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하나하나 다 답글을 달순 없지만 뭐 관종이 맞을지도." 

관종은 '관심종자', 즉 관심을 끌기 위해 특이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이 말은 최근 출산한 배우 정가은이 자식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 사진을 올린 것을 두고, 네티즌들이 '수유하는 사진을 왜 올리느냐'는 비판의 뜻을 표시하며 '관종'이라며 비하하는 표현을 썼던 데에 대한 답변이다.

▲ 설리 인스타그램 영상 지난 10일, 설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5초짜리 동영상. "밥에 마요네즈 쏟음"이라는 이 영상에 '로리타' 논란이 일었다. ⓒ @jelly_jilli


이처럼 연예인의 활동에 대해서 네티즌들이 '왈가왈부'하는 건 이번만은 아니다. 몇 달 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논란이 되는 가수 설리는 최근에는 '노브라 사진'에 대한 비판에 이어 장난감 마요네즈 통을 뿌리는 동영상에서 '로리타 콘셉트'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배우 하연수는 지난 7월 자신의 SNS 계정에서 질문을 한 사람에게 "방법은 당연히 도록을 구매하시거나 구글링인데, 구글링하실 용의가 없어 보이셔서 답변 드립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비꼬는 말투다'라며 공손하지 못하다고 비판을 했고, 과거에 달았던 '잘 모르시면 검색을 해보라'는 투의 댓글까지 찾아내 하연수를 '무례한' 연예인이라고 공격했다. 하연수는 결국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연예인은 특권층이기 이전에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연예인은 사람이다. 직업이 연예인일 뿐이며,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의무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 일에는 대중에 대한 봉사나 친절 같은 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게 하는 게 단순히 더 좋은 것일지는 몰라도, 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배우는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고, 가수는 음반을 만든다. 개그맨은 개그를 한다. 앞서 언급한 공무원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윤리 헌장이라도 있지만 연예인들은 그런 문서도, 의무도 없다.

설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국내 법규를 어기지 않은 한에서 어떤 사진을 올리건 그건 개인의 자유다. 정가은 역시 마찬가지고, 하연수 역시 어떤 댓글을 달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 자유가 도를 넘었다면 성인으로서 법적 책임을 지거나, 자신의 인기가 떨어지는 '직업인으로서'의 책임을 질 뿐이다. 어딘가에서 자신의 계정을 지켜보고 있을 대중의 기분까지 고려할 의무는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직업 활동에 충실하면 되는 '사람'에 불과하다.

이번 일을 두고 사람들이 인신공격성 댓글을 단다면 해당 연예인들이 그들을 고소하는 게 더 적합할 정도다. 현실에서는 하연수는 자필 사과문을 올려야 했고, 정가은은 '관종이 맞다'는 답변을 내놓아야 했으며 논란에 응답하지 않는 설리는 '논란이 됐으면 자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추가로 들어야 했다. 그 누구도 연예인들의 적법한 범위 안에서의 개인 활동을 '자중하라'며 검열할 수 없다. 사과를 요구할 수도 없다.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할 것은 개인의 당연한 권리를 침해받은 연예인들이다.

개인의 표현은 개인의 자유일 뿐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밴드 오아시스에 관해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인터뷰는 '우린 예전에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 거지. X발X들. 그러니까 나갈 때 엿 같은 티셔츠랑 포스터 사라고. XX XX들아'다. 오아시스의 이 발언을 두고 국내 팬들은 '기분이 나쁘다' 혹은 '예의가 없다'고 달려들어 사과문을 요구하지 않았다. '역시 오아시스답다'며 유쾌한 반응이었다.

 오아시스가 했던 인터뷰는 이렇게 나갔다.

오아시스가 했던 인터뷰는 이렇게 나갔다. ⓒ 인터뷰 'DVD lock the box' 캡처


그 발언이 옳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연예인은 다른 수많은 직업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직업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어떤 발언을 할지는 개인의 자유일 뿐이다. 그것이 법을 어기거나 누군가에게 명백한 손해를 끼쳤다면 법적 절차에 맞게 처벌받을 일이지 모호한 대상인 대중이 '내가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이유로 그들에게 사과를 요구할 수 없다.

'내가 기분 나쁜 걸 표현하는 것도 내 자유 아니냐'고? 맞다. 상대가 실제로 당신을 기분 나쁘게 할 만한 일을 했든 아니든 당신이 기분 나쁘다고 표현할 자유도 있다. 다만 객관적으로 당신에게 피해를 끼친 게 아니라면, 당신이 기분 나빠야 할 정당한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별것 아닌 일에 당신이 기분 나쁘다고 남에게 뭐라고 한다면, 그건 당신 잘못이다. 애초에 위에 언급한 연예인들이 대체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를 끼쳤나?

연예인이 뭐길래 그들에게만 문제라고 하는가

먼저,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우리가 너의 팬이므로 네게 뭐라 할 수 있다"는 틀렸다. 연예인은 개인 팬이 '키워주는' 존재가 아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 연예인의 행동을 관리하고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런 권한은 상대에게 얼마나 헌신했든, 생기지 않는다. 무고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을 인정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 트위터에 악플을 단 사람에 대한 언급을 한 배우 유아인. 지금이나 그때나,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악플을 남기는 게 잘못된 것이다.

자신 트위터에 악플을 단 사람에 대한 언급을 한 배우 유아인. 지금이나 그때나,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악플을 남기는 게 잘못된 것이다. ⓒ @seeksik


"연예인은 영향력이 지대하므로 논란이 될 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애초에 지금 논란이 된 연예인들의 행동은 논란이 될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다. 이들은 어느 정도 윤리를 지켜야 하는, 전파를 타는 방송에서 그러한 것도 아니고 자유가 보장되는 개인 SNS 계정에서 행동했다. 게다가 속옷을 입든 입지 않든, 모유 수유 사진을 올리든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가? 하물며 검색하면 나오는 사실을 물어보는 이에게 검색을 해보라고 말해주는 것은?

이번 논란은 오롯이 그들이 '연예인'이기에 발생한 일이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그랬다면 우리는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 것이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개인계정에서까지 행동을 제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들 역시 사람이고, 일반인이 해서 문제가 될 것이 아니라면 그들 역시 마찬가지다. 직업활동 이외의 상황에서 그들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애초에 그 온갖 의무를 짊어진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대체 뭐냐고 묻고 싶다. 연예인이 대체 뭐기에 대중들의 감정까지 고려해서 살아야 하나. 연예인은 기쁨조가 아니다. 늘 웃어야 할 필요도 없고, 사람으로서 거치는 당연한 행위와 생각을 숨겨야 할 이유도 없다. 그 자유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앞서 모든 인간에게 해당하는 권리다.

간단히 말하면, '당신이 뭐라고' 남의 자유에 왈가왈부인가. 지상렬의 어록이 떠오른다.

"니가 뭔데 내 인생에 노를 저어?"

"왜 남의 인생에 깜빡이 켜고 들어와?"

설리 인스타그램 정가은 하연수 최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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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감성을 세상에 남기려고 글을 씁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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