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은 제국이다. SM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SM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연예기획사 중 톱1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EXO(아래 엑소)는 현재 SM제국을 확장·유지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아이돌이다. 환경적인 뒷받침도 있었지만, 멤버 개개인의 비주얼과 역량 자체도 매우 뛰어나다. EXO-L(아래 엑소엘)이라는, 수많은 아이돌 팬덤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결집세를 자랑하는 지지자들이 탄생한 건 이 때문이다.

지난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엑소의 세 번째 단독 콘서트 투어 'EXO PLANET #3 - The Exo'rDIUM'(아래 '엑소디움')은 이 SM제국의 위용을 재확인하는 현장이었다. 글로벌 시장을 훌륭하게 개척하고 돌아온 9명의 장군을 위한 개선식이면서 동시에 이 제국의 지지자들을 치하하고 위로하는 자리였다. 이 제국의 대표인 이수만은 직접 친정을 와서 자신이 이룩한 위업의 현재를 감상했다. 9명의 멤버에게 환호성을 보내는 1만4000여 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팬들을 위한 화려한 종합선물세트

EXO 세 번째 단독 콘서트 지난 22~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보이그룹 EXO(엑소)의 세 번째 단독 콘서트 투어 'EXO PLANET #3 - The EXO'rDIUM'이 열렸다. 오는 29~31일에도 콘서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 어쿠스틱 섹션 멤버가 여럿임에도 한 명 한 명의 존재감이 꽤 큰 그룹이 엑소이다. 카이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건 분명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 SM엔터테인먼트


이번 '엑소디움'은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준비해봤어'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폭발적인 카리스마는 기본이었다. 여기에 때로는 관능적인 요염함을, 때로는 앙증맞은 귀여움 같은 걸 얹었다. 격렬하고 절도 있는 군무를 보여주더니, 부드럽게 웨이브를 타며 팬들의 시선을 흔들었다. 엑소는 기본적으로 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는 그룹이다. 손가락 하트를 날리고, 귀여운 표정을 짓고, 애교를 부리다가도 어느 순간 좌중을 숨 막히게 할 정도로 강렬했다.

총 37곡, 앙코르를 포함해 3시간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눈과 귀가 쉴 틈이 없었다. 중앙 통제하에 브리지 영상이나 무대 조명에 맞추어 팬들의 응원봉 색깔이 수시로 변했다. 점점이 반짝이는 빛들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출렁이는 건 분명 장관이었다. 화려한 레이저, 적절한 타이밍에 터지는 폭죽, 대형 LED 전광판에 레인 커튼까지 스케일만으로도 이미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물량 공세는 그저 엑소의 각 멤버들을 빛내기 위한 부재료에 지나지 않았다.

EXO 세 번째 단독 콘서트 지난 22~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보이그룹 EXO(엑소)의 세 번째 단독 콘서트 투어 'EXO PLANET #3 - The EXO'rDIUM'이 열렸다. 오는 29~31일에도 콘서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 뉴리디봉의 물결 중앙의 제어에 따라 1만4000여 팬들이 들고 있는 응원봉의 LED 색깔이 일제히 변한다. 응원봉의 성능은 훌륭했고, 장관도 연출됐다. 하지만 새 응원봉 출시 과정이 모두 깔끔했던 건 아니었다. ⓒ SM엔터테인먼트


9개의 원소로 이루어져 구성된 엑소디움이라는 이 알 수 없는 물질이 체조경기장의 공기를 대체한 듯했다. 전날(23일) 공연 도중 부상을 당하여 어쿠스틱 섹션을 제외한 무대에 카이가 오르지 못한 점이 유일한(그리고 꽤 큰) 흠이었다.

이번 무대에 관한 SM의 자부심은, 당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프레스 키트 보도자료에도 잘 나와 있었다. "초특급 스케일의 환상적인 무대 연출을 선보여, 관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고, "다양한 요소로 엑소의 모든 매력을 즐기고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공연을 완성,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고 자평할 만했다.

SM의 자부심은 엑소의 자부심이자 동시에 엑소엘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엑소는 이 공간을 가득 채워준 엑소엘이 자랑스럽고, 엑소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엑소의 무대를 보며 오빠들이 자랑스러웠으리라.

