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준(FC 포르투)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FC),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두 유럽파 공격수가 스페인, 체코와의 A매치 2연전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은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처음 만나는 유럽팀이자 세계적인 강팀과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대표팀 주축 선수 중 진정한 옥석이 누구인지 가늠할 기회였다.

고개 숙인 손흥민, 승리 이끈 석현준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

프리킥 선제골을 성공시킨 윤빛가람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 프리킥 선제골을 성공시킨 윤빛가람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석현준은 스페인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 체코전에서는 선발 출장해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 승리의 최대 수훈갑이 되었다. 반면 손흥민은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고도 연이은 부진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두 선수는 같은 포지션은 아니지만, 나란히 대표팀 공격수의 중추이자 앞으로도 오랜 시간 슈틸리케호를 이끌어가야 하는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활약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일단 석현준은 이번 2연전을 바탕으로 슈틸리케호의 넘버 1 공격수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팀이 1-6으로 참패한 스페인전에서도 석현준은 후반 교체 투입돼 활발한 움직임과 감각적인 슈팅으로 이날 유난히 부진했던 유럽파 선수 중 그나마 양호한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체코전에서는 더 돋보였다. 특히 석현준은 '전천후 공격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190cm 장신에 탄탄한 체격을 자랑하는 석현준은 전형적인 센터포워드나 타깃맨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체코전에서 종종 2선이나 후방까지 내려와 연계 플레이와 도움수비에 가담하는 등 체격조건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발재간과 폭넓은 시야까지 갖춘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공격수들에게 득점 외에 전술적으로 요구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이날 경기에서는 석현준이 직접 공을 잡고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하거나 아군에게 공간을 열어주면서 공격을 주도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좌우 양 날개로 출전했던 손흥민과 지동원이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석현준이 2선 전역을 넘나들며 공격에 관여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석현준, 위협적 플레이로 체코 압박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

상대 수비의 거친 파울로 눈 위를 다쳐 붕대를 감은 석현준이 상대 수비수를 피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 상대 수비의 거친 파울로 눈 위를 다쳐 붕대를 감은 석현준이 상대 수비수를 피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내내 이어진 체코의 과격한 수비에 전반전 이마가 찢어져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상대의 거친 태클로 그라운드에 수차례 넘어지기를 반복했지만, 석현준은 저돌적인 몸싸움과 활발한 공수가담을 멈추지 않았다. 석현준이 시종일관 체코의 집중견제를 받은 것은 그만큼 위협적인 플레이를 펼쳤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한 윤빛가람과 콤비 플레이로 만들어낸 석현준의 두 번째 골은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터진 가장 화끈한 득점이었다. 상대 진영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공을 가로채 역습에 나선 한국은 윤빛가람이 문전 오른쪽으로 쇄도하던 석현준에게 어시스트를 찔러줬다. 석현준은 상대 골키퍼 페트르 체흐(아스널)가 달려 나오는 것을 보고 지체없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유럽 최고 골키퍼 중 한 명인 체흐조차 손쓸 재간이 없었던 완벽한 슈팅이었다. 그간 한국 공격수들이 득점 찬스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던 것과 비교할 때 석현준의 기민한 위치선정과 결정력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현재 슈틸리케호에서 석현준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경쟁자는 보이지 않는다.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꼽히던 이정협(울산 현대)이 소속팀에서의 부진으로 아예 이번 대표팀에서 낙마한 데다, 황의조는 결정력과 무게감에서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올 시즌 후반기 FC 포르투에서의 적응 실패와 부진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석현준이지만 이번 유럽 원정에서 큰 경기와 강팀을 상대로 자신의 강점을 증명했다.

와일드카드 유력 후보 손흥민, 최근 부진 영향 미칠까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

손흥민이 체코 수비수를 따돌린 채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 손흥민이 체코 수비수를 따돌린 채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때 슈틸리케호 에이스였던 손흥민의 부진은 안타깝다. 스페인전에서는 슈팅 1개에 그친 채 침묵을 지키다 교체 아웃됐고, 체코전 역시 석현준이나 윤빛가람에 비해 공격 지역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유럽 원정에서 기록한 3득점에 손흥민은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열심히 뛰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효율성이 부족했다. 손흥민의 고질적 약점인 볼이 없을 때 아쉬운 움직임이나 팀이 무너질 때 분위기에 휩쓸리는 기복은 여전했다. 오히려 후반 교체 투입된 K리거 이재성의 활약이 손흥민보다 더 두드러졌다.

손흥민의 부진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이적 후 계속된 슬럼프와 무관하지 않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최근에는 1년 만에 이적설과 방출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여론도 싸늘해지고 있다. 손흥민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와일드카드 발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지만 경기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설상가상 스페인전 후반 교체 이후 자기 경기력에 대한 불만으로 수건을 집어 던지는 행동으로 일부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결과론일 수 있지만, 손흥민이 차라리 올림픽팀에 빨리 합류했더라면 어땠을까. 어차피 와일드카드 발탁이 기정사실이라면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올림픽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더 나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유럽 원정에서 별다른 소득 없이 부진한 모습을 반복하며 손흥민의 와일드카드 차출 효율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석현준 와일드카드 발탁 가능성은?

한편으로는 석현준의 와일드카드 발탁 가능성도 새롭게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 석현준도 올림픽 출전 경험이 없고 아직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은 손흥민과 같다. 석현준도 와일드카드 후보로 거론됐지만, 손흥민이 이미 한 자리를 확보한 상황이라 남은 와일드카드는 수비 보강에 무게 중심이 쏠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스페인-체코 원정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석현준이 더 두드려졌다. 석현준은 이번 A매치를 통해 최전방 공격수로서 득점은 물론 다양한 전술적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와일드카드 발탁을 재검토하던지, 아니면 석현준과 손흥민을 동시 선발해 공격력을 확실하게 강화하는 선택도 고려해볼 만하다. 희비가 엇갈린 두 국가대표팀 공격수. 이들은 다가오는 리우올림픽에서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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