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공사 공격 듀오 한수지와 지민경. 그리고 AVC컵 대표팀 라이트 정호영(오른쪽)

인삼공사 공격 듀오 한수지와 지민경. 그리고 AVC컵 대표팀 라이트 정호영(오른쪽) ⓒ 박진철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보다. 지난 9일 진천선수촌 배구장의 광경이 그랬다. 여자배구 AVC컵 대표팀과 프로팀 KGC인삼공사의 연습경기는 말 그대로 동병상련, 새옹지마, 환골탈태의 장이었다.

일단 어렵다. 그 점에서 동병상련이다. AVC컵 대표팀은 감독 선임부터 늦어졌고, 훈련 기간마저 일주일이 채 안 됐다. 선수들은 지난 5일 저녁 진천선수촌에 모여 12일 아침 결전의 장소인 베트남으로 떠났다. 한국은 14일 중국, 15일 카자흐스탄, 16일 일본과 대결한다.

1군 멤버인 리우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도 피로와 KOVO컵 대회 준비로 모두 빠졌다. 때문에 중·고교와 프로팀의 유망주로만 구성됐다.

반면, 중국은 이번 AVC컵 대표팀에 장창닝(22세·193cm), 공시앙규(20세·186cm·라이트) 등 리우 올림픽 금메달 주역을 일부 포함했다. 일본은 리우 올림픽 멤버는 없지만 23세 이하 대표팀을 주축으로 1.5군이 출전한다. 태국도 대표팀 1군 선수가 4명 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선수들에게 너무도 벅찬 상대들이다.

인삼공사는 팀의 레프트 주전이었던 백목화와 이연주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한꺼번에 팀을 떠났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받아 선발했던 외국인 선수마저 개인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교체를 했다.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다가 졸지에 7순위 이하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게 된 셈이다.

중학생 정호영, 성장세 쑥쑥 vs. 장신 공격수 대거 합류

 AVC컵 여자배구 대표팀 연습경기 장면

AVC컵 여자배구 대표팀 연습경기 장면 ⓒ 박진철


그러나 새옹지마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오르는 법이다. 한국은 이번 AVC컵 대회에서 어린 유망주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쌓게 하고,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뛸 수 있는 신예 대표급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게 핵심 목표이다.

그런 측면에서 상대 팀들의 선수 구성은 최상의 조건이다. 세계 수준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승패를 떠나 정상급 선수들과 직접 대결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최연소 국가대표인 정호영의 성장세가 돋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중학교 3학년이 벌써 국가대표 주전 라이트를 넘보고 있다. 김철용 감독은 지난 9일 진천선수촌을 찾은 기자와 대화에서 정호영의 성장과 가능성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사실 처음에는 정호영을 교체 선수 정도로 생각했다"면서 "블로킹이 높고 강한 상대와 대결할 때는 정호영을 선발 라이트로 투입해서 국제대회 경험을 충분히 쌓게 해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호영의 점프력·체공력·습득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장윤희 대표팀 코치도 "잘만 키우면 진짜 제2의 김연경처럼 될 가능성이 보인다"며 "배구협회와 프로배구연맹(KOVO)이 특별 관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그는 또 "정호영 외에도 눈에 띄는 선수가 더 있다"며 도수빈 리베로, 공수를 겸비한 유서연, 센터 공격수 김주향 등을 꼽았다.

정호영·지민경, 2개월 만에 '막내-주공격수' 자리바꿈

 KGC인삼공사 '작전 타임'

KGC인삼공사 '작전 타임' ⓒ 박진철


서남원 인삼공사 감독은 지난 7일 열린 2016~2017시즌 여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횡재를 했다.

가장 취약한 레프트 포지션에 청소년 대표팀의 주 공격수였던 지민경(184cm·선명여고)과 AVC컵 대표팀의 박세윤(178cm·중앙여고)을 얻었다. 청소년과 AVC컵 대표인 이선정(182cm·선명여고)까지 지명 기회가 찾아오면서 문명화, 유희옥과 함께 센터진 운용에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 장신의 신인 공격수들이 합류하면서 팀 이미지 개선과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민경은 이날 연습경기에서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고 프로팀 소속으로 첫 경기를 치렀다. 잠시 짬을 내 경기를 지켜본 김남성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지민경이 프로에서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호평을 했다. 서남원 감독도 흡족한 표정이었다.

공교롭게도 지민경이 상대한 AVC컵 대표팀에는 지난 7월 아시아 청소년(U19)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정호영, 유서연, 이선정, 김주향, 하효림이 있었다.

당시 정호영은 가뭄에 콩 나듯 간간이 투입되는 막내에 불과했다. 불과 2개월 전의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 정호영은 국가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지민경은 프로팀 막내로 맞대결을 펼쳤다.

파이프 공격하는 한수지 세터

그리고 환골탈태다. 이날 인삼공사 경기를 지켜본 배구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선수가 있었다. 한수지 세터(28세·182cm)였다. 외국인 선수가 잘 안 풀릴 때를 대비해 라이트, 센터까지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로 변신 중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몸놀림과 공격 스피드가 빠르고, 파워도 실려 있었다. 한국 여자배구 선수가 거의 하지 않는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까지 선보이기도 했다. 세터 출신이기 때문에 2단 연결 상황에서도 큰 보탬이 된다. 김남성 감독은 "한수지는 진작 공격수를 해야 했던 선수 같다"고 촌평했다. 장영은도 센터에서 레프트로 포지션 변경을 했다.
한동안 우울했던 서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 이후 웃음기가 돌기 시작했다. 선수단 분위기도 급격히 좋아졌다고 한다. 외국인 선수 교체 때만 해도 사실상 '꼴찌 예약 팀'이었던 인삼공사가 이제는 유쾌한 반란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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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모양이 틀려도 왜곡되지 않게끔 사각형 우리 삶의 모습을, 동그란 렌즈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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