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컵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파다르와 리쉘(오른쪽)

KOVO컵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파다르와 리쉘(오른쪽) ⓒ 박진철·IBK


실력은 지명 순이 아니었다. 프로배구 외국인 선수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다.

2016~2017 시즌 V리그는 외국인 선수를 남녀 모두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으로 선발했다. 그러나 KOVO(한국배구연맹)컵에서 선보인 외국인 선수에 대한 평가는 지명 순서와 크게 다르다.

대표적인 선수가 IBK기업은행의 리쉘(24세·184cm·레프트)이다. 미국 출신으로 지난 4월 트라이아웃 참가 당시 이름은 매디슨 킹던이었다. 그 후 결혼을 하면서 남편의 성을 따 리쉘로 바꾸게 됐다.

리쉘은 트라이아웃에서 맨 마지막(6순위)에 뽑힌 선수다. IBK기업은행이 지명을 하지 않았다면, 올 시즌 V리그에서 볼 수 없는 선수였다. 그러나 KOVO컵에서 선보인 리쉘의 기량은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공격 파워는 여자부 외국인 선수 중 최고였다. 공격 기술과 수비도 준수했다. IBK기업은행은 KOVO컵에서 2연승을 달리며 일찌감치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리쉘은 이미 유럽 리그에서도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였다. 지난 2015~2016 시즌 아제르바이잔 리그에서 아제라일 바쿠(Azerrail BAKU) 팀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소속 팀을 아제르바이잔 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고 MVP까지 수상했다. 2015~2016 유럽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해 팀의 주 공격수로 활약했다. 아제르바이잔 리그는 유럽 여자배구 리그 랭킹 순위에서 터키, 러시아, 폴란드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리그다.

그런 리쉘이 왜 트라이아웃에서는 맨 꼴찌로 IBK기업은행에 지명이 됐을까.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29일 기자와 통화에서 "저희도 원래는 장신의 공격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괜찮은 선수를 앞에서 다 뽑아가 버렸다"며 "남은 선수 중 장신이냐, 단신이지만 파워와 기본기가 좋은 리쉘이냐를 놓고 고민 끝에 낙점을 했다"고 밝혔다.

5순위로 지명된 GS칼텍스의 그레이(23세·187cm·라이트)도 지난 23일 현대건설과 첫 경기에서 양팀 통틀어 최다인 39득점(공격성공률 48.1%)을 퍼부었다. 29일 흥국생명 전에서도 35득점(공격성공률 53.3%)을 기록하며 강력한 돌풍을 예고했다.

높은 점프력으로 공격 타점이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격력도 묵직하고 안정감이 돋보였다. 어려운 볼을 잘 처리하고 범실이 적었다. 캐나다 출신인 그레이는 지난 시즌 미국 여자대학 배구 강팀인 브리검영 대학(BYU)의 주 공격수로 활약했다. 2014년에는 제니퍼 햄슨(201cm)과 함께 전미여자대학배구(NCAA) 준우승을 일궈냈다.

구슬 불운 우리카드, 무반응 한국전력 '함박웃음'

 일취월장한 바로티(한국전력)

일취월장한 바로티(한국전력) ⓒ 박진철


여자배구에 리쉘이 있다면, 남자배구에는 파다르(21세·197cm·라이트)가 대표적인 횡재 케이스이다.

파다르는 지난 5월 열린 남자부 트라이아웃에서 우리카드에 5순위로 지명됐다. 당초 우리카드는 확률 추첨상 1순위 지명이 유력했으나, 구슬의 장난으로 5순위까지 밀려나는 불운을 겪었다. 드래프트 현장에서 우리카드 관계자들의 표정은 초상집을 방불케 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선수가 파다르였다. 그러나 파다르는 지난 24일 삼성화재와 첫 경기에서 44득점(공격성공률 61.2%)을 올리며 강력한 데뷔전을 치렀다. 27일 상무전에서도 팀의 주 공격수로서 면모를 잘 보여주었다.

파다르도 유럽에서는 실력이 검증된 선수였다. 21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헝가리 국가대표팀의 주 공격수이다. 지난 시즌 벨기에 1부리그 Noliko MAASEIK 팀에서 활약하며 포스트시즌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최근 2년 연속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활약을 했다.

젊은 나이는 강력한 파워와 강인한 체력을 뒷받침해주는 장점으로 나타났다. 파다르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우리카드도 올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잔혹사를 마감하고 상위권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국전력의 바로티(26세·206cm·라이트)도 전문가와 팬들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 2013~2014 시즌 V리그에서 OK저축은행의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던 때보다 공격 결정력과 기량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다. 바로티도 트라이아웃에서는 3순위였다. 지명 당시 지금처럼 좋은 활약을 하리라고 기대한 전문가도 별로 없었다.

한국전력은 바로티에 대한 믿음과 다른 포지션 선수들까지 지난 시즌보다 경기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단숨에 V리그 우승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가스파리니 1순위 기지개... 보이치·타이스 국가대표 맹활약

1순위로 대한항공에 지명된 가스파리니(33세·202cm·라이트)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세계 정상급 공격수로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슬로베니아 대표팀의 주 공격수인 가스파리니는 지난 2015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슬로베니아를 준우승으로 이끌며 대이변을 연출했다. 득점왕까지 차지한 가스파리니는 당시 유럽 최강 팀과 최고의 선수들과 맞대결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었다. 지난 6월 열린 2016 월드리그에서도 슬로베니아를 3그룹 우승과 2그룹 승격으로 이끈 주역이었다.

아직 KOVO컵에서 선을 보이지 않은 외국인 선수도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K저축은행의 보이치(29세·201cm·레프트)는 지난 9월 15일~25일까지 펼쳐진 2017 유럽선수권 예선전에서 몬테네그로 국가대표팀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스페인과 경기에서는 혼자 28득점을 올렸다. 몬테네그로는 유럽선수권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보이치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보이치는 2016 월드리그에서 3그룹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삼성화재의 타이스(26세·205cm·레프트)도 이번 유럽선수권 예선전에서 네덜란드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타이스는 대회 초반 교체 멤버로 출전했지만, 막판 벨라루스와 터키 전에서는 팀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타이스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네덜란드는 E조 1위로 유럽선수권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보이치와 타이스는 팀 합류가 늦어진 만큼, 시즌이 지날수록 진가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소속 팀이 V리그 우승 경험이 있는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라는 점도 이점이다.

2016~2017 V리그는 남녀 모두 트라이아웃 외국인 선수가 뛰는 만큼 어느 해보다 의외의 변수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외국인 선수 대박을 터트린 구단은 어디일지 팬들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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