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 한 장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16년 5월 7일, 영국의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스코틀랜드 독립 등 다양한 이슈가 존재했는데, 가장 큰 화두는 런던시장 선출 결과였다. 선거 결과, 노동당의 사디크 칸(46) 후보가 보수당의 잭 골드스미스(41)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런던시장에 당선됐다.

대중과 언론은 사디크 칸이라는 인물, 특히 그의 출신에 주목했다. 그의 아버지는 파키스탄 출신의 무슬림이자 버스운전자로 사디크 본인 역시 무슬림이다. 유럽연합(EU)의 회원국 중 자국 수도의 수장이 무슬림 출신인 것은 유럽 역사상 거의 처음 일어난 일이다. 빈민가정의 여덟 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사디크는 청소년기부터 신문배달을 해왔으며, 여름에는 건축현장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도왔다. 그런 그가 런던이라는 대도시의 시장이 되다니,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이 난 셈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평등은 국민이 누려야할 중요한 가치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고 말이다. 이번 런던시장 선거가 흥미로운 이유도 이런 일이 드물고 특이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속 세상도 마찬가지다. 평등을 지향하지만 암묵적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 디즈니의 2016년 작품 <주토피아>다.

디즈니의 신작 <주토피아>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서로 다른 동물들이 인간처럼 살아가고 있다. 이곳은 포식자와 초식동물이 계층에 상관없이 서로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는 곳이다. 또한 사하라, 사바나, 툰드라, 열대우림, 조그만 설치류가 살아가는 리틀 로렌샤 등 다양한 지역이 하나로 모인 거대도시이기도 하다.

주인공 토끼 주디 홉스는 어렸을 때부터 경찰의 꿈을 키워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주디의 꿈을 응원하기보다 걱정과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주디는 그들의 우려를 보란 듯이 날려버리고 경찰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주토피아 경찰이 된다. 하지만 우수한 학교 성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찰로서 그녀의 능력을 기대하는 동료는 많지 않다. 어느 날 주디는 주차단속 중 사기꾼 여우 닉 우스터를 만나게 된다. 그러다 주토피아에 포식동물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주디와 닉은 조사를 위해 콤비가 되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주토피아>는 기존 디즈니 영화와 큰 차별성을 보여준다. 과거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이 대체로 가족애와 감정 등 개인적인 주제들을 보여줬다면, <주토피아>는 정치∙사회적 주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주토피아는 평등한 사회라고 하지만, 그 안에 분명한 차별이 존재한다. "여우는 태생적으로 약삭빠르고 거짓말하는 동물이다.", "토끼가 무슨 경찰이야, 농장에서 조용히 당근이나 키우면 되지"와 같은 말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인종차별과 편견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기존의 주인공들은 역경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가지만, 작품 속 사회는 그것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혹자는 이 영화를 보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도 평하기도 한다.

<주토피아>는 환상적인 영화로 단점을 찾기가 어렵다. 우선 첫 번째로 영화 속 캐릭터가 어마어마하게 귀엽다. 닉과 주디부터 가젤까지, 각각의 개성이 너무나 잘 드러나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동물들의 특성을 잘 살리며 친근감을 갖게 하는 동시에 색다른 면을 보여줘 참신하게 느껴진다. 두 번째, 스토리 진행이 신선하다. 기존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달리 스토리가 어디로 튈지 몰라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 세 번째,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영화에 적당한 스릴러 요소도 포함되어 있고, 너무 아동영화스럽지도 않다.

 대중교통 요금 동결 공약을 홍보하는 영국 노동당 사디크 칸 후보 트위터 갈무리.

대중교통 요금 동결 공약을 홍보하는 영국 노동당 사디크 칸 후보 트위터 갈무리. ⓒ 사디크 칸


다시 영국시장 관련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디크 칸은 빈민층 이주노동자 무슬림 출신이다. 주류사회와 동떨어진 마이너리티의 표본이다. 보수당 후보였던 골드스미스는 사디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라며 그가 인권 변호사 시절 극단주의자를 옹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역풍만을 불러왔다. 결국 런던시민들은 편견에 얽매이지 않았고, 덕분에 사디크라는 용이 개천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2016년 런던에서는 아직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떨까? 통계청의 '2015년 3분기 가계동향'을 살펴보면 3분기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은 62만 7천700원으로, 1분위의 월평균 교육비인 8만 200원의 7.8배에 달했다. 월평균 가계의 소비 지출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분위의 경우 15.4%에 이르렀지만 1분위는 6.2%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런 교육비 격차가 점차 확대된다는 점이다. 교육은 계층이동의 사다리라는 말이 있다. 이제는 사다리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조차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사디크 칸과 닉, 주디에게 자신의 목표를 위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면 영화와 현실 모두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개천의 용이 결국 이무기가 돼버렸을 것이란 말이다. 또한 평등이란 가치는 추상적인 개념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을 편견 없이 대하는 사람들이 있고 사회 속에서 평등의 가치를 누릴 수 있었기 때문에 사디크 칸과 닉, 주디가 각각 존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정부나 국가에서만 나설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각각의 편견을 지우고 관용을 키운다면 우리 모두에게 평등은 돌아올 것이다.

"당신이 어떤 종류의 동물이든, 변화는 당신으로부터 이루어져요."

영화 속 주디의 대사다.

덧붙이는 글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서 글쓰기 컨텐츠 동아리를 하고 있습니다. 매주 한개씩 동아리원들이 컨텐츠를 열심히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궁금하신분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critics를 찾아주세요
영화리뷰 주토피아 사회 칼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서 글쓰기 동아리 Critics를 운영하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고있습니다. 춘천 지역 일간지 춘천사람들과도 동행하고 있습니다. 차후 참 언론인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