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출신의 스포테이너 둘. 이천수는 과연 안정환처럼 예능에 잘 정착할 수 있을까.

축구선수 출신의 스포테이너 둘. 이천수는 과연 안정환처럼 예능에 잘 정착할 수 있을까. ⓒ JTBC


스포츠선수 출신 예능인, 이른바 '스포테이너'의 전성시대다. 스포츠 스타라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예능계에 진출한 스포츠 스타들은, TV의 신선한 얼굴이 되어 우량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별다른 존재감이 없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스포테이너의 좋은 예, 안정환

 안정환은 화려한 입담을 뽐내며 예능계의 블루칩이 됐다.

안정환은 화려한 입담을 뽐내며 예능계의 블루칩이 됐다. ⓒ MBC


가장 자연스럽게 예능인으로서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안정환은 최근에만 <냉장고를 부탁해> <쿡가대표> 등의 진행을 맡았고, SBS 파일럿 예능 <꽃놀이패>에서도 모습을 비췄다. 안정환이 각종 예능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대중에게 설득시켰기 때문이다. 안정환의 예능 진출에는 김성주와의 케미스트리가 주효했다.

<아빠 어디가> 출연 당시 안정환은 무뚝뚝한 것 같지만 사실은 정이 많고 여린 마음을 내보이며 진솔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김성주와의 티격태격은 웃음 포인트가 확실히 되어 주었다. 김성주와 말장난을 하거나 서로에게 스스럼없는 태도로 그림을 만드는 것은 확실히 프로그램의 분량을 채우는 데 일조했다. <아빠 어디가>는 폐지되었지만, 김성주와 안정환의 '케미'는 그 이후에도 유효했다.

정형돈 후임으로 안정환이 <냉장고를 부탁해>에 투입될 당시 잡음이 없었던 것 또한 안정환이 보여준 예능 감각이 그만큼 안정권이었기 때문이었다. 김성주와 이미 편한 사이인 장점을 바탕으로 안정환은 솔직한 '아저씨' 매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과거 꽃미남 스타라는 사실은 그에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는 결국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시청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었다.

안정환이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자신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그 캐릭터를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중간에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아래 <마리텔>)에서의 활약이 존재했다. 안정환은 김성주와 함께 출연하여 해외 축구 선수들의 난감한 이름으로 장난을 치거나 과거 클럽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해주며 축구선수들의 실명을 언급하는 등, 과감한 발언으로 인터넷 방송에 100%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정환의 입담이 빛을 발한 것은 그가 솔직하면서도 적절히 수위를 지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비방용 발언도 오갔지만, 충분히 개그 수준으로 이해될 만큼의 수준에서 마무리를 지었고, 실명 토크 역시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깎아내리는 수준이 아니라 웃음을 유발할 만큼 적절히 던졌다.

안정환의 이런 예능감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고, 그가 예능계의 새로운 얼굴로 떠오르는 것 또한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다. 스포츠 스타에서 자연스럽게 예능인으로서의 변신이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올림픽 시즌을 맞아 김성주와 함께 축구 해설로 등장하며 안정환은 자신의 재능을 다시 십분 발휘하고 있다. 안정환은 김성주가 옆에 있는 그림에서 가장 빛이 났고, 김성주 역시 좀 더 자연스러운 진행과 방송 기회를 얻는 등, 서로 도움이 되는 공생관계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적절히 이용하여 자신의 캐릭터를 만든 안정환의 행보는 확실히 눈에 띈다.

아직은 물음표인 이천수

 이천수가 예능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변 출연진이 자신의 캐릭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본인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과제이다.

이천수가 예능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변 출연진이 자신의 캐릭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본인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과제이다. ⓒ KBS


그러나 같은 축구 선수 출신인 이천수는, 아직 안정환과 같은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대세'라고 지칭하는 이천수의 자신감만큼은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예능에 자주 등장하는 것에 비해 이천수의 예능감이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지는 못했다. 그것은 이천수가 자신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단순히 과거의 유명했던 스타로서의 자신감만으로는 예능에서는 한계가 있다. 예능에서 주목받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 그런데 이천수는 지금까지 예능 판 안에서 '이천수'만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좌중의 이목을 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대방이 활용할 수 있을 만한 캐릭터로 어필하기도 애매하다. 일단 지나치게 경직되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가장 큰 해결 과제다.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내보이면서도 예능에서 자신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차라리 서장훈처럼 과거사를 이용한 짓궂은 농담을 받아들이거나, 다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불평을 내뱉으면서도 할 일은 다 하고 때로는 박식한 모습을 보여주는 반전 요소로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할 말은 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며 돌파하는 모습은 서장훈의 호감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천수는 아직 주변 출연진들이 그를 이용할 수 있는 활용도나 '케미'를 뽐내지 못했다.

예능계도 정글과 같은 곳이다. 과연 스포테이너로서의 가치를 안정환이나 서장훈처럼 이천수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인가. 예능계에서 이천수가 살아남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제 막 예능 판에 뛰어들기 시작한, 도전자의 입장이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천수 안정환 서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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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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