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불명예 기록 행진은 어디까지일까. 점점 멀어지는 탈꼴찌 희망과 함께 이제는 올 시즌을 넘어 역대급 흑역사 신기록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한화는 18일 경북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원정에서 2-13으로 완패했다. 최근 6연패 수렁에 빠진 한화는 9승 28패에 그치며 승률이 0.243으로 더욱 떨어졌다.

고작 한 계단 위인 9위 kt와의 격차만 8게임 차다. 김성근 감독이 허리 수술로 자리를 비운 이후에는 11경기에서 무려 1승 10패라는 참혹한 성적을 거두며 추락이 더 가속화되고 있다.

쌓여만 가는 한화의 불명예 기록들

삼진 당한 장민석 17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6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한화 이글스의 경기. 5회 말 무사 1, 2루 한화 장민석이 삼진 당하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삼진 당한 장민석 17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6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한화 이글스의 경기. 5회 말 무사 1, 2루 한화 장민석이 삼진 당하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단지 팀 순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화는 올 시즌 각종 수치 면에서도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도맡고 있다. 19일 현재 팀타율-홈런-타점-득점-도루-평균자책점-퀄리티스타트 등 공수 주요부문 모든 기록에서 꼴찌다. 반면 상위권에 올라있는 것은 주로 선발 퀵후크나 최다 실책 같은 부정적인 기록들뿐이다.

보통 아무리 성적이 나쁜 팀이라고 해도 최소한 1~2개 부문은 두각을 나타내거나 선전하는 부문도 있을 법한데 올 시즌 한화는 그야말로 어느 하나 빈틈없이 골고루 부진하다. 이 성적으로 꼴찌 이외에는 어떤 순위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것은 바로 지금의 한화를 두고 하는 표현이다.

또한, 이제는 단순히 올 시즌만의 걱정거리가 아니다. 한화는 이대로 가다가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악의 꼴찌팀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위기에 놓여있다.

한화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6.76이다. 이는 프로야구 역대 최악의 평균자책점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공교롭게도 이전 기록도 2013년 한화가 달성한 6.35였다. 프로야구 역사상 6점대 자책점을 기록한 팀은 프로원년의 삼미 슈퍼스타즈와 한화, 단 두 팀뿐이다.

그나마 삼미가 프로야구 수준이 한참 떨어지던 초창기에 나온 기록이라면 한화는 2010년대에만, 그것도 무려 두 번이나 6점대 자책점을 기록하는 최초의 팀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위기에 놓였다.

또한, 한화는 37경기에서 45개의 실책을 범했다. 지금까지 소화한 경기 수보다 실책이 더 많은 팀은 한화뿐이다. 1995년 삼성이 126경기 체제에서 127개의 실책을 저지른 이후 21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만일 이 페이스가 시즌 끝까지 계속된다고 했을 때, 구단 자체 기록인 2014년의 113개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70~180개까지 가능하다. 이는 KBO리그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실책 기록인 1992년 쌍방울의 135개를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사사구도 242개를 기록하여 경기당 평균 6.5명의 주자를 공짜로 누상에 내보내고 있다. 종전 기록도 역시 한화가 기록한 2015시즌의 744개. 지금 페이스라면 작년 기록을 뛰어넘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고 최대 900개(약 941.8개) 이상의 사사구 가능하다. 좀 더 분발하면(?) 사상 초유의 한 시즌 1000사구 헌납이라는 대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다.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다.

밑 빠진 독에 쏟아부은 돈

고개 숙인 정우람 지난 17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6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한화 이글스의 경기. 8회 말 2사 3루 삼성 이지영 타석 때 폭투로 1점을 내준 한화 정우람이 고개 숙이고 있다.

▲ 고개 숙인 정우람 지난 17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6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한화 이글스의 경기. 8회 말 2사 3루 삼성 이지영 타석 때 폭투로 1점을 내준 한화 정우람이 고개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더구나 한화는 올 시즌도 꼴찌를 기록할 경우, 팀 창단 6번째가 되어 롯데(8회)의 역대 최다 꼴찌 기록을 2회 차이로 추격하게 된다. 롯데가 2004년을 끝으로 더는 꼴찌기록이 없는 반면, 한화는 창단 첫 최하위를 기록했던 2009년부터 최근 불과 8년 사이에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 올만큼 꼴찌 계보의 새로운 적자로 등극했다. 또한, 2할대에 머무는 지금의 승률이 계속 유지될 경우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세 자릿수 패배(100패)팀으로 등극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한화에서 씁쓸한 부분은 최근 몇 년간 팀 전력강화를 위하여 쏟아부은 엄청난 투자다. 한화가 그동안 FA와 외국인 선수, 감독 영입 등에 쏟아버리는 비용만 400억~500억 원을 웃돈다. 올 시즌 한화는 프로야구팀 총연봉 1위다.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하고 에스밀 로저스와 윌린 로사리오는 최근까지 현역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선수들이었다.

더구나 강훈련을 강조하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 한화는 훈련량 또한 남부럽지 않게 했다. 시즌 중에도 휴식 없는 특타와 수비 훈련이 이어질 정도다. 그런데도 성적이 이 정도로 나오는 자체가 참 신기한 일이다.

삼미나 청보, 쌍방울, 롯데처럼 역대 꼴찌팀들은 당시 전력 자체가 매우 약했거나 구단의 투자 의지가 빈약하여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야구 성적이 물론 돈이나 이름값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한화처럼 즉시 전력감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도 이 정도로 성적이 역주행하는 것도 보기 드문 케이스다. 그런 면에서 한화는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쓴 꼴찌팀'이라는 새로운 불명예 기록까지 추가하고 있다.

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하던 김성근 감독의 주장처럼, 올 시즌 한화는 프로야구 역대 꼴찌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고 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여주는, 한화만의 진정한 창조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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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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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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