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 동점골 6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 지동원이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 지동원 동점골 6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 지동원이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드디어 처음으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왔다.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먼 수원까지 가서 경기를 직관하고 온 보람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이겨서 더욱 기쁘다. 골도 많이 터져서 좋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저 느낌일 뿐. 분석해야할 것이 너무나 많다. 더군다나 경기 이후 쏟아지는 여러 언론과 여론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또한, 그 여론에 반응하는 슈틸리케 감독까지.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할까.

빛났던 순간 그리고 암울했던 순간

먼저 경기 내용을 살펴보자. 한국은 경기 시작하고 1분 만에 장현수가 슈팅을 기록했다. 유효 슛은 아니었지만 경기 초반부터 슛 기회를 가져갔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봐야 한다. 그만큼 공간이 열렸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 골은 전반 10분 만에 나왔다. 골이 들어가기까지 우리나라는 2번의 슛을 시도했는데 장현수와 정우영의 슛이었다. 곧바로 기성용이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면서 출발의 분위기가 너무나 좋았다.

그러나 4분 후, 홍정호의 페널티 박스 안 파울로 페널티킥을 허용했고 그것이 실점으로 연결됐다. 그 이후 카타르의 유효 슛이 나오면서 다시금 우리가 전열을 재정비하도록 했다. 계속해서 카타르에게 허리 싸움을 졌다. 한국은 기존에 사용했던 4-2-3-1의 전술이 아니라 4-1-4-1 전술을 들고 나왔다. 비교적 2선 미드필더에 배치된 기성용과 구자철이 앞으로 전진을 하니까 중앙에 정우영 혼자 남게 된 것이다. 정우영이 키도 크고 패스와 조율 능력이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허리와 측면 싸움을 하다 역습기회를 내줬고 홍정호가 태클해서 볼을 잡아내려고 했으나 너무 짧았고 그 볼을 카타르 공격진이 잡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혼전 상황을 만들어냈다. 결국, 그것이 카타르의 소리아에게 넘어가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것은 전적으로 우리 수비진의 잘못이다. 상대 공격진이 역습할 때 우리 수비진에는 5명이 있었고 페널티 박스 혼전 상황에서도 4명이 있었다. 상대 공격은 단 3명밖에 없었다. 이것은 우리의 집중력이 떨어진 것도 있고 실수도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더욱 적극적으로, 전투적으로 마크했어야 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석현준을 빼고 김신욱을 투입한 것이 가장 핵심이었다. 이것으로 한국 카타르 경기 설명을 끝낼 수 있다. 후반전 골은 비록 지동원과 손흥민이 넣었지만 사실상 김신욱이 없었다면 그 두 골도 없었다. 카타르 수비진과 헤딩 경합을 할 때 점프를 하지 않아도 볼을 따낼 제공권이었고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았다. 사실, 석현준의 차출 이유는 키도 크고 움직임도 좋고 스피드도 있어 다양한 공격 옵션을 만들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신욱은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마치 알 박히듯 박혀서 헤딩을 따내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석현준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인데, 석현준은 헤딩 경합보다는 움직임을 더 선호하여 차라리 김신욱이 카타르를 상대로 훨씬 유효했다.

전반전에서는 한국의 공격 패턴이 너무 뻔했다. 기성용이 풀어주고 공격진이 움직이는 것인데, 특히나 물오른 손흥민에게 롱패스를 해주는 것은 예상 가능한 공격 전술이었다. 이미 상대는 손흥민을 수비하는 전술을 들고 나왔고 예상했다. 그러므로 한국은 오히려 손흥민을 이용하기보다는 다른 선수들을 이용했어야 했는데 그 빈도가 너무 낮았다. 그래서 손흥민에게 들어가는 패스가 족족 잘린 것이다.

후반 12분과 14분, 지동원의 동점 골과 손흥민의 역전 골로 다행히 승리를 가져갔다. 솔직히 말해서 경기 MVP는 손흥민보다는 김신욱이나 기성용이 받았어야 했다. 결승 골의 비중이 큰 것은 인정하지만, 전체적인 팀 게임 내용으로 볼 때 기성용이 경기 조율, 템포 조절, 첫 골, 투지 넘치는 모습과 헌신. 경기를 볼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기성용의 활약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김신욱이 들어오고 경기가 완전히 바뀐 것은 김신욱의 존재감이 여실히 드러나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지동원도 한몫했다. 전반만 해도 드리블 돌파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는데 후반 들어 살아나는 움직임이었다. 본인의 위치인 오른쪽, 왼쪽 할 것 없이 양 사이드와 중앙을 오가며 패스를 연계해줬다. 그런 움직임이 동점 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김승규의 선방도 빛을 발했다. 그의 선방이 없었다면 우리는 무승부를 기록하거나 패배했을지도 모른다. 골키퍼 경쟁에서는 다른 선수들보다 김승규가 한 발 더 앞서 나간 것으로 보인다.

신승,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번 승리는 다행이지만 신승이다. 이제 아시아의 모든 나라의 축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경기력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카타르도 많이 누워있지는 않았다. 몇 차례 있었지만, 시리아에 비하면 빈도수가 적었다. 물론 우리가 앞서 나가고 있었기에 그랬던 거겠지만 2:1의 상황에서 아프다고 토로하는 선수는 몇 없었다.

우리가 압도적인 승리를 따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카타르가 오히려 앞서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퇴장을 당했다. 이런 흐름이라면 카타르 원정을 갔을 때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보장은이없다. 오히려 질 수 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마지막 경기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느 분위기에 흔들리면 안 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이 엄청난 상황에서 오히려 되받아쳤다.

"이런 분위기라면 이란에 가지 말아야 할 것 같다. 1명의 수적 열세에도 불과하고 우리가 승리를 따냈는데 응원하는 목소리는커녕 오히려 비난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반응도 이해할 수 있고, 슈틸리케 감독의 반응도 이해할 수 있다. 축구를 보는 팬의 입장에선 가슴 졸이며 봐야 했던 답답한 경기였으니 팬들의 입장도 수긍이 간다. 동시에 슈틸리케 감독이 토로하는 아쉬움 역시 이해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하나 되어야 할 시기에 내분으로 인한 혼란을 겪고 있어선 안 된다. 이제 최종예선 3차전이 끝났고 2승 1무이다. 다음 경기가 이란이라는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지만, 최종 10번째 경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인제 와서 감독을 경질하고 다른 감독을 선임하냐? 이것도 좋지 못하다. 답답하지만, 끝까지 우리 선수들과 감독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리고 온갖 비난이 오더라도 그것에 너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슈틸리케 감독도 조금은 냉정하고 침착해질 필요가 있다. 좀 더 프로다워야 한다.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선수 중 한 명이 홍정호일 텐데, 개인적으로 너무나 안타깝다. 중국으로 팀을 옮긴 후 엄청난 비난을 듣고 있는 상황이지만,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퇴장으로 인해 이란전에서 나올 수 없지만, 다음 대표팀에 차출되었을 때는 정말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차출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좌절해선 안 된다. 본인이 더욱 결자해지하는 정신으로 소속팀 경기든 대표팀 경기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기회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휘둘리면 답이 없다. 외부에서 들리는 것이 아닌 내부에서 들리는 잡음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먼저 우리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비난하고 싶어도, 비난을 받을지라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팀이 하나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단과 국민도 하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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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상훈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ang495)와 <빙글>, <스포탈코리아> '나만의 기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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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이식으로 상식을 뒤엎다라는 모토와 함께 상식축구라는 이름으로 축구 칼럼을 게시하고 있는 대학생 이상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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