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계는 야구 자체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건사고의 연속이다. 문제는 그 드라마에는 감동이나 재미는 없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분명히 야구인들인데 그 안에 정작 야구와 관련된 내용은 별로 없다. 장르도 스포츠가 아니라 주로 범죄물이나 막장 드라마에 가깝다. 

이번 주제는 불법도박과 승부조작의 재림이다. NC 투수 이태양은 최근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태양은 특정 경기에서 1회 초구 볼이나 볼넷을 주는 방법으로 브로커와 공모하여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NC는 20일 사과문을 발표하며 이태양이 창원지검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태양은 구단에서 방출될 예정이고 조만간 검찰로부터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승부조작 근절하지 못한 KBO

 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 투수 이태양이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NC 투수 이태양을 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21일 불구속 기소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2016.7.20

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 투수 이태양이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NC 투수 이태양을 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21일 불구속 기소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 연합뉴스


승부조작은 프로스포츠에서 발생할수 있는 여러 가지 사건사고 중에서도 절대 용서받기 어려운 최악의 범죄다. 프로야구는 이미 2012년 승부조작으로 한바탕 홍역을 앓은 바 있다. 당시 대구지검에서 진행된 수사 결과 박현준과 김성현(당시 LG)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이 밝혀졌다.

박현준과 김성현은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 받았고 KBO는 두 선수에게 영구 제명 조치를 내렸다. 당시 축구와 농구에 이어 야구까지 승부조작의 악순환을 피하지 못하면서 팬들의 실망감이 컸다.

KBO는 당시 '클린 베이스볼'을 표방하며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불과 4년만에 '이태양 사태'가 불거지며 프로야구도 승부조작의 마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최근 프로축구에서도 '심판 매수 의혹'이 불거진 것을 감안하면 또다시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전체가 승부조작 논란의 태풍에 휩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사실 박현준 사태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팬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이 기회에 야구계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내부 감사와 자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된 바 있다. 하지만 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한 야구계는 혐의 당사자들만 빠르게 징계처리하고 사태를 빨리 봉합하는데 치중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결과적으로 보여주기식 미봉책에만 급급했던 KBO의 안이한 판단이 승부조작 사태를 근절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불법 도박' 안지만, 이젠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혐의까지

 해외원정도박 파문으로 마운드에 서지 못했던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과 안지만이 3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입장을 밝히고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해외원정도박 파문으로 마운드에 서지 못했던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과 안지만이 지난 4월 3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입장을 밝히고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기에 삼성 라이온즈 투수 안지만은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개설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또다시 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안지만은 지인이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하는 데 돈을 대준 혐의로 대구지검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안지만은 이미 이번 사건과는 별개로 지난해 해외 원정도박 의혹과 관련해 같은 팀 윤성환-임창용(기아 타이거즈) 등과 함께 수사를 받았다. 원정도박 혐의도 아직 결론이 나지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아예 본인이 불법도박 사이트에 관여했다는 혐의까지 나온 만큼 안지만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안지만은 현재 부상을 이유로 삼성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실제로 부상은 핑계이고 이번 검찰수사와 관련이 있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이미 전반기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안지만의 출전을 강행한 바 있다.

당시 삼성은 혐의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안지만의 또다른 혐의가 드러나며 구단의 입장도 매우 곤란해졌다. 애당초 문제의 소지가 있는 선수의 출전을 고집한 구단 역시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쳤고, 무엇보다 선수관리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에서도 자유로울수 없게 됐다.

가뜩이나 최근 프로야구는 사실상 '범죄 종합 선물세트'가 따로없을 만큼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지난 겨울 불법 도박 사건을 비롯하여 SNS를 통한 비방과 명예훼손(KT 장성우), 음주 운전(KT 오정복, LG 장찬헌-정성훈), 금지약물 복용(한화 최진행), 공공 장소에서의 음란 행위(KT 김상현), 부정 청탁과 사기 혐의(야구해설가 하일성) 등 유명 야구인 혹은 야구계 관련 종사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진다.

선수들의 '범죄' 릴레이, 만연한 도덕 불감증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일련의 사태로 드러난 야구계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 현상이다. 이들 대부분이 이미 야구를 통하여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저마다 부와 명예도 충분히 누린 인물들이다. 하지만 최근 유명 야구인들이 연관된 구설수 속에서 프로다운 책임감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윤리의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개인의 사회적 일탈로만 치부하기 전에 야구계 전반의 의식 구조에 대한 진지한 점검이 필요하다.

오늘날 야구는 국민스포츠로 불리우며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것은 프로야구를 적극적으로 즐기고 소비하는 팬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그러나 야구가 폭발적인 인기와 흥행에만 도취되어 있는 동안 '나 하나는 괜찮겠지' 혹은 '이 정도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도덕 불감증이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순간이다.

팬들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는 프로는 존재 가치가 없다. 팬들은 야구를 즐기러 경기장에 가는 것이지, 야구만 잘하는 범죄자들을 응원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당장의 인기에 취하여 안주한다면 호황기를 맞고 있는 프로야구도 팬들의 외면을 받을는 건 한순간이다. 야구계의 철저한 자정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