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JTBC <뉴스룸>에는 <제이슨 본>으로 돌아온 맷 데이먼이 출연했다.

지난 14일, JTBC <뉴스룸>에는 <제이슨 본>으로 돌아온 맷 데이먼이 출연했다. ⓒ JTBC


맷 데이먼? 그의 출연 소식을 들었을 때, JTBC <뉴스룸>의 놀라운 섭외력에 놀랐다. 그리고 인터뷰를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놀랐다. 손석희라고 하는 인터뷰어(interviewer)가 지닌 미덕과 맷 데이먼이라는 인터뷰이(interviewee)가 '내뿜는' 에너지와 매력에 빨려 들어갔다. 두 사람의 만남, 약 13분 동안의 짧지만 깊었던 인터뷰는 그야말로 '품격'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멋들어진 댄스이자 액션이었다.

인터뷰어로서 손석희의 자질은 무엇일까. 그 자질은, 그가 보유하고 (지켜내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캐릭터에서 발현된다.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팩트(fact)'를 기반으로 '정론'을 이야기하는 우직함, 만 60세라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내·외면의 '섹시함'은 그를 여전히 현역 최고의 자리에 있게 한다. 그래서 누구라도 만나고 싶어 하는 '분'이 되었고, 심지어 콧대 높은 배우들조차 그를 향해 수줍게 '팬입니다'라고 고백하게 한다.

좋은 인터뷰어의 교범, 손석희

 손석희의 질문, 맷 데이먼의 답변 모두 훌륭했다.

손석희의 질문, 맷 데이먼의 답변 모두 훌륭했다. ⓒ JTBC


"어떤 인터뷰어가 '좋은' 인터뷰어인가?"라는 질문에 수많은 대답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터뷰어? 아니면 인터뷰이가 '해야 할 말'을 하도록 끄집어내는 인터뷰어? 어쩌면 대중들, 그러니까 '인터뷰의 소비자들이 하고 싶었던 질문'을 불편함을 감수하고서 '전달'하고 끝내 대답을 얻어내는 인터뷰어?

굳이 손석희를 '분류'하자면, 그는 첫 번째 인터뷰어에 가까울 것이다. 그는 인터뷰이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행여나 예민한 질문이 있더라도 그 특유의 '섬세한' 터치로 순화하고 예쁘게 매만진다. 공격성이 배제돼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제야 안심한 인터뷰이로부터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들을 얻어낸다. 사실 그의 인터뷰에서 주인공은 '인터뷰이'인 경우보다 손석희 그 자신일 때가 더 많다. 어찌 탓하겠는가. 마성의 매력 때문인 것을.

손석희의 섬세한 질문이야 이미 정평이 나 있으므로 또 놀랄 필요는 없었다. 인터뷰를 보면서 정말 감탄스러웠던 것은 맷 데이먼이 인터뷰에 응하는 자세와 그가 내놓은 대답의 수준이었다. 그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듯했다.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았던 몇몇 국내 배우들은 '떨다가' 시간을 다 보냈지만, 맷 데이먼은 농담을 보태는 등 시종일관 여유 있는 태도를 유지했다.

질문이 던져지면 '도망'가거나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인 태도로 '더 많은' 대답으로 응수했다. 기억해보라. 그의 대답엔 '단답형'이 없었다. <제이슨 본>의 시나리오 작업에 맷 데이먼이 참여한 점을 상기시키며 "무엇을 강조하고 싶었는가"라고 묻자 그는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담아내기 위해 고민했다'는 내용의 제법 긴 대답을 내놓게도 했다. "대답이 너무 길었다"며 웃는 그는 정말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물론 손석희가 '좋은' 질문을 던진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맷 데이먼의 생각과 고민이 풍성했기 때문이리라. '액션 영화에 출연하는 이유가 지적이고 반듯한 이미지를 변신하고 싶어서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함 없이 "아니다, 내 이미지와 관련된 문제는 결코 아니다... 단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 뿐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며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묻는 말에 대해서도 "영화 일을 처음 시작할 때도 감독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 "25년 동안 이 일을 해오면서 작품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누가 감독인가'라고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역에 대해서는 이제 더는 그렇게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며 "훌륭한 감독과는 언제나 함께 일하고 싶다"고 밝힌 대목에서는 영화에 대한 그의 '지론'이 엿보였다. 참으로 선명하지 않은가?

배우, 정치, 소신

 시청자들이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마도, 정치적 발언에 대한 그의 소신이었으리라.

시청자들이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마도, 정치적 발언에 대한 그의 소신이었으리라. ⓒ JTBC


13분간의 인터뷰에서 가장 '호평'을 받았던 부분은 아무래도 '정치에 대한 소신 발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언급한 대목이었을 것이다. 맷 데이먼은 "자국 정치에 관심을 쏟는 일은 모든 사람의 의무"라고 전제하면서 자신은 "단지 일부 정치인들의 정치행태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는 것"이고, "정치인은 대중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할 자리에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과 '대한민국'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 정치와 관련한 소신 발언을 바라보는 관점에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만의 명확한 소신이 있고, 그것을 밝히는 데 주저함 없는 명징한 태도는 한없이 멋있기만 했다. 그의 진가가 더욱 도드라지는 건, '영화'라는 직업적 틀에 갇히거나 '자국'이라고 하는 좁은 단위에 매몰되지 않고, 지구적 차원의 사회적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맷 데이먼은 스스로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맷 데이먼은 스스로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 JTBC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환경 보호'를 위해 재단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처럼, 맷 데이먼은 '깨끗한 물'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자신이 '게리 화이트와 공동으로 창설한 '워터닷오알지(Water.org)'에 대해 소개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배우로서 관객들을 100% 만족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스스로가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맷 데이먼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충분히 보여줬다.

'품격의 인터뷰'가 완성될 수 있었던 까닭은 손석희와 합을 이룬 맷 데이먼이라는 인간의 '에너지' 덕분이었지만, 그가 누리고 있는 비교적 자유로운 '포지션'의 작용을 무시할 순 없다. 앞으로 이와 같은 품격을 갖춘 인터뷰가 대중들의 뇌를 적시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대한민국 사회가 좀 더 너그러워져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소신'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 그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마련돼야만 사람들의 입이 열리지 않겠는가?

JTBC 뉴스룸 손석희 맷 데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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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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