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위 가수 비와이입니다."

장난 섞인 허세는 첫 인사로 끝이었다. 비와이는 1시간 30분의 인터뷰 내내 진지한 태도로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했다. 스스로도 자신이 '진지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러한 태도는 랩 가사로 옮겨졌고 비와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들을 찾을 수 있었다.

19일 오후 신사동 M아카데미에서 열린 Mnet <쇼미더머니5> 우승팀 공동인터뷰에는 우승자 비와이를 비롯해, 그의 우승을 도운 프로듀서 사이먼도미닉과 그레이, 최효진 PD가 참석했다. 그 중 비와이의 멘트를 모아 아래에 정리한다.

과정이 귀했다, 축복이었다

 쇼미더머니5 우승팀 인터뷰. 비와이, 사이먼도미닉, 그레이, 최효진 피디

비와이는 "자기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기 시작하자, 더 나은 방향으로 인생이 흘렀다"고 말했다. ⓒ Mnet


 쇼미더머니5 우승팀 인터뷰. 비와이, 사이먼도미닉, 그레이, 최효진 피디

사이먼도미닉은 이날 인터뷰 현장에서 비와이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냈다. 자신의 소속회사인 AOMG로 비와이를 영입하고 싶단 의사를 거듭 밝혔다. ⓒ Mnet


비와이는 <쇼미더머니5>를 한 마디로 '축복'이라고 표현했다. "저의 재능을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보여줄 수 있었던 매개체를 만난 것이 축복이었다"고 했다. 감사할 게 너무 많았다. "많은 분들이 저의 랩을 좋아해주시고 랩 때문에 저라는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곡과 좋은 무대 만들어준 사이먼도미닉과 그레이 형에게 감사"했다. 특히 곡을 만들 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해준 두 프로듀서 형들에게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그것이 '귀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우승은 결과잖아요. 결과보다는 과정이 너무 행복하고 귀한 시간이었어요. 감사한 삶을 살고 있어요.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족보다 형들을 더 많이 봤고, 셋이 뭉쳐서 만든 음악으로 우승을 했기 때문에 그 점이 정말 값져요. 우승 자체보다는 그런 과정들이 정말 소중합니다."

사이먼도미닉과 그레이가 어떤 형이었는지 묻는 질문에 비와이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한 표정을 짓다가, "가오가 없었다"며 예상치 못한 답을 내놓았다. 자신을 편하게 대해주었고 "엄청 많이 잘" 챙겨줬다고. 음악적으로도 너무 잘하는 형들이라 곡을 만들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을 다 표현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사람냄새가 강하게 나는 정 많은 형들이라, 다시 팀을 선택해도 두 형을 택하겠다며 '같은 회사 식구가 되는 것'에 대한 긍정적 여지를 남겼다.

비와이는 작년 <쇼미더머니4> 3차에서 떨어졌다. 그때와 달라진 점을 묻자 "2차 경연 때 fail 버튼이 3개가 눌려졌는데 솔직히 아직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이다"고 먼저 말한 후, 내면적인 변화에 대해 답을 이어갔다. 작년에 비해 실력도 많이 성장했지만 이번 시즌을 촬영하며 태도적인 부분이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

"작년에는 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았어요. 떨어지고 나서 그 원인들을 계속 찾다가 그걸 발견하게 된 거죠. 저 자신을 높게 평가하지 않고 낮게만 봤구나, 그런 걸 알게 됐고 고치면서 그런 태도가 이번 시즌에 영향을 많이 끼친 것 같습니다."

그래 난 예수쟁이

 쇼미더머니5 우승팀 인터뷰. 비와이, 사이먼도미닉, 그레이, 최효진 피디

비와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자신의 머리와 마음을 채우고 있는 종교적인 생각을 랩으로 솔직하게 담아낸다. ⓒ Mnet


종교에 대한 질문이 빠질 수 없었다. 기독교적 색채가 강한 비와이의 곡에 대해 묻자, 그는 종교적인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했다기보다는, 자신에게 중요한 것에 대해 말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나의 이야기, 나의 신념을 음악에 담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종교라는 틀 안에 속한 내용이다 보니 듣는 이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단 것도 잘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신앙이 없는 이들과 자신의 신앙적인 부분의 교집합이 무얼까 연구를 많이 했다.

