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공격수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이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1·2차전 소집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은 석현준을 9월 1일 홈에서 열리는 중국전에는 차출하지 않고 6일 시리아 원정에서만 소집할 계획이었다. 석현준이 올시즌 포르투갈 FC 포르투에서 터키 트라브존으로 임대 이적하면서 소속팀 적응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다. 

하지만 당초 중립지역에서 벌어질 예정이던 시리아전의 개최장소가 레바논에서 마카오로 다시 변경됨에 따라 상황이 또 다시 바뀌었다. 터키와 마카오까지의 항공 이동거리의 어려움과 컨디션 관리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수 보호 차원에서 아예 석현준을 제외하는 결단을 내린 것.

석현준은 이미 지난 여름 리우 올림픽 와일드카드로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된 바 있고 대회 이후 쉴 틈 없이 터키로 이적하여 유럽과 남미를 넘나들어야 했다.

  제31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올림픽 축구대표팀 석현준이 23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상파울루 주 버본 아치바이아 리조트 호텔 간이구장에서 열린 공격조 훈련에서 슈팅을 하고 있다. 2016.7.24

지난 7월 23일 리우 올림픽 축구 조별리그를 앞두고 석현준이 브라질 상파울루 주 버본 아치바이아 리조트 호텔 간이구장에서 열린 공격조 훈련에서 슈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수의 입장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는 충분히 납득 가능하지만, 한편으로 경기의 중요성과 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다소 위험한 선택인 것도 사실이다. 진짜 문제는 대표팀이 석현준의 대체 공격수를 추가로 발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서 처음부터 정통 공격수 자원을 단 2명밖에 뽑지 않았다. 석현준이 빠지게 되면서 이제 대표팀 엔트리에 남은 공격수는 황희찬(잘츠부르크) 뿐이다.

황희찬은 리우 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 석현준마저 제치고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을 만큼 그 기량과 성장세를 인정받은 유망주다. 석현준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원톱으로서 황희찬은 공간 침투 능력과 드리블이 좋고 연계플레이 능력까지 다재다능한 역량을 갖췄다. 어린 나이에도 웬만해서는 주눅들지 않는 배짱과 영리함도 매력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에서 상대 뒷공간을 침투하는 공략법을 염두에 두고 황희찬을 발탁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희찬은 A매치 경험이 없다. 이미 23세 이하인 올림픽팀에서도 막내였던 황희찬은 성인대표팀에서도 당연히 막내인 어린 선수다. 아무리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충분히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라도 해도 성인대표팀 무대는 다를 수 있다.

또한 석현준과 비교하면, 황희찬 역시 유럽파이고 얼마 전 리우 올림픽에도 출전했던 것을 감안할 때 선수보호 차원이라든지 소속팀간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결정이다.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교보생명빌딩 컨벤션홀에서 2018국제축구연맹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교보생명빌딩 컨벤션홀에서 2018국제축구연맹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대항전은 그 특성상 변수가 많다. 특히 경험의 차이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시아 무대에서 강팀인 한국은 항상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와 밀집 수비를 극복해야 하고 이는 어린 공격수에게 결코 녹록치 않은 환경이다. 특히 첫 경기 상대인 중국은 유난히 거친 플레이로 상대를 흔들어 놓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팀이기도 하다.

만일 황희찬이 1순위가 아니거나 혹은 부진할 경우. 공격수로 활용 가능한 대안은 손흥민(토트넘)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있다. 두 선수 모두 대표팀에서 최전방과 2선까지 두루 소화해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슈틸리케호 최다득점자인 손흥민은 이번 2연전에서는 오직 중국전에서만 나설 수 있다. 리우 올림픽 와일드카드 차출시 소속팀 토트넘과의 협의로 이번 A매치 2연전에서는 한 경기에서만 차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동원은 대표팀에서 9골을 넣었지만 이중 8골이 A매치 데뷔 초창기이던 2011년에 몰린 기록이다. 최근 5년 간은 지난해 2015년 9월 자메이카와의 친선전에서 기록한 한 골이 유일하다.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에서도 지난 시즌 총 2골에 그쳤고 리그에만 국한하면 2년연속 무득점이다. 최근에는 사실상 2선 공격수로 전업한지 오래라, 최전방 원톱으로서는 무게가 떨어진다.

중국전도 중요하지만 결국 '석현준도 손흥민도 없이' 치러야하는 시리아전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종예선 최약체 중 한 팀으로 거론되는 시리아는 중국보다 더한 밀집 수비로 나설 것이 유력하다. 최대한 다양한 카드를 뽑아가도 모자랄 시점에 공격진에서 차포를 모두 떼고 나서는 것에는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른다.

과연 석현준을 대체할 만한 공격 자원을 K리그에서라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는지는 의문이다. 슈틸리케호의 단골멤버였던 이정협이나 황의조는 최근 부진 때문에 제외했다면, 이번 2연전에 한정하여 이동국, 정조국, 김신욱 등 경험 많은 공격수들을 '원 포인트'로라도 뽑는 방법도 있었다.

중국과 시리아전은 친선경기도 아니고 한국축구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걸려있는 최종예선이다. 변수가 많은 국제대회의 특성상 초반 2연전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도 없다.

슈틸리케호는 2차예선에서 아시아팀들을 상대로 쉬운 승리를 여러 차례 거뒀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이 발탁하는 선수들마다 좋은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의 경험이 큰 자신감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부디 최종예선에서는 자만심이라는 독으로 변질되지 않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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