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수입배급사들이 어떻게 힙을 합칠 수 있을까. 이게 우리의 숙제입니다. 과다 경쟁이 아닌 함께 살 수 있는 경쟁을 고민하겠습니다. 모두에게 긍정적 이익이 되길 바랍니다." (김난숙 영화사진진 대표)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아래 영화수입배급사협회)가 공식 출범을 알렸다. 날로 심해지는 영화시장 내 생존 경쟁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데에 위기의식을 느끼며 공생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 김상윤 씨네룩스 대표, 서정원 더쿱 대표, 김난숙 영화사진진 대표가 자리했다. 해외 영화는 물론이고 메이저 배급사가 외면한 국내 독립영화의 배급도 꾸준히 진행해 온 이들이다.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의 출범 기자회견이 부산 해운대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8일 오후 열렸다.  발언 중인 김난숙 영화사진진 대표.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의 출범 기자회견이 부산 해운대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8일 오후 열렸다. 발언 중인 김난숙 영화사진진 대표. ⓒ 영화수입배급사협회


공정 경쟁을 위한 첫걸음

국내에 영화수입 혹은 배급사로 등록된 업체는 약 2500여 개(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이중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곳이 30여 개 정도다. 이 중 협회에 이름을 올린 회사는 총 21개, 할리우드 직배사와 규모가 큰 메이저 회사는 해당 협회에 아직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의 출범 목표는 크게 세 가지 해외 영화제나 마켓 불필요한 과당경쟁 지양하고 콘텐츠 불법을 방지하며, 국내 극장 및 디지털 유통의 합리적 개선 등이다. 김난숙 대표는 "작은 회사들부터 먼저 시작하는 이유는 시장에서의 생존이 절실하기 때문"이라며 "경쟁 체제에서 어떻게 힘을 합칠 수 있을지 그게 숙제고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막는 것 역시 과제"라고 말했다.

통상 영화 판권 거래가 이뤄지는 해외영화마켓에서 각 수입사들의 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들렸다. 통상 거래 금액을 상회하는 돈을 제시하거나 구두 계약이 된 다른 영화사의 작품을 가로채는 사례들도 종종 있었던 상황. 일부 해외제작사는 이런 국내 수입사의 풍조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들이 시나리오나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감독이나 배우의 유명세만으로 거래를 시도해도 국내 업체는 작품을 다른 회사에 작품을 뺏기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해야 했다.

서정원 대표는 "판권을 우리가 보유하고 있어도 국내 영화제 상영 같은 경우에 해외 제작사가 직접 나서는 부분이 있었다"며 "수입사와 영화제 간 긴밀함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의사권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난숙 대표 역시 "이런 불공정 계약부터 해결해 가는 게 좋을 거 같다"며 "관련 사안에 대한 정보를 협회 회원끼리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나아가 수입사 간 과다경쟁도 막을 수 있다.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하겠다"고 덧붙였다.

늦었지만 출발이 중요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의 출범 기자회견이 부산 해운대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8일 오후 열렸다.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의 출범 기자회견이 부산 해운대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8일 오후 열렸다. ⓒ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영화수입배급사협회에 대한 우려도 일부 존재한다. 판권을 직접 사들이는 주체로서 또 다른 담합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과 극장 등 다른 사업 주체에 대한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있었다.

김난숙 대표는 "담합까지 갈 정도로 내부 합의가 이뤄질지 모르겠다"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정원 대표는 "그런 압력이 통했으면 좋겠다"며 우회적으로 멀티플렉스 극장의 힘을 언급했다. 또한 서 대표는 "수입사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단체기에 압력이라기보단 상호 보완을 위한 거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상진 대표는 "일본은 1952년에 이미 영화수입배급사 협회가 생겨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며 국내 협회 출범이 오히려 꽤 늦었음을 짚었다. 서 대표 역시 "각 사간 목표의식이 미흡해서 한 단체를 꾸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외화 수입의 역사는 긴데 비로소 출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식 출범한 영화수입배급사협회는 영화진흥정책 건의, 영화수입사 권익 보호, 저작권 연구, 불법 다운로드 근절, 극장과의 공정한 거래, 해외 마켓 과다 경쟁 방지 등을 구체적 사업 목표를 명시하고 있다. 서정원 대표는 "회사 간 만남의 장이 중요하다"며 "협회가 제3자와의 어떤 갈등 상황에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고, 상호공존의 장을 열기 위해 뛰는 만큼 모든 수입배급사가 함께 참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를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외화 할리우드 극장 영화수입배급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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