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제38대 대한민국배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서병문 신임 회장

지난 9일 제38대 대한민국배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서병문 신임 회장 ⓒ 박진철


"가장 정통성과 권위가 부여된 회장이 탄생했다."

지난 9일 대한민국배구협회(아래 배구협회) 회장 선거가 끝난 후 배구협회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배구협회는 이날 서울 중앙여고에서 제38대 회장 선거를 실시했다. 특히 이번에는 대한배구협회와 국민생활체육전국배구연합회가 '대한민국배구협회'라는 새 이름으로 통합하면서 초대 통합 회장을 뽑는 선거였다.

리우 올림픽이 한창인 때 실시한 건, 10월 초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를 앞둔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 여러모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향후 4년 동안 한국 배구를 이끌어갈 수장을 뽑는 선거였다. 당연히 배구 발전과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투표 결과 기호 2번의 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총투표자 81명 중 가장 높은 40표를 얻어 새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어 기호 3번 정제묵 (주)우케이 회장이 28표, 기호 1번 정은숙 JS강남웨딩문화원 대표가 13표를 얻었다.

서 회장은 당선 인사말에서 "배구 선·후배들과 많은 소통을 통해서 선수들의 어려움과 장래 문제들을 꼭 해결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모든 배구인들이 한마음이 되어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전국 대의원 82명 중 81명 투표 참여

이날 선거에서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이 있었다. 경이적인 투표율이다. 투표 대상자인 대의원 82명 중 81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불참한 대의원은 오한남 한국대학배구연맹 회장, 단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오 회장은 현재 바레인에 거주하고 있으므로 참석 자체가 불가능했다. 사실상 100%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대의원들은 높은 투표율을 보면서 서로에게 놀라는 표정이었다.

선거 실무를 담당한 조용구 배구협회 총무부장은 11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선거처럼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선거인단을 구성해서 회장 선거를 한 것은 배구협회 역사상 처음"이라며 "투표율이 사실상 100%를 기록한 것도 처음"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으로 선거다운 선거를 치러냈다는 뿌듯함이 배어 있었다.

그동안 배구협회 회장 선거는 정통성 논란, 파벌 간 알력 등으로 파행이 끊이지 않았다. 집행부 고위 인사들이 회장 후보를 물색해서 선거 없이 추대하거나, 시·도협회 회장과 산하연맹 회장 등 소수 상층부 인사들만 대의원 자격을 가지고 회장을 선출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12월과 2015년 2월에 치러진 제37대 회장 선거는 후보가 단독으로 출마했음에도 과반수 득표를 얻지 못해 두 번 연속 부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규정상 후보자가 2인 이상일 경우는 다수의 득표자가, 단독 후보일 경우에는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어야 회장으로 당선된다. 부결 이유는 후보자가 정치인 출신이거나, 당시 집행부와 가까운 인사라는 의혹으로 일부 대의원들이 강한 거부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4월 회장 선거에서 박승수 당시 회장직무대행이 재적 대의원 23명(17개 시·도협회 및 6개 산하연맹 회장) 중 투표 정족수인 반수를 가까스로 넘긴 12명이 출석한 상태에서 7표를 얻어 제37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리고 이번에 제38대 회장으로 서병문 후보가 선출된 것이다.

지도자·현역 선수 대의원까지 '역대 최고 규모'

전·현직 배구협회 회장 서병문 38대 회장(왼쪽에서 3번째), 박승수 37대 회장(4번째)

▲ 전·현직 배구협회 회장 서병문 38대 회장(왼쪽에서 3번째), 박승수 37대 회장(4번째) ⓒ 박진철


이번 제38대 회장 선거는 이전 선거와 많은 부분에서 차원이 달랐다. 대의원 구성부터 배구계 전체를 대변할 수 있도록 참여의 폭을 크게 확대했다. 시·도협회 회장 등 임원뿐만 아니라 지도자, 심판, 현역 선수, 생활체육배구를 대표하는 대의원까지 모두 참여시켰다. 이렇듯 전국적이고 다양한 계층을 포괄한 회장 선거는 배구협회 역사상 처음이다.

사실상 100% 투표율을 기록한 것도 경이적인 사건에 가깝다. 총 82명의 대의원이 전국 곳곳에 분포돼 있고, 지방 대의원도 서울 행사장까지 직접 와서 투표해야 하므로 잘해야 60%를 넘기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100%나 다름없는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건, 다양한 의견과 처지를 대변하는 배구계의 각 세력이 모두 참여했다는 걸 의미한다. 배구인들이 모두 모여 최초로 선거다운 선거를 해본 것이다. 낙선한 후보들도 자신들의 입장을 최대한 투표 결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후회 없는 선거를 치렀다.

또한, 이번 선거에 배구계의 관심과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음을 방증한다. 이 전 회장 선거가 2번이나 파행을 겪었기 때문에 대의원들이 재정적 후원을 할 수 있는 새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한국 배구가 위기인 상황에서 새 회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에 선출된 회장은 정통성과 권위 측면에서 역대 최고의 수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배구협회로서도 진일보하고 모범적인 전례를 만들어낸 것이다.

서병문호 성공 열쇠, 공약 실천에 달려

서병문 신임 회장의 당선은 대의원인 배구인들의 마음을 잘 읽어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구인 출신 경제인'이라는 이력도 대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 회장은 1960년대에 영광고등학교와 경희대에서 배구 선수로 활동했다. 이후 중소기업의 CEO로 변신해 자동차 부품용 주물 회사인 (주)비엠금속을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경영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경제 4단체 중 하나인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과 수석 부회장직을 14년간 역임했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해 왔다.

서 회장은 공약과 비전 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혁신 지속, 재정 확충, 배구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핵심 기조로 내세웠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적 조치로 국가대표 전임감독제 도입,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VC) 건립, 국제경기 국내 유치, 유망주 집중 발굴·육성 등을 공약했다.

서 회장은 혁신 사업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배구협회 재정 확충을 특히 강조했다. 회장 스스로 사재 출연, 배구회관 건물 문제 해결, 배구협회의 다양한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서 회장은 또 배구 선수·지도자·심판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업계와 쌓아 온 인맥을 활용해서 실업·직장·학교 배구팀 창단을 활발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실천만 남았다. 배구협회 회장의 진정한 힘과 권위는 배구인과 배구팬들에게서 나온다.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실천과 성과를 통해 인정을 받을 때 배구계의 혁신과 화합도 함께 이루어진다. 서 회장이 '성공한 수장'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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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모양이 틀려도 왜곡되지 않게끔 사각형 우리 삶의 모습을, 동그란 렌즈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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