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역시 호날두는 슈퍼스타였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마침내 골가뭄을 끝낸 호날두의 '호우주의보'가 울려퍼지며 포르투갈도 다시 기사회생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23일 새벽 1시(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의 스타드 데 뤼미에르에서 열린 유로2016 F조 조별리그 헝가리와의 최종 3차전에서 치열한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저득점과 수비축구로 대표되는 올해 유로컵에서 6골은 이번 대회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이다. 앞선 두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호날두는 이날만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포르투갈은 3연속 무승부로 고작 승점 3점 획득에 그쳤지만 조 3위 상위 4개국에게까지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티켓을 확보하며 힘겹게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헝가리와 아이슬란드가 나란히 1승2무로 승점 5점을 기록했으나 골득실에서 앞선 헝가리가 조 1위를 거머쥐었다.

벼랑 끝에 몰린 포르투갈을 구한 호날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3일 새벽 1시(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의 스타드 데 뤼미에르에서 열린 유로2016 F조 조별리그 헝가리와의 최종 3차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포르투갈을 16강으로 이끌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3일 새벽 1시(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의 스타드 데 뤼미에르에서 열린 유로2016 F조 조별리그 헝가리와의 최종 3차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포르투갈을 16강으로 이끌었다. ⓒ 연합뉴스/EPA


당초 무난히 조 1위가 예상되었던 톱시드의 포르투갈은 앞선 두 경기에서 연달아 무승부에 그쳤다. 에이스 호날두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호날두는 두 경기에서 수많은 슈팅을 날리고도 득점 찬스를 번번이 놓쳤고, 특히 오스트리아와의 2차전에서는 페널티킥까지 실축하는 등 예상밖의 부진으로 특유의 '호우 세리머니'를 보여주지 못했다. 호날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포르투갈도 자연히 부진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만일 헝가리와의 최종전을 패할 경우 조별리그에서 짐을 싸야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호날두를 둘러싼 여론도 급격히 나빠졌다. 호날두는 클럽무대에서는 놀라운 성과를 냈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선 메이저대회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년 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이어 유로컵마저 조기에 낙마한다면 호날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내년 발롱도르 수상을 노리는 행보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호날두는 아이슬란드와의 1차전에서 상대의 수비적인 플레이를 비난했다가 '골도 못넣고 불평만 한다'며 되려 역풍을 맞았다. 최종전을 앞두고서는 인터뷰를 시도하는 리포터의 마이크를 빼앗아 호수로 던져버리는 비매너 행동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호날두도 초조함에 쫓기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슈퍼스타답게 가장 절체절명의 순간에 다시 제 몫을 해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호날두는 0-1로 끌려가던 전반 42분 절묘한 침투 패스로 나니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며 대회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후반 5분에는 우측에서 올라온 낮은 크로스를 감각적인 백힐 슈팅로 마무리하며 마침내 자신의 이번 대회 첫 골을 기록했다.

다시 헝가리에 추가골을 내주며 2-3으로 끌려가던 후반 17분에는 왼쪽에서 올라온 히카르두 콰레스마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마무리해 기어코 이날의 세 번째 동점을 만들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이 만든 3골에 모두 관여한 것은 물론이고 모두 이번 대회의 베스트골로 꼽힐 만한 멋진 장면들을 연출하며 슈퍼스타의 진가를 증명했다. 호날두의 대표팀 경력을 통틀어 최고의 경기 중 하나로 꼽힐 만했다.

호날두는 이로써 포르투갈 역사상 첫 A매치 60골 고지에 등정하며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역대 득점 기록을 또 다시 갈아치웠다. 호날두는 또 유로컵 역사상 첫 4회 연속 본선 득점이라는 대기록도 수립했다. 지난 2004년부터 빠짐없이 유로 본선무대에 개근 중인 호날두는 예선 기록까지 포함하면 총 28골로 유로컵 통산 득점 1위이기도 하다. 자신의 힘으로 포르투갈을 구해낸 호날두는 남은 대회에서 역대 기록 갱신과 득점왕 도전 역시 계속 노려볼 수 있게 됐다.

톱스드 포르투갈의 쑥스러운 16강행

하지만 포르투갈로서는 기사회생하기는 했지만 다소 쑥스러운 16강행이었다. 헝가리,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와 함께 이번 대회들어 가장 무난한 조에 배정되었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정작 조별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와일드카드로 생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와일드카드가 없는 종전 16개국 체제였다면 탈락했을 졸전의 연속이었다.

포르투갈은 여전히 '호날두 의존증'을 벗어나지 못한 게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최종전에서 호날두가 부활하며 팀 공격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헝가리가 앞선 아이슬란드-오스트리아와 달리 예상 외로 라인을 내리지 않고 당당히 '정면승부'를 걸었던 덕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헝가리를 상대로 단 한 번도 리드를 잡지 못하고 계속 끌려가다가 힘겹게 동점을 만드는 패턴을 반복했다. 헝가리는 44년 만의 복귀한 유로컵 본선무대에서 당당히 조 1위에 오를 자격이 있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포르투갈은 이로서 D조 1위가 된 크로아티아와 16강에서 격돌하게 된다. 운좋게 우승후보인 스페인이나 잉글랜드를 피한 것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지만, 크로아티아 역시 디펜딩챔피언 스페인을 잡을 만큼 전력이 만만치 않은 데다 포르투갈의 조별리그 경기력을 감안하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대다.

그나마 최종전에서 호날두를 중심으로 살아난 공격력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지옥 끝에서 살아 돌아온 호날두의 호우세리머니를 토너먼트에서도 다시 감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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