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끝에 해피엔딩은 없었다. 야구계의 신데렐라는 한순간의 음란행위로 인해 추방당하는 어처구니없는 결말을 맞이했다. 세상에 그 어떤 반전 영화도 이 정도로 충격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공연음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어 물의를 빚었던 김상현이 결국 야구계 퇴출이라는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kt 구단은 13일 프로야구 선수로서 품위를 손상시키고 구단 이미지를 훼손시킨 책임을 물어 김상현의 임의탈퇴를 결정했다. 김상현은 허리 통증으로 2군에 가있던 지난 6월 16일 대낮 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사실이 한 달이 지난 최근에서야 알려졌다.

kt의 임의탈퇴 결정은 김상현의 입건 소식이 세간에 드러난지 불과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kt 구단 측은 올해부터 단 한 번이라도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구단 이미지를 훼손할 경우에는 '원아웃 제도'를 적용해 퇴출까지 시키겠다고 강경한 방침을 선포한 바 있다. 불명예스럽게도 김상현이 바로 원아웃 제도의 첫 대상자가 됐다.

2009년 MVP 김상현의 충겨적인 몰락

 케이티 위즈의 베테랑 타자 김상현이 '음란행위'로 물의를 일으켜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하게 됐다. 케이티는 음란행위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김상현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임의탈퇴를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케이티 위즈의 베테랑 타자 김상현이 '음란행위'로 물의를 일으켜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하게 됐다. 케이티는 음란행위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김상현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임의탈퇴를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 연합뉴스


한때 야구판의 신데렐라로 꼽히며 인생역전 신화의 대명사였던 김상현의 몰락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 2000년 해태(현 기아)에 2차 6라운드(전체 42순위)로 지명 받아 프로에 데뷔한 김상현은 2002년 LG로 팀을 옮기며  우타 거포 유망주로 꾸준히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08년까지도 1군 무대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백업 선수를 전전했다.

하지만 2009년 친정팀 기아로 다시 트레이드된 직후 김상현은 그야말로 인생역전의 기회를 맞이한다. 팀의 4번타자로 자리잡으며 121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 36홈런, 127타점을 기록하며 홈런왕과 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동시에 기아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쳤다. 당시 김상현의 성공은 음지에서 조명받지 못하고 묵묵히 땀흘리는 무명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일대 사건이었다.

그러나 김상현은 2009년의 짧고 굵은 성공 이후 부상과 기량 저하로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으며 '반짝 스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3년에는 SK로 트레이드되었으나 역시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잊혀진 존재가 되는 듯 했다. 그런데 2015년 신생팀 kt가 특별지명으로 김상현을 영입하면서 기아에서 성공신화를 함께했던 조범현 감독의 두 번째 부름을 받게 됐다.

김상현은 지난해 134경기에서 타율 2할8푼, 27홈런, 88타점을 기록하며 2009년 이후 6년 만의 반등에 성공하면서 조 감독과 역시 궁합이 잘맞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다시 타격 슬럼프에 빠지며 2군을 들락거려야 했고 결국 불미스러운 사건을 저질러 퇴출 당하게 됐다. 올 시즌 62경기에서 타율 2할2푼5리, 11홈런, 32타점에 그쳤다. 프로 1군 통산 성적은 14시즌간 1082경기에 나가 타율 2할5푼6리, 158홈런, 570타점이다.

kt에서의 퇴출은 사실상 김상현의 불명예 은퇴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미 36세로 나이가 적지 않은 데다 '공연음란범'이라는 낯뜨거운 꼬리표까지 달게 된 김상현을 명예와 이미지를 중시하는 프로팀에서 다시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kt 입장에서는 이번 김상현 사태가 더욱 뼈아프다. 최근 들어 소속 선수들이 잇달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구단 이미지 쇄신이 절실했는데 또 다시 이런 추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장성우와 장시환이 잇달 SNS 파문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올 3월에는 오정복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kt가 원아웃 처벌제도를 도입한 것도 바로 이들의 영향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이 하나같이 어린 선수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상현과 오정복, 장시환은 30대를 넘겼고 장성우도 20대 중반이다. 프로 초년생이나 사회 경험이 전무한 철부지들도 아니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기 행동에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도 충분히 알만큼 아는 성인이자 프로선수다. 그런데 최근 1년간 kt 선수들을 둘러싼 사건이 터질 때마다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장성우→오정복→김상현)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나이값 못하는 프로'가 어떤 존재가 되는지를 시기별로 돌아가며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쓸한 반면교사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다른 팀에서 프로 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kt로 이적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신생팀에서 후배 프로 선수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도 모자랄 판에, 하나같이 경기장 밖 사생활에서 입에 담기도 낯뜨거운 사건을 돌아가며 저지르며 언론의 사회면을 장식하기에 더 바빴다. 프로는 단순히 경기장에서 운동만 잘한다고 프로가 아니다.

구단의 실패한 선수단 관리, 사후 대응도 엉망

하지만 선수 개인의 잘못이 크다고 해서 kt 구단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전혀 아니다. kt 구단은 이미 지난해 장성우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엄격한 재발방지 대책과 선수 관리를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올해에만 연이어 터진 사건사고로 공약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특히 김상현 사태에 대처하는 kt의 대응은 아무리 봐도 납득하기 힘들다. 김상현이 음란행위로 입건된 것이 6월이었는데, kt는 최근까지 김상현으로 직접 보고를 받기 전까지 사건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kt는 김상현의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도 여전히 그를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전시키기까지 했다. 김상현 사건은 지난 12일 처음으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되었고, 김상현은 당일에도 경기에 출전했다가 중반에 돌연 교체됐다. 사령탑 조범현 감독도 하루 전까지 김상현 사건에 대하여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kt 프런트와 김상현이 조범현 감독에게만 사건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거나, 혹은 조 감독이 알고서도 김상현의 출전을 모른척 묵인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어느 쪽이든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책임회피가 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kt는 선수-감독-프런트간 소통 체계도 엉망이었고 선수 관리와 사후 대처에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하루 만에 김상현의 전격 퇴출로 뒤늦게 사태를 마무리했지만 kt 구단 역시 이번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책임을 피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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