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은 '캠핑'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캠핑>은 '캠핑'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 제인앤유


캠핑이 레저 활동으로 자리 잡은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최초의 캠핑은 추위와 맹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생존 활동 그 자체였고, 국가가 생긴 다음에는 전쟁 중 야전에서 몇 날을 버틸 방법이었다. 그러다가 20세기 들어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캠핑 기술과 장비는 급속도로 발달했다. 여기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자연 속 삶'이란 어느새 특별한 것이 됐다. 이제 사람들은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여, 기꺼이 고생을 감수하며 캠핑을 즐긴다.

오는 14일 개봉 예정인 <캠핑>은 제목대로 '캠핑'을 소재로 한 스릴러 장르 영화. 다섯 남녀가 인적이라곤 없는 한적한 깊은 산 속에서 1박 2일 동안 캠핑을 하는 와중에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선영(채민서 분)을 중심으로 친구 은미(에리카 분), 언니 경진(김수아 분)과 형부 근태(김명일 분), 선영을 좋아하는 검사 영식(김민혁 분)까지. 이들은 한껏 들뜬 채 캠핑을 즐기던 중 불량배들에게 쫓기는 의문의 남자 태호(김희상 분)를 만난다. 이후 선영 주변의 일행들이 돌연 광기 어린 욕망에 휩싸이고 이들 사이에는 폭력과 섹스가 난무한다.

 선영(왼쪽)을 흠모하고 있던 영식(오른쪽)은 이성을 잃고 그녀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

선영(왼쪽)을 흠모하고 있던 영식(오른쪽)은 이성을 잃고 그녀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 ⓒ 제인앤유


이 영화가 바라보는 캠핑은 숨겨졌던 욕망의 해방구다. 다섯 남녀는 그들만의 숲 속에서 와인에 취하고, 또 욕망에 취한다. 은미는 같은 여성인 선영을 탐하고, 경진은 남편 근태의 후배인 영식과 섹스한다. 근태는 '다른 남자와 붙어먹은 아내'와 '선배 와이프와 붙어먹은'후배를 보곤 말 그대로 눈이 돌아간다. 영화는 심마니 태호가 선영 일행의 와인 병에 양귀비 가루를 탄 것으로 이들의 광기를 설명하는데, 이러한 설정은 되레 작위적이다.

대신 설득력을 갖는 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캠핑 그 자체다. 그들의 '비상식적' 행위는 자신들만의 세계(숲과 텐트) 속에서 점점 익숙하게 다가오고, 막 어둠이 걷히는 새벽녘에 이르면 그들의 광기가 자연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개연성이라곤 턱없이 부족한데, 재미있게도 이들이 무슨 짓을 한들 이상하지가 않다.

 20년간 산 속에서 살아온 심마니 태호(왼쪽)는, 왜인지 알 수 없지만 에리카(오른쪽)와 선영 앞에 자꾸만 나타난다.

20년간 산 속에서 살아온 심마니 태호(왼쪽)는, 왜인지 알 수 없지만 에리카(오른쪽)와 선영 앞에 자꾸만 나타난다. ⓒ 제인앤유


주위 모두가 미쳐가는 와중에도 단 한 사람, 선영만큼은 내내 이성을 유지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선영은 주인공이란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조용하고 차분하며 냉정하다. 눈앞에서 피바람이 몰아치고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만 그러면서도 절대 미치지 않는다. 선영의 서사에는 그저 생존 욕구만이 있을 뿐(이조차 강렬하지는 않다), 드라마틱한 각성도 성장도 없다. 스릴러 장르 특유의 긴장감이란 결국 주인공에 대한 관객의 감정 이입에서 오는 것인데 선영은 오히려 미쳐가는 주변 인물들보다도 낯설게 느껴진다.

동성애와 (특히 여성의) 성적 외도 등 전통적 성 관념에서 금기시돼 온 것들이 적나라하게 관객의 눈앞에 펼쳐진다. 여기에 이를 대하는 남성의 소유욕과 이에 따르는 폭력성도 날것 그대로 드러난다. 모르긴 몰라도, 공공장소에서 타인과 함께 이 영화를 본다면 꽤 불편할 게 뻔하다. 지난 5일 열린 언론 시사에서 김주만 감독이 "상수도가 있으면 하수도도 있어야 한다, 먹고 씻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설도 해야 하니까"라며 <캠핑>을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가 당당히 말했듯, <캠핑>은 "집에서 혼자 맥주 홀짝이고 낄낄대며 보기 좋은" B급 킬링타임용 오락영화다.

캠핑 에리카 채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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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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