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독교체를 단행하며 올겨울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삼성의 다음 화두는 바로 최형우와 차우찬의 거취다. 삼성 투타의 핵이라고 할만한 두 선수는 올겨울 나란히 FA 자격을 얻는다. 삼성뿐만이 아니라 올시즌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들 중에서도 최대어급으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두 선수 모두 FA 자격 획득을 앞두고 올시즌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최형우는 타율 (0.376), 타점(144타점), 최다안타(195개)의 3개 부문을 휩쓸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기록했다. 최근 3년 연속 3할-30홈런-100타점 이상을 달성했으며,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2008년 이후 최근 9시즌간 KBO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 출장과 안타-홈런-타점을 기록한 현역 선수이기도 하다.

높아진 최형우의 몸값

 FA를 앞두고 리그 최고의 타자로 부상한 최형우

FA를 앞두고 리그 최고의 타자로 부상한 최형우 ⓒ 삼성 라이온즈


어느덧 내년이면 만 34세가 되는 나이가 살짝 걸릴 수 있지만, 꾸준함과 내구성은 최형우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정교함과 장타력을 겸비했고 찬스에도 강한 왼손 거포는 어느 팀이나 탐낼 수밖에 없는 존재다. 최형우의 통산 성적은 타율 3할 1푼 4리, 234홈런, 911타점이다.

차우찬은 올해 12승 6패,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했다. 올시즌 두 달 가까이 허벅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던 것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표다. 자책점이 다소 높기는 하지만, 타고투저 시대의 프로야구에서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좌완 강속구 투수로서 차우찬의 가치는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차우찬은 통산 5번이나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으며 통산 성적은 70승 48패 자책점 4.44다.

하지만 삼성이 두 선수를 과연 잡을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장 최형우 한 명만 해도 벌써 역대 최고 몸값인 최대 100억 이상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부터 FA 원 소속팀 우선협상제도가 폐지되며 FA 자격 취득과 동시에 모든 팀이 해당 선수에 영입 제안을 할수 있다. 여기에 두 선수는 해외진출 가능성까지도 열려있다. 삼성으로서는 국내외팀들과 공개적인 '실탄'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은 최근 6년간 장기집권해온 류중일 감독의 시대를 마감하고 김한수 타격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국민타자 이승엽도 다음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이미 예고한 상태다. 전체적으로 팀이 젊은 팀으로의 변화, 육성에 대한 방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삼성은 야구단 운영관리가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이후 경영 합리화를 명분으로 투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은 거포 3루수 박석민이나 외국인 선수 나바로를 잡지못하여  타 팀에 내준 것은 삼성의 전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 최근 KBO FA 시장의 지나친 과열로 인하여 선수들의 몸값이 부담스럽게 폭등했다는 것을 감안해도, 과거의 삼성이었다면 전력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를 다른 구단에 허무하게 빼앗기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두 선수 다 놓친다면 '역풍' 피할 수 없을 듯

 9월 29일 올시즌 첫 더블헤더 경기에서 데뷔 후 최다인 10실점을 허용한 차우찬. 이 패배로 삼성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무산되고 말았다.

차우찬 ⓒ 삼성 라이온즈


일각에서는 재신임이 유력시되던 류감독의 갑작스러운 교체 역시 비용의 문제로 보는 곱지않은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 감독 최고 대우를 받던 류감독을 올시즌 성적 하락의 책임을 뒤집어씌워 단장과 함께 교체하고 초보 사령탑인 김한수 감독을 승격시키며 결과적으로 비용을 아낀 셈이 된 것은 사실이다.

만일 삼성이 다음 시즌 성적 반등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최형우와 차우찬은 무조건 잡아야만하는 전력이다. 김광현(SK)-양현종(기아) 등 국내 잔류보다 해외진출이 더 유력시되는 몇몇 최대어를 제외하면 올해 FA 시장에서 이들보다 나은 대체자를 구하기도 어렵다. 올시즌 전력이 크게 약화된 삼성은 곳곳에 보강해야할 포지션이 넘쳐나지만 투타의 기둥인 최형우와 차우찬을 빼고 다음 시즌을 구상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김한수 신임 감독도 최형우와 차우찬을 대체불가한 전력으로 분류하여 구단에 꼭 잡아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정도다.

최악의 경우 삼성이 두 선수를 모두 놓치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역풍을 피할수 없을 전망이다. 많은 삼성 팬들은 올시즌 성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류중일 감독에 대한 재신임을 지지했다. 일부 팬들은 자발적으로 의기투합하여 류감독을 응원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코치-감독으로서 30년 넘게 삼성에서만 헌신한 류감독은 단 1년의 부진으로 정리 대상이 되는 비운을 피하지 못했다.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물어 류감독을 경질한 구단이 올해 9위에 그친 팀성적에도 최형우와 차우찬마저 비용 문제를 핑계로 잡지못한다면 다음 시즌은 아예 꼴찌 추락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에 몰릴수도 있다. 두 선수 모두 데뷔 이래 삼성에서만 활약해온 프랜차이즈스타라는 점에서도 삼성 팬들에게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크다. 최형우-차우찬과의 협상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삼성의 팀 개편에 대한 방향과 진정성이 재평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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