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장면(무료 치료와 재활치료 병원이 필요하다)  극 중 '장애인이 아팠을 때 무료로 치료해 줄 병원과 재활치료 병원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 극 중 장면(무료 치료와 재활치료 병원이 필요하다) 극 중 '장애인이 아팠을 때 무료로 치료해 줄 병원과 재활치료 병원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 김영배


서울시 여성발전기금이 후원하고,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인 청락원 주최로 박종우가 연출한 '장애인인식개선 마당극 흥부전' 공연이 서울 동숭동 대학로 세종아트센터 공연장에서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열려 평소 장애인들에게 무심했던 사람들의 가슴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장애(障礙)란 무엇인가. 장애인이란 누구인가. 사전적 의미의 장애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실제 장애인이 살아가는 환경이나 가족들의 상황 등에 대해선 잘 모른다. 자기의 앞만보고 달려가는 현대 도시생활인들에게 남의 집 일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물론 쉽진 않다. 특별한 인연이 없다면 그들의 사정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번 마당극은 장애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들이 장애인들의 고립 상황을 직접 연기해 보여줌으로써, '장애인식개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시작했다. 출연진은 장애인특수교육시설인 '정문학교' 재학시절 만나 졸업한 학부형 모임 사람들이다.

이 공연은 색다른 뭔가가 분명 있었다. 출연진 사은향, 권낭자, 김순미, 손지영, 신은희, 정은미, 최명자, 최영은씨 등은 장애자녀들을 양육하고 있는 어머니들이다. 연기자로 나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결심이었을까. 평범한 가정주부들로서 시간을 내어 여러 달을 준비하고, 이 자리에 서기까지 고통과 첩첩한 애로는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점도 관객들의 마음을 적셨다.

한 연기자의 지인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한 박미영(50·서울 상도동)씨는, "장애아를 둔 어머니들이 장애인 역할을 직접 연기하는 것이 쉽지않은 일인데도 그것을 가능케 한 '사랑의 정신'과 우리 사회에 던지고자 하는 '간절한 메시지'가 이 연극이 갖는힘"이라고 말했다.

 공연중 흥부네 셋째로 출연한 신은희 배우가 관객인 지인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연중 흥부네 셋째로 출연한 신은희 배우가 관객인 지인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영배


무엇보다도 장애자녀들을 부끄러이 여겨 은닉해 온 일들을 답습·반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밖으로 나서서 자녀들의 정상 사회활동을 이끌고, 사회인들의 인식까지 바꾸고자 하는 그 용기있는 노력에는 감동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국민 모두가 가장 행복하게 산다고 하는 유럽의 덴마크에선 '이웃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고 가르친다고 한다. 우린 어떤가. 이웃보다 내가 행복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지 않는가. 무엇이 잘못 됐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연극을 보면 우리의 실상을 낱낱이 느낄 수 있다.

마당극을 만든 극단은 장애자녀들을 둔 부모연극동아리 '초연'이다. 초연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금조성사업 '행복한 울타리만들기'로 장애아를 둔 부모님을 대상으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연극여행으로 처음 시작했다. 극단은 12년 전인 2004년 <엄마는 꽃보다 아름다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년 한편씩의 연극을 무대에 올려왔다. 2005년 서울시민예술축제에서는 <너에게로 또다시>를 통해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도 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자기가 직접 겪은 일들을 얘기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장애아를 낳고난 후 느꼈던 슬픔, 분노, 고통 등을 연극을 통해 조금씩 치유해왔다.

공연후 만난 '초연' 단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이렇게 지적했다.
△장애인은 순수하고 몸은 아파도 마음은 건강하고 때묻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은 일을 못할 것이다 △장애인은 개성이 없을 것이다 △장애인은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장애인은 선거가 필요없을 것이다 △장애인은 문화생활을 즐길 줄 모른다 △장애인은 공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장애인이 있는 가정은 항상 우울하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모든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 하는 등 장애인에 관한 일반인들의 인식들은 온통 편견으로 둘러쌓여 있다.

흥부네 중증 장애아인  셋째역으로 열연한 동아리의 신은희(54)씨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별반 다르지 않고,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구성원의 하나"라고 말하고,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장애인은 설상가상으로 상처받고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흥부역을 맡은 사은향(54)씨는 "장애인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단지 비장애인과 다를 뿐입니다. 옳고 그른것에 맞춰 판단하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수많은 특성중 장애라는 특성을 하나 가진 것 뿐이라고 생각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하고 말했다.

놀부역의 김순미(50)씨는 "장애인은 차별의 대상이 아닙니다. 차이가 필요한 대상입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차이이고 다름을 틀리다고 보는 것은 차별입니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차이를 두고 배려해야 하는 대상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극을 통해 이러한 속사정들이 널리 알려져 장애인 차별개선에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마당극을 연출한 박종우 연출가는 2005년 '초연' 극단의 첫시작부터 현재까지 10편이 넘는 연출을 맡아 온 중견 연출가다. 90년도부터 꾸준하게 배우로 활동했었고, 특히 청소년 연극과 장애청소년 특수반연극치료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극 마지막 장면중에 흥부네 박을 타서 나온 보물격인 플래카드에는 △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평생교육시설이 필요하다 △우리가 아플때 무료치료해 줄 수 있는 병원과 재활치료 병원이 필요하다 △ 우린 다만 조금 다를뿐이다는 글귀가 적혀 있어 관중과 사회에 대한 큰 울림을 남겼다.

 8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세종아트센터 4층 공연장에서 마당극 '흥부전'을 관람하고 있는 맨 앞줄 장애아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8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세종아트센터 4층 공연장에서 마당극 '흥부전'을 관람하고 있는 맨 앞줄 장애아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 김영배



장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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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안전관찰위원 겸 안전보안관, 국민예산감시단, 국민안전진흥원/대한안전연합/서울시민파수군협회 고문, 한국안전방송신문, 위키트리, 내손안에서울 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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