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편집자말]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곡성>의 해석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이 '사드' 배치로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요? 저랑 같이 한 번 살펴보실까요?

누구를 위한 사드인가

 무당 일광의 살굿 장면은 <곡성>의 백미다.

일광은 누구에게 살을 날렸던 것일까.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영화 <곡성>에서 해석이 분분한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 종구(곽도원 분)가 딸에게 붙어 있는 귀신을 떼어달라고 일광(황정민 분)이라는 무당을 불러 '살'을 날리는 굿을 할 때 과연 그 '살'을 일광이 누구를 향해 날렸는가 하는 점입니다. 첫 번째 의견은 종구가 딸에게 귀신을 붙였다고 굳게 믿고 있는 일본인을 향해 일광이 살을 날렸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의견은 무당 일광이 일본인과 같은 편이고 악마에게 바칠 제물을 만들기 위해 일본인이 아닌 딸에게 살을 날렸다는 것입니다.

지금 사드 배치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과 유사해 보입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쪽에서는 이것은 미국을 위한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정말로 북핵에 맞서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렇게 가정해보겠습니다. 일광을 미국으로, 그리고 일광이 날리는 살을 사드로, 그런 굿을 할 수 있게 장소를 내준 종구를 우리나라로, 언제 악마가 될지 모르는 종구의 딸을 북핵을 가진 북한으로, 그리고 일본인을 중국으로.

지금 상황과 겹쳐서 보이실 것입니다. 일광이 날리는 '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다 보면 정말 누구를 겨냥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것처럼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언론 보도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 땅에 들여오게 될 '사드'가 누구를 위하고 누구를 겨냥하는지 헷갈리실 것입니다. 영화 '곡성'에서 딸과 일본인이 일광이 살을 날릴 때마다 아파했기에 누구에게 날린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던 것처럼 사드 배치 발표 후 북한이 미사일을 날리면서 분노하는 것을 보면 북한을 겨냥한 것 같기도 하고, 북한보다 더 강력하게 반발하는 중국을 보면 중국을 겨냥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일광이 날린 '살'은, 미국이 놓고자 하는 '사드'는 과연 누구를 향해 날린 것이었을까요?

이 장면 외에도 영화 <곡성>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매우 다양한 해석이 존재합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영화 <곡성>의 해석이 분분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곡성>에 등장하는 인물 중 누가 진짜 주인공 종구를 돕는 자인지, 마을 사람들을 해치는 나쁜 인물인지에 대해 감독이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감독이 관객에게 준 정보가 불충분하기에 사람들이 여러 갈래로 해석할 여지가 생긴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닌 영화에서 잠깐잠깐 스쳐 지나가는 '독버섯'에 주목하는 해석들도 있습니다. 영화는 중간마다 독버섯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이상해지는 것이 독버섯에 의한 환각 증상이라는 이야기를 살짝살짝 흘려줍니다.

여기에 주목해 어쩌면 독버섯이 진짜 이 문제의 원인인데 마을 사람들 모두 소문에 현혹되어 본질을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엉뚱한 것에 매달려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을 하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석을 하면 사실 감독이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종구나 마을 사람들에게 국한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인가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곡성의 어느 마을 조용한 마을 곡성에 의문의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조용했던 곡성에 불어닥친 비극. 어쩌면 성주에서 반복될지 모른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형님은 독버섯으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인공의 시선으로 영화를 따라가는 관객들도 영화 초반에 나오는 이 말이 하나의 속임수라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언가 다른 큰 원인이 있을 것 같다는. 다시 생각해보면 독버섯이 환각 증세를 일으켰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미쳐가고 있다는 확실한 사실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종구도, 종구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관객들도 잠깐 스쳐 지나가는 독버섯보다 일광과 일본인, 하얀 옷을 입은 여인 중 누가 종구가 싸워야 할 대상인지에 대해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드' 배치 관련 논란도 사실은 주객이 전도되어 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모두 우리나라를 위해 그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 생각하여 주장하고 있는 것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드 배치라는 눈에 보이는 현상에 매몰되어 우리 마음속에 있는 독버섯을 내버려두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땅에 이런 전쟁 무기를 들여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닌 휴전 중인 분단국가라는 사실 때문일 것입니다. 언제든지 전쟁이 터질 수 있는.

그러니까 사실 우리가 열심히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은 이 땅에 과거처럼 다시는 전쟁이 나지 않게 평화를 가져올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드 배치 관련 기사에 보면 종종 사드 배치를 기점으로써 북한을 쓸어버리자는 댓글들이 보입니다. 심지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인 경우도 있고 적지 않은 수의 공감이 눌러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말은 결국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표현이며 그것은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물론이요,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도 전후 문학을 통해 충분히 잘 알고 있는 지옥과 같은 상황을 다시 봐도 괜찮다는 의미이겠죠.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 지치고, 북핵 문제에 지쳐 그런 생각을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굶주리고 있는 북한을 미사일 몇 방만 날리면 우리가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영화 <곡성>에 나오는 독버섯을 먹고 환각 증상을 보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순간 우리는 눈앞에서 엄청난 비극을 마주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껏 힘들게 쌓아 올렸던 그 모든 것이 다시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앞으로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야 할 것은 전쟁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에 어떤 무기를 들여올 것인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이 땅에 휴전이 아닌 종전을 선언할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으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힘없는 평화는 없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힘없이 평화를 외쳐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힘으로 평화를 억지로 만들어 내려 하면 평화가 찾아오기도 전에 불행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그 불행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기로, 전쟁으로 평화를 이룩하자는 그런 독버섯 같은 마음을 버리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신동엽 시인이 아주 오래전 외쳤던 그 외침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에 그 외침을 마지막으로 전하며 우리 마음속에 있는 독버섯이 다 뿌리 뽑히기를 바라봅니다.

"이 땅의 모든 쇠붙이는 가라."

곡성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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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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