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선과 지아는 다시 단짝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우리들 선과 지아는 다시 단짝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주)엣나인필름


내내 외톨이였다가 모처럼 마음 맞는 단짝 친구가 생겼다. 그런데 그 단짝 친구가 어느 날 이유 없이 배신한다면? 게다가 그 친구가 짝꿍이고 자주 봐야만 하는 사이라면 어떻게 할까? 친구와 싸우고 토라질 경우, 다시 화해하고 친한 사이가 되기도 하지만 영영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서먹한 사이가 되어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나도 회복하지 못하고 서먹하게 헤어진 초등학교 친구가 있다. 학교가 끝나면 늘 붙어 다니다시피 했는데 그 친구가 내가 보낸 위문편지의 답장 주소를 가로채는 사건으로 다투었다. 앙금이 생겼다. 외골수였던 그 친구의 집요함이 점점 싫어졌다. 나는 별로 관심이 없던 연예인들에게 그가 지나친 관심을 두는 것도 싫었다. 중학교 들어가며 더욱 서먹한 사이가 됐다. 서로 다른 중학교라, 그 친구가 몇 번 집으로 찾아온 것을 끝으로 연락이 끊어지고 말았다.

윤가은 감독 장편 영화 <우리들(The world of us)>은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11살 소녀들의 사랑과 질투 그리고 배신을 그려낸 작품이다. 어린 소녀의 감수성과 우정, 갈등을 내면의 연기로 잘 녹여낸 수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선과 지아는 왜 멀어졌나

우리들 선과 지아, 선의 동생 윤의 행복한 시간

▲ 우리들 선과 지아, 선의 동생 윤의 행복한 시간 ⓒ (주)엣나인필름


선(최수인 분)은 친구들과 소외된 외톨이다. 인기가 많은 보라가 선의 왕따를 주도한다. 보라의 친구들은 피구나 생일 파티에 선을 끼워주지 않는다.

외톨이 선은 방학식 날도 혼자다. 비밀을 지닌 지아(설혜인 분)는 전학 수속을 하기 위해 학교에 와 교실을 기웃거리다 선을 만나게 되고 선이 건넨 팔찌로 둘은 친구가 된다.

선과 지아는 서로의 집을 오가며 함께 지내고 비밀을 털어놓은 사이가 된다. 지아는 부모가 1학년 때 이혼하고 할머니와 산다고 밝힌다. 힘든 공장 일을 하는 선의 아버지는 술을 많이 마신다고 말한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지아는 학원에 다니게 되고 형편이 어려운 선은 학원을 함께 다니지 못한다.

개학이 되고 선의 반으로 전학을 오게 된 지아는 갑자기 선에게 냉담해진다. 왕따 주도자인 보라가 지아와 같은 학원을 다니고 보라가 지아를 자기 그룹에 끼워준 것이다. 선은 다시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아의 마음을 돌이켜 보려하지만 관계는 자꾸만 나빠진다. 급기야 선은 지아가 문구점에서 색연필을 슬쩍한 사실을 보라에게 말하고, 1등을 지아에게 뺏긴 보라는 질투심으로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지아의 비밀을 폭로한다.

지아는 보복으로 선의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라고 칠판에 적어 반 아이들이 모두 알게 한다. 분노한 선은 지아 할머니가 들려준 지아 부모가 이혼했다는 것, 지아 엄마가 영국에 있다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자존심이 상한선과 지아는 교실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둘은 더욱 껄끄러운 사이가 된다. 부모가 이혼한 것, 아빠가 젊은 여자와 재혼한 것 모두 지아가 숨기고 싶은 비밀이었다. 아빠가 술을 많이 마신다는 사실은 선이 숨기고 싶은 비밀이다.

왕따였다가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났지만, 친구의 배신으로 다시 외톨이가 된 선, 상처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 때문에 다시 왕따가 될 처지인 지아, 두 왕따 소녀들은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놓쳤던 손을 우리는 다시 잡을 수 있을까

학교 내에서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와 왕따를 당하는 아이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힘의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시작되는 11살 4학년을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인 4학년 때부터 권력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윤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밝혔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는 다양한 이유로 소외의 대상이 된다.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는 대체로 자기 뜻에 따르도록 힘과 권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의 내면에는 어쩌면 자신이 왕따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힘의 권력관계를 이용해 피해자가 되느니 차라리 가해자가 되어 왕따를 모면하겠다는 심리의 발현인 셈이다. 영화 속의 보라는 가해자면서 내면에 불안이 가득한 캐릭터다.

<우리들>은 왕따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폭력적이거나 어둡지 않다. 왕따가 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내면, 자신이 가진 것을 지켜내려 늘 불안한 마음인 왕따 주도자의 내면을 순수하고 사실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어쩌면 질투에 눈이 멀어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자신은 불안 심리로 몰래 눈물을 흘리는 대신,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마음의 문을 두드려 서로 속 깊은 아픔을 털어놓고 위로받는 친구로 관계가 회복될지 모르겠다.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것보다는 따뜻하게 손 내밀고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훨씬 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테니 말이다.

매번 맞고 돌아오는 다섯 살 동생 윤에게 선이 같이 놀지 말고, 때리라고 하자 윤이 이렇게 말한다.

"계속 때리기만 해? 그럼 언제 놀아? 친구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친구가 또 때리고…. 난 그냥 놀고 싶은데…."

실컷 싸우고 금세 신나게 다시 노는 어린 동생이 단 한 마디로 제시한 명쾌한 해법처럼, 선이 내민 손을 지아가 다시 잡는 마법이 일어나길.

<우리들> 포스터 윤가은 감독 장편 드라마 <우리들>.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심리를 파헤치려 노력한 작품이다. 오는 16일 개봉한다.

▲ <우리들> 포스터 윤가은 감독 장편 드라마 <우리들>.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심리를 파헤치려 노력한 작품이다. 오는 16일 개봉한다. ⓒ (주)엣나인필름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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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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