"저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입니다. 안 믿는 분들이 속되게 말하는 '예수쟁이'죠. 예수님이 저에게 준 것들이, 그냥 뭐랄까, 믿기 전의 내 삶과 믿고 나서의 삶을 비교했을 때 행복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너무 많이 달라요. 무슨 일을 일어나도 거기에 다 이유가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고요. 제 삶에 있어서 그 분이 가르치는 것들이 너무나도 귀하기 때문에 가르침대로 살려고 노력해요. 물론 저도 인간인지라 다 지키진 못하지만요. 그렇게 살아갈 때 제가 행복하고, 그래서 그런 가사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단지 비와이를 채우고 있는 것들이 종교적인 것들이라 그것을 노래했을 뿐이라는 대답. 명확한 사실 한 가지는, 비와이는 그의 음악을 '종교적 색깔의 음악'이란 틀 자체로 속박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회음악, CCM 등을 만드시는 분들도 본인이 믿는 걸 표현했을 뿐인데 그걸 사람들이 장르로 구분 지은 거잖아요?" 라고 말하는 그는 그런 틀에 구애 없이 음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소중한 내 친구 씨잼

 쇼미더머니5 우승팀 인터뷰. 비와이, 사이먼도미닉, 그레이, 최효진 피디

오랜 친구인 비와이와 씨잼은 결승전에서 맞붙으며, 경쟁을 넘은 진실한 우정을 보여줬다. ⓒ Mnet


비와이가 오랜 친구 씨잼에 대해 이야기할 땐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씨잼과 결승 무대 뒤에서 무슨 말을 나눴는지 묻자, "우리 뜻대로 됐네" 하는 말을 주고 받았다고 했다. 1차 경연 전부터, 함께 결승에서 보자고 이야기 나눴는데 그대로 됐다. 비와이는 "씨잼과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교회 다니고 학교 다니며, 그냥 래퍼로서 함께 한 친구가 아니라 함께 '삶'을 살아온 친구"라고 말하며 각별한 정을 드러냈다.

같은 꿈을 바라보고 달려와 여기(결승)까지 '함께' 온 게 좋았다고 말했다. 비와이는 결승전을 준비하는 영상에 자신의 노트들이 찍힌 것을 언급하며, 그 중에 씨잼이 준 공책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뭔가 감사했고, 무대 뒤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비와이란 이름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함께해준 것도 씨잼이었다. 중학생 때 빅뱅의 '지드래곤'의 네이밍이 너무 좋다고 생각해서 비와이 자신도 본명 이병윤의 이니셜을 따서 '비와이'라고 예명을 지었다는 것. 그런데 어릴 때 지은 그 이름이 너무 가벼운 것 같아서 나중에 친구 씨잼과 상의해서 "Be Why, 이유가 되어라"라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비와이는 고등학생 때 씨잼과 함께 결성한 크루 '섹시스트릿'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 말하며, 앞으로도 씨잼과 무언가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소속사 선택에 관한 질문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고 이제 막 경연이 끝났기 때문에 고민하는 단계"라고 답했다.

힙합, 종이와 펜만 있으면

 쇼미더머니5 우승팀 인터뷰. 비와이, 사이먼도미닉, 그레이, 최효진 피디

비와이는 "내가 생각하고 믿는 것들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단 점에서 랩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 Mnet


비와이는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을까? 일단 시작은 '빅뱅'이었다. 중학교 때 빅뱅 음악을 듣고 참 좋다고 생각돼서 그때부터 '대중음악'이란 것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후 타이거JK와 다이나믹듀오 등의 음악을 들으며 구체적인 꿈을 품게 된 것. 특히 타이거JK와 같은 래퍼들이 본인이 직접 가사를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종이와 펜만 있으면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구나"라고 깨닫고 그 매력에 빠져 랩을 시작하게 됐다.

비와이는 힙합의 매력으로 '흡수력'을 꼽았다. 힙합음악은 흡수력이 좋아서 록이든 펑키든, 피아노든 어떤 스타일의 음악과 만나도 좋다는 것. 요즘 힙합곡, 특히 비와이의 곡이 음원차트 상위권을 점령한 것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 상위권에 있는 곡들은, '이건 잘 될 거야', '이건 1위 할 거야' 하고 만든 곡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냥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들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고, 원하는 걸 했는데 이런 보상을 받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와이에게 중요한 건 장르 구분이나 스타일을 고수하려는 인위적인 노력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비와이의 힙합이 무거운 이유'를 묻자 "힙합을 만들 때 '이건 무거워야 해' 하고 생각하고 만들진 않고, 나란 사람 자체가 생각이 많고 깊게 생각하는 탓에 그렇게 음악이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끝으로 비와이에게 우승 공약의 실행 여부를 물었다. 비와이는 "무료로 팬들을 위한 공연을 열겠다는 공약은 당연히 지킬 것"이라며 언제 할지 정하진 않았지만 <쇼미더머니5>가 끝난 지금,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게 되면 그때 무료 공연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쇼미더머니5 우승팀 인터뷰. 비와이, 사이먼도미닉, 그레이, 최효진 피디

<쇼미더머니4>에서 진가를 인정 받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비와이는 <쇼미더머니5>에서 '이견 없는' 우승을 거머쥐었다. ⓒ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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