며 시작한다.

이 영화의 제일 큰 개성은 바로 사투리만 나오는 사극이란 점이다. 백제는 전라도와 충청도 사투리를, 신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해 역사책에 기록될 수 없었던 코믹함을 자아내는데 특히 전라도 사투리 '거시기'는 영화의 제일 중요한 키포인트로 활용되었다.

'족보 없는 영화'를 만들겠다던 이준익 감독의 의도는 성공했다. 전쟁의 참혹함과 웃음이 공존한 이 영화는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를 개척하며 전국 277만 명의 관객에 동원하며 이준익 감독은 실로 화려한 복귀신고를 치렀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이준익 감독 + 배우 정진영 조합의 시작을 알리며 2005년 1230만 관객을 동원했던 <왕의 남자>의 토대가 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둘] 재난영화 <감기>로 복귀했던 김성수 감독

 <감기>로 복귀 신호탄을 날렸던 김성수 감독은 최근 <아수라>를 통해 나름의 입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감기>로 복귀 신호탄을 날렸던 김성수 감독은 최근 <아수라>를 통해 나름의 입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 CJ 엔터테인먼트


최근 15년 만에 페르소나 정우성과 함께 <아수라>를 내놓아 전국 260만 관객을 끌어들인 김성수 감독도 10년의 공백기를 가졌었다.

<비트>와 <태양은 없다>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김성수 감독을 당시 최대 제작비가 투여된 <무사>가 서울 관객 85만 명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하며 주춤하게 되었다. 2003년 11월 장혁, 이나영과 함께한 코미디 <영어 완전정복>을 내놓았지만 <매트릭스 3>와 맞서 싸우다 전국 91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손익분기점을 넘기질 못하고 말았다. 연달아 흥행에 실패한 김성수 감독은 긴 공백기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1918년에 처음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스페인 독감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재난 영화 <감기>의 각본과 연출을 맡아 10년만인 2013년 8월에 신작을 내놓게 된다.

김성수 감독은 <감기>에 '인간 살처분'이란 충격적인 장면과 한국영화에선 보기 드문 대규모 시위대와 군경이 충돌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리고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을 또 하나의 '재난'으로 그리는 한편 전시상황의 군 통수권 문제를 다루며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우연의 남발로 내러티브의 취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영화는 손익분기점인 370만 명에 도달하지 못하고 311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셋] 7만 감독의 꼬리표를 떼어낸 <화이>의 장준환 감독

 장준환 감독은 <화이>로 명예 회복에 성공한다.

장준환 감독은 <화이>로 명예 회복에 성공한다. ⓒ 나우필름


2013년에 또 한 명의 감독이 10년의 공백을 깨고 복귀하는데, 저주받은 걸작이라 불린 <지구를 지켜라>를 만든 '장준환' 감독이다.

2003년 <지구를 지켜라>로 청룡영화상, 대종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춘사대상영화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디렉터스 컷 시상식에서 신인 감독상을 휩쓸고, 모스크바 영화제 감독상과 제 22회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금까마귀상까지 받으며, 천재감독 소리를 들었지만, <지구를 지켜라>의 전국관객 수는 고작 7만 명이었다.

이후 타짜2를 준비하다가 엎어지고, 2004년 단편영화 <털>과 2010년 옴니버스 영화 카멜리아에서 강동원 송혜교를 주연으로 <Love for Sale>이라는 단편영화를 만들었지만, 국내 개봉엔 실패했다.

고난의 시간을 보내다가 2013년 10월 여진구, 김윤석 주연의 <화이>를 내놓게 된다. <화이>는 자신을 유괴한 사람들을 아빠라고 부르며 살인마로 길러진 아이 '화이'의 핏빛 복수극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스릴러다운 리듬과 괴물들이 뿜어내는 잔인한 광기들로 빈틈없이 채워가며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장준환 감독은 이 영화로 시체스 영화제 특별 언급과 마리끌라레 영화제 감독상을 받으며 다시 한 번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영화가 23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데는 성공하며 이번엔 흥행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남겼다.

[넷] <첼로-홍미주 일가 살인사건>도 망하고 <사냥>도... 이우철 감독

 이우철 감독의 <사냥>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이우철 감독의 <사냥>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올 6월 개봉한 <사냥>은 원래 각본을 쓴 천진우의 감독 데뷔작이 될 뻔했으나, 제작자 김한민 감독과 각색에 대한 마찰로 하차하고 새로운 감독이 맡아 연출하게 된다. 바로 2005년 개봉한 <첼로 - 홍미주 일가 살인사건>의 이우철 감독이다.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는데, 이우철 감독의 데뷔작 <첼로>는 2005년 개봉 당시 평단(네이버 기자 평론가 평점이 2.75/10)에 엄청난 혹평 속에 전국관객 15만 명을 불러들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기대를 모으게 하는 <사냥>의 총격전의 소리는 요란했지만 긴장감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반전 욕심에 과도한 플래시백을 남발하며 극의 집중력마저 떨어뜨리고 말았다.

국민배우 안성기와 요즘 대세 조진웅을 주연으로 내세우며, 개봉 첫날만 박스오피스1위에 올랐으나, 역시나 평단과 관객들의 혹평 속에서 손익분기점 164만 명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6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망하고 말았다.

[다섯] 11년만에 대박을 터뜨린 <럭키>의 이계벽 감독

 이계벽 감독은 <럭키>로 인해 11년 만의 복귀를 안정적으로 마쳤다.

이계벽 감독은 <럭키>로 인해 11년 만의 복귀를 안정적으로 마쳤다. ⓒ (주)쇼박스


앞서 말한 대로 <럭키>는 이계벽 감독의 11년 만의 복귀작이었다. 전작은 류승범, 신민아 주연의 데뷔작 <야수와 미녀>였는데, 개봉 당시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156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고 다시 감독으로 작품을 내기까지 11년이 걸렸다.

이 감독은 공백기 동안 <커플즈>와 <남쪽으로 튀어>의 각색을 맡았었는데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일본영화가 원작으로 일본영화<열쇠 도둑의 방법>를 리메이크한 <럭키>까지 포함하면 3연속 일본영화를 각색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게 되었다.

<럭키>는 대체로 개연성이 부족하고, 클리셰가 과한 연출이 아쉽다. 하지만 감독은 '유해진'이란 배우의 코믹 연기를 극도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놀이터를 마련해주며, 관객들에게 호감을 사는 데 크게 성공했다.

<럭키>는 11월 20일 기준, 693만 관객을 동원했다. 아직도 일부 상영관이 남아 있는 만큼 최종 스코어는 아직 알 수 없다. 이계벽 감독은 10년 이상 복귀한 감독들 중에서는 역대 1위 관객을 동원하게 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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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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