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12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두 번째 '1000만 영화'를 향해 질주 중인 김지운 감독의 <밀정>. 이 작품에는 김 감독과 나란히 4편의 영화를 함께한 두 명의 배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그의 페르소나로 거론되고 있는 배우 송강호와 이병헌이다.

송강호는 <밀정>에서 공유와 함께 주연배우로 출연, 시대가 내몰아 경계에 설 수밖에 없었던 남자 이정출을 연기했다. 이중스파이의 복잡하고도 다양한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박희순과 특별출연에 이름을 올린 이병헌. 박희순이 강렬한 오프닝을 책임졌다면, 이병헌은 의열단장 정채산을 연기하며 특별 출연 이상의 것을 보여주었다. 이병헌은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명대사를 남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어디에 올려야 할지를 결정할 때가 옵니다. 이 동지는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어떻게 올리겠습니까? 앞으로 내 시간을 이 동지에게 맡깁니다."

이병헌은 <밀정>의 마지막 해설도 처리하며, 그가 왜 김지운의 페르소나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자. 김지운 감독의 페르소나를 단 한 명만 뽑는다면 누구일까?

[송강호] 인간적 매력을 지닌 웃음의 페르소나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에게 '웃음'의 페르소나인 것처럼 보인다.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에게 '웃음'의 페르소나인 것처럼 보인다.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주)


김지운 감독의 두 배우 쓰임은 확연히 다르다.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에게 평범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웃음'의 페르소나이다.

둘이 함께한 첫 영화부터 그 색깔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으로 잔혹코믹극을 표방했던 <조용한 가족>을 떠올려보자. 당시 송강호는 폭력전과자 아들 '영민'역을 맡아 엉뚱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처음으로 주연 배우라는 책임감을 짊어지고 1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이어서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반칙왕>으로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 이병헌·정우성과 주연을 맡았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어떤가. 두 작품 모두 송강호는 인상적인 슬랩스틱 코믹연기를 선보였다. 또한, 누아르의 분위가 풍만한 <밀정> 속 기차 시퀀스에서도, 공유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며 적지 않은 웃음을 만들어 냈다.

산장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들을 암매장하는 '영민', 직장 상사에게 괴롭힘당하는 은행원 '대호', 돈에 눈이 먼 '이상한 놈' 그리고 출세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조국도 버린 일본 경부 이정출까지….

세상에 타협할 줄 아는 적당한 속물근성을 지녔으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김지운은 송강호에게 맡겼다. 동시에 관객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역할로 주로 활용하고 있다.

[이병헌] 멋진 남성적 캐릭터와 복수의 페르소나

 김지운 감독의 작품에 여러 차례 함께하는 이병헌이지만, 그가 보여주는 색깔은 송강호와 완전히 다르다.

김지운 감독의 작품에 여러 차례 함께하는 이병헌이지만, 그가 보여주는 색깔은 송강호와 완전히 다르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이제 이병헌을 살펴보자. 송강호와는 정말 판이하다. 김지운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서 시종일관 이병헌을 카리스마 있는 남성적 캐릭터이자 복수의 페르소나로 활용하고 있다.

이병헌은 김지운 감독의 4번째 작품이자 두 사람 모두를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에 입성시켜 주었던 누아르 <달콤한 인생>에 출연했다. 배우 이병헌과 김지운 감독의 첫 호흡이었다.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에서 7년을 헌신했음에도 지시를 어겼단 이유로 보스 강사장(김영철)에게 버림받고, 이후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와 복수하는 '선우'를 연기했다. 이병헌은 이 역으로 2006년 백상예술대상, 춘사영화상, 한국평론가협회상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달콤한 인생>에 이어 곧바로 함께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도 이병헌은 강렬했다. 자신의 손가락을 앗아간 '손가락 귀신'에게 복수할 날만을 기다리는 마적단 두목 '박창이'로 출연하여, 악역으로의 연기 변신을 멋지게 소화했었다.

이병헌에게 4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대상'을 거머쥐게 해주었던 김지운 감독과의 세 번째 만남 <악마를 보았다>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에서 이병헌은 약혼녀를 잔혹하게 죽인 '장경철'(최민식)에게 처절한 복수를 감행하는 국정원 경호원 '김수현'으로 나와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최근 개봉한 <밀정>에서도 이병헌은 나라를 빼앗은 일본을 향해 폭력 무장 투쟁을 선도하는 의열단 단장 '정채산'을 맡아 재치 있고 강단 있는 리더의 매력을 뽐냈다.

이렇게 김지운 감독은 이병헌을 깔끔한 일 처리로 보스에게 신뢰받는 조직의 중간보스, 카리스마 넘치는 마적단 두목, 영민하면서도 강단 있는 독립운동 조직의 수장까지 선이 굵은 역할을 맡기는 한편, 복수의 화신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결론은?

 벌써 네 번째 김지운 작품에 출연한 이병헌. 김지운의 페르소나에 더 적합한 건 그일지 모른다.

벌써 네 번째 김지운 작품에 출연한 이병헌. 김지운의 페르소나에 더 적합한 건 그일지 모른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자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두 배우 중 단 한 명을 페르소나로 골라야 한다면 누굴 골라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이병헌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김지운 감독이 네 차례의 주연 자리를 맡겼던 배우가 송강호이긴 하지만, 송강호는 박찬욱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박쥐>까지 단편영화를 포함 총 다섯 작품을 함께했으며, 봉준호 감독과는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를 함께했다. 김지운 보다는 봉준호의 페르소나라는 인상이 더 깊이 각인되어 있다.

이와 달리 이병헌은 김지운 감독을 제외하면 다작을 한 감독을 찾아보기 힘들다. <달콤한 인생>을 시작으로 <밀정>까지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한국영화 네 편 연속 모두 출연하며, 김지운 감독 머릿속에 항상 존재하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어쩌면 출연작마다 김지운 감독이 이병헌을 멋지게 그려내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재미있게도 김지운 감독의 차기작 <인랑>의 주연에는 두 배우가 아닌 '강동원'이 물망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 주인공 중에 송강호와 이병헌이 모두 빠지는 건 아마도 처음일 듯하다. (<장화, 홍련>은 사실상 임수정 단독 주연작으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미스터리 호러물로 알려진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복귀작에서, 만약 주요 배역 중 동양 배우가 등장한다면? 할리우드에서 자기만의 자리를 확고하게 잡아가고 있는 이병헌이 그 주인공이 아닐지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지운의 페르소나 이병헌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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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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