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은메달 릴레사가 'X'를 그린 까닭은?  (리우데자네이루 EPA=연합뉴스) 에티오피아의 페이사 릴레사(26)가 2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마라톤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두 팔을 엇갈려 'X'를 그려 보이고 있다. 릴레사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을 반대하는 의미다. 나는 평화적인 시위를 펼치는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 마라톤 은메달 릴레사가 'X'를 그린 까닭은? 에티오피아의 페이사 릴레사(26)가 지난 8월 2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마라톤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두 팔을 엇갈려 'X'를 그려 보이고 있다. 릴레사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을 반대하는 의미다. 나는 평화적인 시위를 펼치는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올림픽에서 반정부 세리머니를 펼친 에티오피아 마라토너가 미국으로 망명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은 10일(현지시각)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마라톤 은메달리스트 페이사 릴레사가 미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망명을 도운 관계자는 릴레사가 다음 주 공식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릴레사는 지난달 리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두 팔을 엇갈려 'X'를 그렸다. 그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폭력 진압을 비판하는 시위라며 시상식과 기자회견에서도 똑같은 세리머니를 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전체 인구의 25%에 달하는 최대 부족인 오로모족이 사는 지역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편입하기로 결정하고 강제 이주를 진행했다. 하지만 오로모족이 반발하자 폭력 진압에 나섰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정부의 폭력 진압으로 오로모족 400여 명이 사망했고, 수천 명이 다쳤다. 오로모족은 두 팔로 'X'를 그리며 폭력 진압에 항의했고, 오모로족 출신인 릴레사도 동참한 것이다.

릴레사 "에티오피아 정부, 믿을 수 없다"

릴레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에티오피아 정부는 오로모족의 땅과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라며 "올림픽이 에티오피아의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에티오피아로 돌아가면 사형당하거나 감옥에 갇힐 것"이라고 외국으로의 망명 의사를 밝혔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자 에티오피아 정부는 "릴레사는 안심하고 귀국해도 된다"라며 "에티오피아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릴레사는 "에티오피아 정부는 늘 그래왔다"라며 "죽이지 않겠다고 하고 죽였고, 투옥하지 않겠다며 하고 투옥했다"라고 명망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에티오피아 선수단의 귀국 항공기에 탑승하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릴레사와 가족의 망명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크라우드 펀딩)을 벌여 약 15만 달러(약 1억6000만 원)를 모았고, 미국 정부는 "전 세계 국가들이 자신의 의견을 평화적으로 표현할 권리를 존중하기 바란다"라며 릴레사의 망명을 우회적으로 승인했다.

올림픽에서 모든 정치·종교·상업적 선전을 엄격히 금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릴레사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지만, 메달은 박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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