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마무리 지난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KIA 마무리 투수 임창용이 9회 초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지난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KIA 마무리 투수 임창용이 9회 초에 등판해 공을 뿌리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 스포츠에서 스타를 바라보는 열성 팬들의 시선은 누구보다도 가깝다. 스타플레이어 입장에서야 수많은 팬을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지만, 팬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를 아주 친밀하게 여긴다.

직접 경기를 뛸 수는 없지만, 단순한 응원을 넘어 깊은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응원팀이나 응원하는 선수의 성적에 따라 당일 컨디션이 달라질 정도다. 오랜 시간 동안 정서적 교감까지 쌓였기 때문이다. 이런 열성적인 팬들 덕분에 프로 스포츠와 선수가 존재한다고도 할 수 있다.

많은 관심을 두고 있기에 팬들은 스타의 작은 행보에도 일희일비한다. 펄펄 날며 팀을 승리로 이끌면 펄쩍 뛰며 기뻐하고, 늦은 밤까지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선수의 기록을 점검하는 팬도 적지 않다. 스타를 또 다른 가족이라 생각하기에 그들을 위해 지갑을 열고 시간을 투자해 경기장을 찾아 이름을 불러준다. 프로팀과 스타가 팬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이유다.

경기 외적인 사고, 열성팬은 억장이 무너진다

팬들이 가장 크게 상처받는 순간 중 하나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사고를 쳤을 때다.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우상 같은 존재인 만큼, 그들이 사고에 휘말리는 순간 받는 충격은 매우 크다. 특히 경기 외적인 부분으로 사고를 치게 되면 그 충격이 배가 되어,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겪게 된다. 해당 선수의 안티 팬은 극심한 비난을 쏟아내고, 극렬한 팬들은 일방적인 옹호만 하게 된다. 선수의 사소한 부분까지도 팬들 간 SNS 논쟁의 불씨가 되기 일쑤다. 하물며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행위를 한 경우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특히 해당 선수들을 내 가족, 친구처럼 생각했던 만큼 그들에게 쏟아지는 화살을 마치 자신이 직접 맞은 것처럼 아프다. 그래서 많은 팬이 있는 스타들은 더더욱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심지어 롤 모델로 삼고 있는 팬들이 많은 만큼 일상생활에서 더욱 조심하고 감정 제어에도 유의해야 한다. '나도 사람이다'라는 흔한 심정 고백보다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만들어준 팬들에게 대한 고마움을 항상 먼저 생각해야 한다.

최근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40·KIA 타이거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27일 있었던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9회 초 2루 주자 오재원에게 위협성 견제구를 던졌다. 이 행동은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으며 즉각 논란이 됐다. 단순 실수로 보기에는 고의성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 여럿 있었다.

팽팽한 경기가 진행되던 상황이었던지라 자칫하면 역전패를 초래할 뻔했다. 개인은 물론 소속팀 KIA에도 이미지적인 부분에서 상처를 안기고 말았다. 만약 오재원이 맞고 다치기라도 하는 상황까지 이어졌을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것이 분명하다.

워낙 흔치 않은 사고였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사과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컸다. 설사 정말 오해였다고 하더라도, 그 현장에서 오재원에게 사과하고 빠른 사태 수습에 나섰어야 깔끔하게 매조 되었을 것이다. 더욱이 사고를 일으킨 선수가 임창용이라는 점에서 일부 야구팬들은 더욱 흥분했다.

어렵게 돌아온 임창용, 팬 기대 저버리지 말아야

그는 올 시즌 어렵사리 프로야구판에 돌아왔다. 불법 해외원정도박으로 인해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상태에서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됐다. 자칫하면 선수생활 말년을 최악으로 마무리할 뻔했지만, 다행히 친정팀 KIA에서 그를 받아줬다.

KIA 팬들에게 임창용은 가장 아픈 손가락 중 하나다. 가난했던 해태 시절,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양준혁, 곽채진, 황두성 등 선수 3명에 현금 20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삼성에 팔리듯 넘어가고 말았다. 그래서 KIA 팬들은 18년 만에 돌아온 임창용을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임창용 역시 연봉 3억 원을 전액 기부하며 달라진 마음으로 고향 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 만큼 야구팬들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임창용을 응원했던 KIA 팬들의 상처가 깊다. 임창용은 그간 여러 번 좋지 않은 일로 구설에 오르며 '악동'으로 낙인찍혔다. 같은 행동을 해도 임창용이 하면, 전례가 있으므로 보다 격렬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본인 역시 적지 않은 나이인 만큼 이 부분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임창용은 혼자가 아니다. 그간 여러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여전히 그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팬이 많다. 그러한 팬들을 끝까지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 KBO는 임창용에게 출장정지 3경기와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처벌의 수위에 대한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처벌 기간과 상관없이, 임창용은 은퇴하는 순간까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더욱 처신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KBO의 처벌에는 기간이 있지만, 팬들의 용서에는 기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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