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시즌 한국프로야구가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정규리그 대장정을 마치고 이제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 그 시작은 올 시즌 치열한 5강 막차경쟁의 생존자였던 LG 트윈스와 기아 타이거즈다.

LG와 기아는 10일부터 잠실야구장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돌입한다. 4위팀 안방에서 최대 2경기를 치르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먼저 4위팀에 어드밴티지 1승을 주고 시작한다. LG는 단 1승 혹은 무승부만 거둬도 준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지만 반면 기아는 적지에서 무조건 2연승을 거둬야 하는 불리한 입장이다.

두 팀 모두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전국구 인기구단으로 불리운다. 하지만 정작 두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경우는 의외로 그리 많지 않았다. LG와 기아가 가을야구에서 만난 것은 1983, 1997년 한국시리즈와 2002년 플레이오프까지 총 3번에 불과하다. 1980년대에서 2010년대까지 평균적으로 10년에 한 번 만난 꼴이다. 통산 3차례의 대결에서 기아가 2승 1패로 LG에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만났을 때는 호랑이의 완승이었다. 프로야구 초창기 전후기리그제였던 1983년 전기리그 우승팀인 기아의 전신 해태와, 후기리그 우승팀 LG의 전신 MBC 청룡이 맞붙어 당시 해태가 4승 1무로 깔끔하게 제압하며 당시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어 무려 14년 뒤인 1997년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재격돌에선 또다시 해태가 4승 1패로 완승을 거뒀다. 타이거즈의 통산 9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자 해태라는 이름으로 기록한 마지막 우승이었다. 본의 아니게 해태 왕조의 시작과 끝에 LG가 조연으로 함께 한 셈이다.

하지만 가장 최근의 대결이었던 2002년 플레이오프에서는 LG가 웃었다. 당시 정규시즌을 4위로 마무리했던 LG는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승승장구하며 기아마저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3승 2패로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비록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LG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마지막 해였다.

리빌딩과 세대교체, 닮은꼴 기아·LG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오른쪽)과 인사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오른쪽)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통산 4번째 포스트시즌 맞대결이자 14년 만의 재회에 이르기까지,양 팀은 올 시즌 비슷한 과정을 거쳐왔다. 나란히 리빌딩과 세대교체를 추진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신구조화를 바탕으로 가을야구에 복귀했다. LG는 2년 만이고 기아는 5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이다.

시즌 행보도 비슷했다. LG는 6~7월간 18승 29패에 그치는 부진을 보이며 한때 8위까지 순위가 곤두박질쳤으나 후반기 반등에 성공했다. 8월 초 9연승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고, 9월까지 두 달 간 29승 1무 17패라는 눈부신 상승세를 타며 포스트시즌 진출과 4위를 확정지었다. 기아는 시즌 초반 4~5월에 가장 부진했으나 7월 이후로는 5할 승률을 유지하며 5강권에 안착했다. 9월 막바지에 다소 주춤하면서 4위 자리를 탈환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막판 스퍼트로 SK의 추격을 따돌리면서 5강 티켓을 끝내 사수했다.

양 팀 사령탑의 리더십도 흥미를 자아낸다. 양상문 LG 감독과 김기태 기아 감독은 공교롭게도 LG의 전·현직 사령탑이라는 인연으로도 얽혀 있다. 김기태 감독은 2013년 당시 LG의 11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청산하고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2014년 시즌 초반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돌연 자진사임했는데 그 뒤를 이은 인물이 바로 지금의 양상문 감독이었다. 양 감독은 시즌 초반 꼴찌까지 추락했던 팀을 재건하여 그해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과 플레이오프행을 이끌었다.

김기태 감독은 2015년 기아의 지휘봉을 잡으며 현장에 복귀했고 2시즌 만에 팀을 가을야구에 복귀시키며 2013년 LG 시절에 이어 각기 다른 팀에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업적을 세웠다. 양상문 감독도 2014년에 이어 2년 만에 팀을 다시 한 번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LG 사령탑으로서 팀을 2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것은 1998년 천보성 감독 이후 무려 18년 만이다.

