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리미어리그가 16년 만에 '토종 득점왕'을 배출했다.

토트넘의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이 25골을 터뜨리며 2015~2016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것이다. 케인은 손흥민, 에릭 라멜라,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과 손발을 맞추며 토트넘을 프리미어리그 준우승에 올려놓았다.

케인의 득점왕 등극에 영국 축구가 환호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영국 출신 공격수가 득점왕에 오른 것은 지난 1999∼2000 시즌 케빈 필립스(선덜랜드)가 30골을 터뜨린 이후 무려 16년 만이다.

그동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은 지미 하셀바잉크(네덜란드), 티에리 앙리(프랑스),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등 외국인 공격수의 차지였다.

케인과 바디, 축구종가의 새로운 희망 

 토트넘 홋스퍼의 해리 케인(왼쪽)이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슛을 하고 있다. 이날 토트넘은 1-2로 뒤지던 후반 추가시간 케인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2015. 2. 22)

토트넘 홋스퍼의 해리 케인(왼쪽)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 연합뉴스/EPA


토트넘 유스팀을 거쳐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로 성인 무대에 데뷔한 케인은 지난 시즌 21골로 득점 2위에 오른 데 이어 올 시즌 4골을 더 보태며 기어코 득점왕에 오르는 탁월한 골 감각을 과시했다.

이제 23살에 불과한 밝은 미래와 키 190cm가 넘는 당당한 체구, 왕성한 활동력, 유려한 발재간 등 정상급 공격수의 덕목을 두루 갖춘 케인은 영국 축구의 희망으로 불리며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올 시즌 24골을 터뜨리며 레스터 시티의 기적 같은 우승을 이끈 또 다른 영국 출신의 공격수 제이미 바디가 케인에 이어 득점 2위에 오르는 등 토종 공격수의 눈부신 활약에 영국 축구는 그야말로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뒤늦게 만개한 바디는 단거리 육상 선수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빠른 발과 동물적인 골 감각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터뜨리며 케인과 함께 영국 축구를 이끌어갈 인물로 떠올랐다.

케인과 바디는 벌써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어 함께 공격진을 이끌고 있다. 오는 6월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유로 2016(유럽축구선수권)에서 잉글랜드가 돌풍의 팀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잉글랜드, 메이저 대회 '한' 풀까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라는 역사와 세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프리미어리그를 보유하고도 월드컵이나 유로 등 국가 대표팀이 맞붙는 메이저 대회에서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안방에서 열린 1966 월드컵 우승, 유로 1996 4강 진출 등이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기록이다.

잉글랜드가 메이저 대회에서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승부처에서 골을 넣어주는 '해결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첼시,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프리미어리그의 강호들이 외국인 공격수를 선호하느라 자국 출신 공격수 양성에 소홀했다는 비난도 따라다닌다.

2000년대 초반 앨런 시어러와 마이클 오언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대진운이 좋지 못했고, 에밀 헤스키나 피터 크라우치는 메이저 대회 수준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웨인 루니가 고군분투했지만 어느덧 전성기를 훌쩍 지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케인과 바디의 화려한 등장은 잉글랜드의 오랜 갈증을 풀어줬다. 지난 3월 '월드컵 챔피언'이자 숙명의 라이벌인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3-2로 역전승을 거둔 것도 자신감을 키웠다.

잉글랜드는 유로 2016과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메이저 대회 우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노리고 있다. 케인과 바디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앞세운 잉글랜드가 과연 축구 종가에 어울리는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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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케인 제이미 바디 프리미어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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