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월드그랑프리대회 모습 (경기도 화성체육관)

2014년 월드그랑프리대회 모습 (경기도 화성체육관) ⓒ 대한배구협회


"회식자리에서 그랑프리 출전 등을 건의했다."

지난 8월 25일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은 서울 시내 고급 중식당에서 서병문 대한민국배구협회(아래 협회) 회장이 주최한 선수단 회식 겸 해단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서 회장은 선수들에게 협회에 건의 사항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연경 선수는 월드그랑프리(World Grand Prix) 대회 출전을 건의했다. 김연경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한 달도 채 안된 15일. 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여자배구가 2년간의 공백 끝에 2017년 월드그랑프리 대회에 복귀하게 됐다고 밝혔다.

월드그랑프리 대회는 세계랭킹 점수가 주어지기 때문에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대회와 함께 4대 국제대회에 속한다.

한국서 폴란드·체코·카자흐스탄과 맞대결

14일 스위스 로잔에서 개최된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위원회에서 한국은 폴란드, 독일, 크로아티아 등 유럽의 강호를 포함한 12팀으로 구성된 2그룹에 편성됐다.

한국은 2017년 7월 7~9일까지 불가리아에서 불가리아, 독일, 카자흐스탄과 예선 라운드 1주차 원정 경기를 갖는다. 그리고 7월 14~16일까지 폴란드에서 폴란드, 아르헨티나, 페루와 2주차 원정 경기를 치른다.

마지막 3주차 경기는 한국에서 7월 21~23일까지 폴란드, 체코, 카자흐스탄과 경기를 펼친다. 2그룹 결선 라운드는 7월 28~30일까지 열리는데, 현재 체코, 독일, 폴란드가 개최국 신청을 한 상태다.

한국 남자배구가 출전하는 월드리그(World League)는 2017년 6월 2~4일까지 한국에서 체코, 슬로베니아, 핀란드와 예선 라운드 1주차 경기를 갖는다. 그리고 6월 9~11일까지 일본에서 일본, 슬로베니아, 터키와 2주차 원정 경기를 치른다. 마지막 3주차는 6월 16~18일까지 체코에서 체코, 네덜란드, 슬로바키아와 원정 경기를 펼친다. 2그룹 결선 라운드는 6월 23~25일까지 열리는데, 현재 호주가 단독으로 개최국 신청을 한 상태다.

이로써 내년에 한국에게 중요한 국제대회가 남자배구 월드리그, 여자배구 월드그랑프리 대회와 남녀 세계선수권 예선전으로 늘어났다.

돈 없어 출전 못한 월드그랑프리 복귀까지

 2014년 월드그랑프리 대회 '만원 관중' (경기도 화성체육관)

2014년 월드그랑프리 대회 '만원 관중' (경기도 화성체육관) ⓒ 대한배구협회


여자배구 월드그랑프리 대회는 지난 리우 올림픽 이후 큰 논란이 된 대표팀 부질 지원의 한 사례였다. 남자배구 월드리그는 출전하면서 여자배구 월드그랑프리는 돈이 없어서 출전을 포기했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일부 언론은 한국이 FIVB로부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출장 금지(suspend) 조치를 받았고, 한국이 2018년에 다시 이 대회에 참가할 때는 3그룹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FIVB로부터 징계를 받았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월드그랑프리 불참은 참가 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돈이 없어서 출전을 못 했다는 건 사실이다. 월드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하려면 각국 협회는 2억 원에 달하는 참가비를 내야 한다. 또한 반드시 자국에서 실시하는 경기 전부를 TV로 생중계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2억 원의 참가비를 내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출전을 포기했다. 그리고 여자 프로배구 구단들도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었다. 감히 불출전을 청하지는 않으나 내심 바라는 바였다.

V리그 6개월 동안 대장정을 마친 선수들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려면 충분한 휴식과 재활 기간이 필요한데, 월드그랑프리 대회는 한 달 동안 해외 장거리 원정 경기 등 강행군을 하기 때문이다. 소속팀 선수가 국가대표로 빠져 있는 기간이 길면, 구단의 리그 준비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도 월그드랑프리 대회를 반겨하지 않은 이유이다.

그러나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연경 선수는 한국 배구가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세계 강호들과 경기를 많이 치러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주요 국제대회를 멀리하면 할수록 한국 배구는 우물 안 개구리가 돼 세계 수준과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리우 올림픽에서도 뼈지리게 목도했다.

한국이 다시 월드그랑프리 대회에 복귀하는 데는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배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진 것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배구는 배구 역사상 가장 큰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지상파 방송 3사는 한국 팀의 전 경기를 동시 생중계했다. 전 경기 3사 합계 평균시청률도 20%(닐슨코리아)에 달했다. TV 중계 면에서도 이제는 흥행이 보장된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복귀하게 된 월드그랑프리 대회. 이제 남은 건 철저한 준비다. 무엇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임하느냐가 중요하다.

중학생 정호영, 리우 금메달 장창닝 앞에서 공격 득점

 왼쪽부터 도수빈(165cm), 김주향(182cm), 정호영(189cm)

왼쪽부터 도수빈(165cm), 김주향(182cm), 정호영(189cm) ⓒ 박진철


한편,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유망주 위주로 출전한 여자배구 AVC컵 대회에서 한국은 14일 중국에게 세트 스코어 0-3(17-25 14-25 16-25)으로 완패했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이 크게 열세인 상태에서 한국의 유망주들이 생각보다 잘했다는 평가다. 성인 국가대표 경험이 전혀 없는 어린 선수들이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중국을 괴롭혔다.

세계 최강인 중국은 이번 AVC컵 대회에 장창닝, 공시앙유 등 리우 올림픽 금메달 주역 중 2명이 합류했다. 그리고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장사오야와 그랑프리 대표팀의 왕나까지 참가했다. 평균 신장도 185㎝로 한국(178㎝)보다 7㎝가 더 크다. 190㎝ 넘는 선수도 3명이나 된다. 하지만 한국은 189㎝의 정호영(광주체육중)이 최장신 선수였다.

이 날 경기에서 한국은 이영(GS칼텍스)이 팀 최다 득점인 11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다. 2016~2017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흥국생명에 지명된 유서연(선명여고)은 공수에서 알토란 활약을 펼치며 9점을 기록했다. 같은 흥국생명에 지명된 도수빈 리베로도 준수한 활약을 했다.

막내 정호영(광주체중3)은 3세트에 선발 출전해 생애 첫 성인 대표팀 득점을 올리는 등 2점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의 리우 올림픽 금메달 주역인 장창닝(193cm)과 맞대결에서 높은 점프력으로 공격 득점을 성공시킨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정호영의 점프력과 체공력은 중학생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당장 프로 무대에 가도 공격 타점만큼은 전체 3위 안에 들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키가 계속 자라고 있어서 일부러 웨이트트레이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공격 파워가 약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시기에 이르면, 지금보다 강력한 공격수가 되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그랑프리 올림픽 김연경 V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