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을 예언해 화제가 된 미 <심슨 가족>의 한 장면. 실제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예언해 화제가 된 미 <심슨 가족>의 한 장면. 실제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 FOX


 영화 <어벤져스>의 헐크 역으로 유명한 마크 러팔로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 이후 다음과 같은 트윗을 올렸다. "You know what we do now? We finish building what we started and we FIGHT BACK! Lift your heads up brothers and sisters."

영화 <어벤져스>의 헐크 역으로 유명한 마크 러팔로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 이후 다음과 같은 트윗을 올렸다. ⓒ @MarkRuffalo


"이제,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아시죠? 우리가 시작했고 또 싸웠던 걸 계속 이어나가는 겁니다! 여러분, 고개를 드세요! (You know what we do now? We finish building what we started and we FIGHT BACK! Lift your heads up brothers and sisters.)" - 마크 러팔로 트위터(@MarkRuffalo) 중에서

절박함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던 어제(9일) 오후, 민주당 지지자이자 도날드 트럼프 후보 반대에 나섰던 <어벤져스> 시리즈의 배우 마크 러팔로가 적은 트위터 글이다. "다시 싸우자"는 역설 속에 진한 실망과 아쉬움이 묻어난다. 심지어 레이디 가가는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되던 시각, 눈물을 흘리며 1인 시위에 나섰다. 그렇게, 전 세계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직격탄은 어디를 향할까

 트럼프 당선 직후 "사랑은 증오를 이긴다.(Love trumps hate)"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레이디 가가. 그는 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당선 직후 "사랑은 증오를 이긴다.(Love trumps hate)"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레이디 가가. 그는 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 @ladygaga


한국도 다르지 않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트럼프 당선을 "민초의 승리" 운운하며 자가당착에 가까운 논평을 내놨지만, 미 대선에 관심을 갖고 지켜본 대부분은 '인종차별'과 '여성혐오', '기득권 옹호'로 점철된 트럼프의 '무정치의 정치학'에 경악하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의 표현을 빌리면 이런 식이다. 

"2016년 3대 막장을 아느냐. 트럼프 당선이 1위, 브렉시트가 2위이며 최순siri는 3위에 불과하다." 

힐러리 클린턴은 "언젠가 당신들이 유리천장을 깨달라"고 패배 수락 연설을 했다지만,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미국 대중예술 분야도 빠질 수 없다. 트럼프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자신에 대한 공격이 넘쳐나던 '소셜미디어'들을 손 볼 거라 공언한 것을 상기한다면, 그리고 트럼프 당선자의 기존 성향을 아는 이라면, 미 대중예술 분야의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될 거란 예상이 가능하다.

안타깝지만, 누가 트럼프의 직격탄을 맞을 것인가. 마돈나를 위시해 힐러리를 지지했던 미국의 셀러브리티와 연예인, 문화예술인 전부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표현의 자유'를 심장처럼 여기는 그들의 자부심을 건드리는 일이 될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파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부언하건대, 이 예측은 예측으로 끝났으면 하는 심정이다.

<심슨가족>의 놀라운 예언, '미 경제파탄 주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을 예언해 화제가 된 미 <심슨 가족>의 한 장면. 이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예언해 화제가 된 미 <심슨 가족>의 한 장면. 이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 FOX


이미 눈치 빠른 네티즌들은 알아 봤다. 외신들도 덩달아 주목했다. 국내 언론이 트럼프 당선 이후 뒷북을 치는 것 뿐이다. 미국의 국민 애니메이션으로 일컬어지는 <심슨 가족>이 지난 2000년 방영했던 '트럼프 예언' 에피소드 말이다.

2030년, 리사 심슨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저는 미국 최초의 이성애자 대통령"이라 공언하는 리사는 참모들에게 경제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던 와중에 어릴 적 친구인 밀 하우스에게 "우리는 파산했다"는 말을 듣는다. 그 미 경제 파탄의 주범은 전직 대통령인 도날드 트럼프였다. <심슨 가족>은 이 미래 예측 에피소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현현을 잊지 않고 그려냈다.

제작진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농담일 뿐 풍자는 아니다"라고 일축했지만, 할리우드리포터를 비롯한 미 외신은 "미국을 향한 경고"라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트럼프가 당선됐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한 뒤에도 미국의 '국민 애니메이션'을 건드리지는 못하겠지만, 전 세계 팬들이 이 '심슨 가족'과 제작진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트럼프 지지(?)했던 마이클 무어 감독, 책임 지시라

 마이클 무어가 예견한 트럼프 승리의 5가지 이유.

마이클 무어가 예견한 트럼프 승리의 5가지 이유. ⓒ 마이클무어닷컴


걱정보단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 미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노골적인 공화당 혐오자인 마이클 무어 말이다. 애초 버니 샌더스의 지지자였던 무어는 트럼프를 공격하고 힐러리 지지층을 결집시키고자 지난 7월 미 허핑턴포스트에 이러한 제목의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이름하야, '트럼프가 승리할 5가지 이유'.

① 미시간·오하이오·펜실베니아 등 몰락한 공업지대 유권자들의 분노
② 여성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 화난 (WASP) 백인 남성 투표층
③ 구식 정치의 표상인 힐러리 클린턴 자체의 한계 
④ 우울하게도, 투표 독려에 가담하지 않고 있는 우울한 버니 샌더스 지지층
⑤ 기존 정치 구조를 불신하는, 일명 '제시 벤투라' 효과

마이클 무어가 꼽은 이 트럼프의 승산 요인은, 신박하게도 실제로 이어졌다. "자기중심적인  동시에 인종차별주의자이기도 한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공언했던 마이클 무어가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기이한 방법으로 기여(?)한 것일까.

<다음 침공은 어디>를 통해 특유의 직설을 내려놓고 좀 더 유한 화법으로 미국을 성찰한 그가, <화씨 9/11>과 같은 논쟁적인 작품을 다시 내놓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적어도, 자신이 지지(?)한 대통령을 위해 무언가 그럴싸한 작품을 선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SNL 코리아>가 연상되는 <SNL>의 트럼프 패러디

 외신에서도 화제가 된 알렉 볼드윈의 트럼프 패러디.

외신에서도 화제가 된 알렉 볼드윈의 트럼프 패러디. ⓒ NBC 캡처


tvN <SNL 코리아>는 미 NBC의 인기 생방송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인 <SNL>의 포맷을 직접 구매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으로 잘 알려지다시피 CJ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압박에 기여(?)했다는 추측이 난무했을 만큼, <SNL 코리아>는 '여의도 텔레토비'를 비롯해 정치풍자의 신기원을 열었다. 그게 무려 4년 전이다. 그리고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과 함께 그 풍자가 자취를 싹 감췄다.

이제, '미쿡'의 <SNL> 역시 <SNL 코리아>의 전철을 밟는 건 아닌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난 10월, 미국의 '국민 배우' 톰 행크스와 함께 출연한 배우 알렉 볼드윈은 트럼프로 분장한 채 미국 대선 토론을 기가 막히게 패러디해 냈다.

"낙태는 아이를 산 채로 끄집어내 죽이는 짓입니다."

그때만 해도, 전 세계 시청자들은 케이트 맥키넌이 힐러리 클린턴을 연기하고, 톰 행크스가 대선 토론 진행자를 맡았으며, 알렉 볼드윈이 처절하게 트럼프를 패러디 한 이 코미디를 코미디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SNL>의 원조 정치풍자 역시 그 안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자신을 패러디하고 희화화시켰던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출연하기까지 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트럼프 당선자 역시 그런 아량을 보여줄 수 있을까.

도날드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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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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