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과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한국축구 대표팀의 좌우 날개들이 소속팀 경기에서 나란히 선발출전 기회를 잡았으나 모두 기대에 못 미친 경기력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소속팀도 나란히 승리를 맛보는 데 실패했다.

손흥민의 토트넘은 29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1시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0라운드 레스터 시티와의 홈경기에서 1-1 무승부에 그쳤다. 이청용의 팰리스는 30일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리버풀전에서 2-4로 패했다.

손흥민-이청용... 나란히 부진했던 10월

지난 리버풀과의 주중 EFL컵에서 결장했던 손흥민은 6일 만의 출전에서 선발로 복귀했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한동안 부상으로 해리 케인이 빠진 원톱 자리에 손흥민을 기용해왔다. 손흥민은 9월에 리그에서만 4골을 터뜨리며 EPL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서는 대체로 경기력이 살아나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레스터시티전에서 빈센트 얀센을 최전방에 기용하고 손흥민을 다시 2선으로 내렸다. 하지만 손흥민은 주 포지션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날카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전반 45분에야 이날의 첫 슈팅을 시도했으나 왼쪽 골문 밖으로 벗어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에는 오른쪽으로 포지션을 이동하며 몸놀림이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은 좌우로 폭넓은 움직임과 수비가담을 통하여 개인 공격보다 팀플레이에 더 치중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찬스는 거의 없었다. 같이 2선을 책임진 크리스타인 에릭센-델레 알리와 호흡이 맞지 않아 동선이 어긋나는 모습이 자주 드러났고 손흥민이 좋은 위치에 있어도 패스가 제때 연결되지 않는 장면도 몇 차례 나왔다.

토트넘은 얀센이 전반 자신이 얻어낸 PK 골을 직접 성공시키며 앞서갔으나 후반 3분 아메드 무사에게 동점 골을 허용하며 최근 공격식경기 5경기 연속 무승에 그쳤다. 손흥민의 골 침묵도 5경기로 늘어났다.

손흥민 침묵의 이유는?

 EPL 9월의 선수. 손흥민

EPL 9월의 선수. 손흥민 ⓒ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이 최근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체력적인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손흥민은 한창 물오른 골 감각을 자랑하던 10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합류를 위하여 A대표팀에 차출되어 한국과 중동을 누볐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은 대표팀을 다녀온 이후 단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다. 많은 유럽파 선수들이 A매치 차출 이후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상대 팀들의 집중견제, 토트넘의 손흥민에 대한 전술적 활용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손흥민은 지난 9월 이후 상대 팀 수비의 경계대상이 됐다. 공을 잡으면 2~3명이 동시에 에워싸거나 아예 측면 수비 라인을 깊숙이 내려서 패스가 들어갈 뒷 공간 자체를 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손흥민은 최근 팀 사정에 따라 최전방 공격수에서 여러 포지션을 '땜빵'하듯 수행하는 경우가 늘었다. 토트넘의 선수 구성상 멀티플레이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에릭센과 알리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특화된 선수들이고, 원톱 케인은 부상 중이며 뎀벨레와 완야마는 3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기용되고 있다. 그나마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던 라멜라는 올 시즌 슬럼프와 잔 부상에 허덕이며 레스터전에서는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러다 보니 그나마 여러 포지션을 수행할 수 있는 손흥민이 팀 사정에 따라 최전방과 좌우 측면을 수시로 넘나들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에만 치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리버풀전에서 활약 보여주지 못한 이청용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이청용이 헤딩으로 득점을 성공시키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이청용이 헤딩으로 득점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청용의 부진도 아쉽다. 이청용은 지난 8월 토트넘전 이후 무려 2달 만에 리버풀전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리그 경기의 선발출전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팰리스는 이날 리버풀의 파상 공세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경기를 펼쳤고 이청용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가 너무 강했다고는 하지만, 팀 동료 윌프레드 자하와 제임스 맥아더(2골) 등이 한정된 공격 기회 속에서도 차별화를 만들어낸 것과 비교할 때 이청용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팰리스는 그나마 역습 기회를 잡았을 때 패스 방향이 거의 자하에게 치중되었고 이청용은 볼 터치 기회를 잡는데도 애를 먹었다. 이청용이 동료들 사이에서도 확실하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답답해진 이청용이 2선까지 내려와 볼배급이나 수비에 가담하는 장면도 종종 보였지만 혼자 공을 가지고 무언가 주도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몇 차례 미숙한 퍼스트 터치로 패스 실수를 저지르며 리버풀에 역습 기회를 내주는 아찔한 장면만 나왔다. 결국 이청용은 65분 만에 교체됐다. 경기 자체는 6골이나 터진 난타전으로 진행되었지만, 이청용이 이날 남긴 인상적인 하이라이트 장면은 사실상 없었다.

시즌 초반 반짝했으나 최근 다시 주전 경쟁에서 밀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청용으로서는 리버풀전이 분위기 전환을 위한 중요한 기회였다. 하지만 오히려 급격히 떨어진 경기력만을 보여주면서 과연 다음 선발출전을 장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남겼다. 이청용은 최근 아시아 무대로의 이적설이 거론될 만큼 팀 내 위상이 불안정한 모습이다.

손흥민과 이청용은 자타공인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좌우 날개들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11월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을 치르고 있는데 한국축구의 월드컵 본선행과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마저 좌우할 사실상의 단두대 매치라는 평가다. 이처럼 중요한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공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손흥민과 이청용의 경기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대표팀에게도 큰 근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11월 A매치에 나설 대표팀 명단은 31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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