SM은 엑소엘의 사랑에 보답하고 있을까

EXO 세 번째 단독 콘서트 지난 22~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보이그룹 EXO(엑소)의 세 번째 단독 콘서트 투어 'EXO PLANET #3 - The EXO'rDIUM'이 열렸다. 오는 29~31일에도 콘서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 다른 종류의 매력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엑소 멤버들은 콘서트 내내 분위기를 바꿔가며 매번 다른 색깔의 쾌감을 선사했다. ⓒ SM엔터테인먼트


엑소엘처럼 충성스러운 팬덤도 드물다. 릴리 메이맥 인스타그램 댓글 테러(SNS스타 릴리 메이맥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에 엑소 멤버 찬열이 좋아요를 누르자, 릴리 메이맥을 향한 인신 공격이 쏟아졌던 사건) 등 때때로 어긋날 때도 있지만, 비뚤어진 애정으로 야기된 병폐는 어지간한 아이돌 대형 팬덤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문제이다. 엑소엘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 팬덤 자체에서 정화 및 절제에 나서는 데 주목해야 한다.

12명에서 10명 그리고 9명으로 인원이 줄 때마다 새로 짜야 하는 그 '양판소(양산형 판타지 소설)'스러운 세계관 설정에도 고개를 끄덕여주는 게 엑소엘이다. 이전에 산 응원봉이 무용지물화됐지만, 애정하는 오빠들의 무대를 멋지게 꾸미는 데 일조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새 LED 응원봉(일명 뉴리디봉)을 구매하는 것도 이 팬들이다.

물론, 무대 위에서 이 세상 미모가 아닌 것 같은 얼굴을 하고는, 저렇게 열정적으로 땀 흘리며 춤추는 오빠들을 보고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쩌면 정말로 저들이 외계에서 온 초능력자들이 아닐까 보는 이 스스로 개연성을 만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초능력이 아니라 "무대장치가 맞습니다"라고 해도, 혼을 빼놓을 정도로 매력적인 이 남자들은 보고만 있어도 즐겁고 행복해진다.

EXO 세 번째 단독 콘서트 지난 22~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보이그룹 EXO(엑소)의 세 번째 단독 콘서트 투어 'EXO PLANET #3 - The EXO'rDIUM'이 열렸다. 오는 29~31일에도 콘서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 엑소의 위엄, SM의 위엄 엑소의 성과는 곧 SM의 성과이기도 하다. 엑소의 세 번째 콘서트는 SM이 자화자찬하는 잔치나 다름 없었다. '우리가 하면 된다', '우리가 하면 옳다'라는 그 자부심이 느껴졌다. ⓒ SM엔터테인먼트


최전성기 로마 제국의 위용이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침체와 위기 속에서도 SM은 굳건하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가 아닌 팍스 에스마나(Pax Smana)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이 콘서트는 그걸 증명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지금 이 제국을 지탱하고 있는 굳건한 기둥 중 하나가 바로 엑소이고, 이 기둥을 밑에서 받쳐주고 있는 게 엑소엘이라는 팬덤이다. 그러나 이런 열성적인 지지세가 천년만년 이어질까? 2000년을 지탱해 온 로마제국도 결국에는 스러졌다.

팬들은 지갑도 열고, 봉사도 하며 엑소를 향해 넘치는 사랑을 선물하고 있다. 엑소는 팬들의 기대 이상을 충족하는,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는 그룹이고. 여기서 의문 한 가지. 그런데 SM은, 과연 이 팬들의 사랑에 감사하며 합당한 보답을 하고 있는가.

다른 아이돌 팬덤이 대개 그런 처지이듯이, 엑소의 팬이라면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는 굿즈(팬들을 위해 판매하는 아이돌 관련 상품)를 만들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은 꾸준히 나온다. 재발 방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2012년에 이어 2015년에 반복된 엑소 매니저의 팬 폭행은 결국 벌금형으로 마무리됐다. 스웨덴 디자이너의 그래픽 작업을 엑소 컴백 티저 영상에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외주 업체'의 문제로 선을 긋고 '차후에야' 돈을 주고 법적으로 마무리했다.

또한 닌텐도 Mii 캐릭터 표절 시비에서도(표절이라 단정짓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 있지만)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고 팬들이 대리전을 펼치도록 내버려뒀다. 표절 의혹이 일었던 엑소 캐릭터들은(최근에는 엑소런이라는 게임도 출시됐다) 콘서트에도 그대로 사용됐다.

팍스 에스마나의 지속 기간은 SM의 처사에 달려 있다.

EXO 세 번째 단독 콘서트 지난 22~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보이그룹 EXO(엑소)의 세 번째 단독 콘서트 투어 'EXO PLANET #3 - The EXO'rDIUM'이 열렸다. 오는 29~31일에도 콘서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 EXO 세 번째 단독 콘서트 지난 22~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보이그룹 EXO(엑소)의 세 번째 단독 콘서트 투어 'EXO PLANET #3 - The EXO'rDIUM'이 열렸다. 오는 29~31일에도 콘서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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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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