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역대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올해가장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부상했다.

니퍼트는 18일 kt와의 수원 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 피칭으로 팀의 11-1 대승을 이끌었다. 시즌 21승(3패)째, 8월 9일 기아전 이후 최근 8경기 연속 선발승의 기록도 이어갔다. 두산은 최근 팀 7연승을 내달리며 88승 1무 46패를 기록, 정규시즌 우승을 향한 매직넘버를 '3'으로 줄였다.

니퍼트는 올 시즌 투수 다관왕이 유력하다. 다승 부문에서 니퍼트에 이어 2위인 팀동료 마이클 보우덴(16승)과는 무려 5승 차이이고, 평균자책점(2.92), 승률(87.5%) 부문에서도 모두 부동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탈삼진(137개)에서는 4위에 올라있지만 1위 보우덴(144개)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막판 뒤집기도 노려볼 만하다.

니퍼트, 생애 최고의 한 해

 7연승으로 선발 20승 등정을 노리는 두산 에이스 니퍼트

두산의 에이스 니퍼트. ⓒ 두산 베어스


이미 KBO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니퍼트는 정작 화려한 경력에 비하여 그동안 무관의 제왕으로 불릴 만큼 개인 타이틀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KBO 데뷔 첫해인 2011시즌 평균자책점 2.55, 탈삼진 150개를 기록했지만 당시 '트리플크라운(승리·평균자책점·탈삼진)'을 달성한 기아 윤석민에 가려서 모두 2인자에 만족해야 했다.

니퍼트는 지난 시즌 부상으로 인하여 정규시즌에서 20경기 90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치며 6승 5패, 자책점 5.10로 부진했다. 니퍼트의 KBO 데뷔 이래 최악의 성적이었다. 자연히 기량 하락과 노쇠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 환상적인 활약으로 부활하여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건재를 과시하기는 했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약간의 우려는 남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니퍼트는 보란 듯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미 앞선 등판에서 KBO 역대 최소 경기(25경기)-외국인 투수 최고령 20승 기록을 가뿐히 경신한 데 이어 자신의 역대 최다승 기록을 끊임없이 늘려나가고 있다. 몇 년째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KBO에서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도 니퍼트가 유일하다.

니퍼트는 이제 다니엘 리오스의 외국인 최다승 기록에도 근접하고 있다. KBO 역대 외국인 투수 단일시즌 최다승 기록은 2007년 리오스가 세웠던 22승이다. 통산 외국인 최다승 1위 역시 리오스가 기록한 90승이다. 하지만 리오스가 이듬해 KBO를 떠나 일본 진출 이후 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되며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꺼려지는 기록이 됐다.

두산이 현재 9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니퍼트는 약 1~2차례 정도 더 등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23승으로 리오스의 기록을 뛰어넘어 토종과 외국인을 통틀어 '밀레니엄(21세기) 이후 최다승 투수'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 다만 두산이 정규시즌 우승을 거의 확정지었고, 니퍼트도 이미 다승왕 등 개인 타이틀을 사실상 확보 한 상황이라 굳이 무리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니퍼트가 남은 경기에서 최소한 1승만 더 거둬도 리오스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며, 역대 KBO 외국인 투수로서는 두 번째로 통산 80승 고지에 등극할 수 있다. 니퍼트는 현재 KBO에서 79승을 거두고 있다. 내년에도 이변이 없는 한 니퍼트가 KBO에서 활약한다고 했을 때, 두 자릿수 승리 이상을 거둔다면 리오스의 통산 최다승 기록마저도 뛰어넘을 수 있다.

정규시즌 우승 앞둔 두산, 니퍼트 MVP 예약

니퍼트가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내친김에 올해 MVP까지 석권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만일 니퍼트가 MVP를 수상한다면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네 번째(타이론 우즈, 다니엘 리오스, 에릭 테임즈), 투수로는 리오스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이미 지난해 에릭 테임즈(NC)가 MVP에 오른 바 있어서 KBO 역대 최초로 2년 연속 외국인 MVP가 배출될지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테임즈는 지난해 프로야구 최초 40홈런-40도루 달성과 타격 4관왕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여 4년 연속 홈런왕을 기록한 박병호를 불과 6표 차로 제치고 MVP를 품에 안은 바 있다. 올 시즌 의 니퍼트 역시 투수 중에서는 단연 압도적인 개인성적을 올리고 있는 데다, 소속팀 두산이 역대급 성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프리미엄이 될 만하다.

올 시즌 니퍼트의 경쟁자가 될 만한 선수는 타자 중에서 테임즈와 최형우(삼성) 정도다. 테임즈는 2년 연속 40홈런을 돌파하며 홈런왕 등극이 유력하지만 MVP를 차지했던 지난 시즌에 비하면 전반적인 기록이 약간 하락했다. 최형우는 타율과 타점 부문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으나 팀 성적이 9위로 추락하며 가을야구 진출이 멀어진 것이 마이너스 요소다. KBO 역사상 포스트시즌 탈락팀에서 MVP가 배출된 것은 2005년 손민한(당시 롯데)과 2012년 박병호 뿐이다. 사실상 MVP로서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니퍼트의 수상은 거의 예약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느덧 성공한 장수 외국인 선수의 상징이 된 니퍼트는 두산을 넘어 프로야구 팬들에게 웬만한 국내 선수 이상가는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됐다. 지난 1월 한국인 여성과 결혼을 하며 별명도 종전의 니느님에서 '니서방'으로 통할 만큼 한국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 선수로서 뛰어난 기량은 물론이고 모범적인 인성까지 갖춰서 다가오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니퍼트를 한국 국가대표로 발탁했으면 좋겠다는 여론도 일부 나올 정도다. 실현 가능성 유무를 떠나 그만큼 니퍼트가 국내 야구계와 팬들에게 폭넓게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외국인 선수라는 구분이 아닌 그저 'KBO의 레전드'라는 수식어만으로 충분한 니퍼트의 위대한 도전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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