김기태와 양상문 두 감독 모두 올 시즌이 사령탑으로서는 개인 통산 2번째 가을야구 무대다. 나란히 플레이오프가 개인 최고성적이고 한국시리즈 진출 경험은 아직 없다. 시즌 중반까지 경기운영과 용병술 등을 두고 수많은 비판론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특유의 뚝심을 바탕으로 팀 재건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닮은 면이 많다.

양 팀 전력은 박빙, 마운드 총력전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선발투수로 데이비드 허프(LG 트윈스. 오른쪽)와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 왼쪽)의 '외국인 에이스 맞대결'이 성사됐다. 양상문 LG 감독과 김기태 KIA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각각 선발투수를 공개했다.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선발투수로 데이비드 허프(LG 트윈스. 오른쪽)와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 왼쪽)의 '외국인 에이스 맞대결'이 성사됐다. 양상문 LG 감독과 김기태 KIA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각각 선발투수를 공개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두 팀의 전력은 거의 박빙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과 분위기에서 아무래도 1승만 거두면 되는 LG의 근소한 우위가 예상된다. 시즌 상대 전적 역시 8승 1무 7패로 LG의 근소한 우위다.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차전 선발로 데이비드 허프를 일찌감치 내정했다. 시즌 대체 선수로 가세한 허프는 7승 2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하며 LG의 후반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특히 순위싸움이 절정에 달했던 9월 허프가 기아전에서 두 차례 등판하여 2경기 2승, 14.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26이라는 극강의 모습을 보인 점이 결정적이었다.

기아도 15승으로 팀내 최다승 투수인 헥터 노에시로 맞불을 놨다. 2승을 거둬야하는 기아로서는 원투펀치 헥터와 양현종 중 누구를 먼저 기용할지가 관심사였으니 김기태 감독은 헥터를 먼저 선택했다. 양현종이 2013년 이후 LG 킬러로 불릴만큼 강한 면모를 보였고 올해도 LG전에서도 2승 2패 평균자책점 2.41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허프와 두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한 것을 염두에 둔 듯한 결정이다.

헥터는 사실 LG전에서 1승 2패 자책점 4.15로 시즌 평균에 비하면 다소 부진했지만 김기태 감독은 헥터가 올 시즌 중요한 경기마다 강한 모습을 보여준 점을 높이 평가했다.

양 팀 모두 선발에 비하여 불펜은 다소 불안하다. LG는 임정우, 김지용, 정찬헌 등이 젊은 투수들이 버티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편이다. 마무리 경험이 있는 우규민, 봉중근 등이 와일드카드전에서 불펜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정규시즌 때부터 불펜이 약점이었던 기아는 마무리 임창용의 구위가 전성기만 못하다. 좌완 필승조 심동섭도 이번 아와일드카드전에서 제외됐다. 한승혁과 윤석민, 김진우 등이 허리싸움에서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다.

기아는 LG와의 대결을 앞두고 엔트리에 총 12명의 투수를 포함시키며 마운드 총력전을 예고했다. 반면 LG는 베테랑 이병규를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하고도 총 8명의 외야수를 뽑는 파격적인 엔트리로 타선 운용의 폭을 넓힌 것이 눈길을 끌었다.

타선은 기아가 장타력에서 팀 홈런 3위(170개)로 LG(118개·9위)보다 앞선다.하지만 팀 타율 9위(0.286)에서 보듯 정교함과 꾸준함은 다소 떨어진다. LG는 거포들은 부족하지만 팀 도루 3위(121개)-최저 병살(92개) 등에서 보듯 주루와 팀배팅에서는 상대적인 강점이 있다.

다만 수비는 두 팀 모두 올 시즌 의외의 실책으로 종종 허무하게 무너지는 경우에서 보듯이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포스트시즌은 그야말로 1~2점 차 승부이고 한 번의 분위기싸움에서 승패가 엇갈리는 경우도 많기에 정규시즌보다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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