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6 조별리그 최대의 빅매치 중 하나로 꼽히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한판 승부가 임박했다.

16일 (한국시각) 프랑스 랑스에 위치한 스타드 펠릭스 볼라르에서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유로 2016 조별리그 B조 2차전이 열린다. 두 팀은 나란히 영국 연방에 속해 있는 한 식구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앙숙에 가깝다. 

지배와 정복의 관계로 시작된 잉글랜드-웨일스의 인연은 무려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잉글랜드 일대를 장악한 앵글로색슨족이 각 지역을 무력으로 복속시키며 하나의 통합 왕국을 탄생시켰다.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에 비하면 인지도가 낮지만, 웨일스 역시 역사적으로 잉글랜드에 대한 악감정은 뒤지지 않는다.

역사적 악감정 남아 있는 잉글랜드-웨일스

축구종가로 꼽히는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각각 다른 협회와 대표팀을 운영하고 있다. 1국가 1협회 체제를 강조하는 FIFA도 영국의 위상과 특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잉글랜드를 제외한 영 연방 3개국은 잉글랜드가 다른 나라와 축구 경기를 하면 무조건 상대 국가를 응원한다는 이야기기가 있을 정도로 악연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영연방 3팀이 한꺼번에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잉글랜드와 웨일스가 월드컵이나 유로 등 메이저대회 본선에서 맞붙기는 처음이다. 웨일스는 58년 만에 꿈에 그리던 유로 본선에 올랐고 지난 슬로바키아전(2-1)에서는 마침내 감격의 첫 승을 신고했다. 하필 첫 번째 유로 출전부터 잉글랜드와 같은 조가 된 것도 기묘한 악연이다.

양팀의 역대 전적은 68승 22무 14패로 잉글랜드의 압도적인 우위다. 특히 웨일스가 잉글랜드에게 거둔 마지막 승리는 1984년으로 무려 32년 전이다. 잉글랜드는 유로 예선 10전 전승을 비롯하여 본선 조편성에서도 잉글랜드는 톱시드를 받는 등  영연방의 맏형다운 위상을 자랑한다.

하지만 본선에 들어와서는 사정이 바뀌었다. 잉글랜드는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 추가시간에 뼈아픈 동점골을 허용하며 1-1 무승부에 그쳤다. 이로 인해 잉글랜드는 첫 승을 거둔 웨일스에 조 선두 자리를 내줬다. 만일 2차전에서 웨일스를 제압하지 못하면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하기 어려운 다급한 상황에 몰린 상황이다.

유로에서 자국의 축구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웨일스는 더 이상 만만한 팀이 아니다. 에이스 가레스 베일과 애런 램지는 이미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정상급 선수들이며 유로예선에서도 팀이 기록한 11골 중 9골을 합작했다.

스타플레이어가 많지는 않지만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서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내며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고 있어서 일부 특정 선수에게만 의존하는 원맨팀과도 거리가 있다. 내친김에 잉글랜드마저 제압하고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하게 된다면 웨일스에게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간이 될 전망이다.

 지난 12일(한국시각) 러시아와 맞붙은 유로 2016 조별리그 1차전에 출전한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

지난 12일(한국시각) 러시아와 맞붙은 유로 2016 조별리그 1차전에 출전한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 ⓒ 연합뉴스/EPA


잉글랜드, 메이저 대회 본선 울렁증 되풀이?

잉글랜드는 메이저 대회마다 반복되는 본선 울렁증의 악몽을 되풀이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경기 내용 자체는 좋았지만 골결정력 부족과 후반 체력 저하라는 약점을 드러냈다. 공수 불균형이 심각한 잉글랜드는 웨인 루니를 미드필드로 돌리고도 공격 자원은 넘쳐나는 반면, 수비는 베스트 멤버와의 기량차가 크다. 여기에 로이 호지슨 감독의 경직된 용병술도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잉글랜드는 1차전에서 자국 팬들이 러시아 팬들과 장내외에서 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유럽축구연맹은 향후 이번 사태가 재발할시 잉글랜드와 러시아를 실격 처리하겠다고 엄중한 경고를 내렸다. 문제는 2차전이 가뜩이나 역사적으로 민감한 상대인 웨일스와의 경기이기 때문에 어떤 돌발사태가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기도 이겨야 하고 팬들의 대응도 신경써야 하는 잉글랜드로서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있는 셈이다.

양팀은 이미 장외 신경전을 벌이며 2차전을 향한 기싸움을 시작했다. 베일은 "웨일스의 전력이 잉글랜드보다 못할 것이 없으며 오히려 열정과 자부심은 우리가 더 강하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여기에 베일은 상대인 잉글랜드를 적(Enemy)이라는 다소 공격적인 뉘앙스의 표현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호지슨 감독은 베일의 발언이 "무례하다"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총성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EPL에 익숙한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국내에서도 이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 영연방 라이벌 중 과연 어느 팀이 웃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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