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와 한화가 올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양팀은 오는 13일부터 기아의 홈구장인 챔피언스필드에서 3연전을 치른다. 지난 4월 첫 번째 대결(4월 26~28일)에서는 한화가 2연승으로 우위를 점한 바 있다.

최근 양팀의 관계는 미묘하다. 지난해는 나란히 시즌 중반까지 5강 경쟁을 펼쳤다. 양팀간 서로 물고물리는 명승부도 많았다. 올해는 초반부터 나란히 하위권에서 반등을 위하여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4월 첫 대결 당시에는 기아의 우위를 예상했던 이들이 많았다. 한화는 직전 두산과의 3연전에서 스윕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추락한 최악의 상황이었고, 기아는 오히려 롯데에 2연속 대승과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두 팀의 맞대결에서는 상황이 180도 반전됐다. 유독 기아를 상대로 그동안 부진하던 한화 선발이 호투했고 벌떼야구가 먹혀 들어갔다. 기아는 에이스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를 내보내고도 충격적인 연패를 당했다. 한화는 기아전을 기점으로 그 주 4승 1패의 상승세를 보이며 개막 이후  가장 좋은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팀의 순위는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한화는 5월 들어서 다시 3승 6패의 부진에 빠졌고 사령탑 김성근 감독마저 허리 수술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악재가 겹쳤다. 기아는 5월 5승 4패로 선방하며 LG와 공동 8위로 올라섰다. 기아와 한화의 승차는 5.5게임으로 첫 맞대결(4.5게임차)당시보다 더 벌어져 있다.

반전 계기 필요한 한화, 중위권 도약 노리는 기아

 지난 4월 26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기아의 경기. 6회말 기아 선발 양현종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양현종은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했으나, 시즌 첫 승에는 실패했다.

지난 4월 26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기아의 경기. 6회말 기아 선발 양현종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양현종은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했으나, 시즌 첫 승에는 실패했다. ⓒ 연합뉴스


한화는 이번에도 기아를 상대로 어떻게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 자리를 비운 지난 5일 SK전부터 1승 5패에 머물고 있다. 9승 23패(.281)로 유일하게 승률 2할대에 머무르고 있는 한화로서는 여기서 더 벌어지면 사실상 올 시즌은 백기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기아는 한화를 상대로 지난 번의 빚을 갚고 중위권 도약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기아는 5월 들어 롯데와의 3연전 스윕승-넥센전 스윕패-KT전 2연승 등 상대팀에 가라 극과 극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중위권팀들과의 격차는 크지 않기에 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단숨에 5위권까지도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이번 3연전은 첫 대결부터 빅매치다. 양팀은 각각 에이스인 양현종과 에스밀 로저스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선발진의 무게감으로는 포스트시즌급 승부다.

양현종과 로저스는 지난해 8월 22일 광주에서 한 차례 선발 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는 로저스가 9이닝 123구 5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양현종도 6이닝 6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호투했지만 동료들의 지원을 받지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나란히 KBO을 대표하는 정상급 선발로 꼽히는 투수들이지만 올 시즌 행보는 순탄치 않다. 두 선수 올시즌 아직까지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양현종은 올 시즌 7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 6회에 평균자책점 3.51를 기록하고도 타선과 수비의 지원을 받지못해 승리없이 4패만 기록 중이다. 로저스는 팔꿈치 통증으로 4월 내내 2군에서 보내다가 지난 8일 수원 kt전에서 1군 복귀전을 가졌지만, 5.1이닝 9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양현종은 타선 지원이 최대 변수다. 양현종이 등판했을 때 기아 타선은 9이닝당 득점 지원이 2.4점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4명 중에서 가장 적다.

기아는 그야말로 '도깨비 타선'이다. 원래 약체로 평가된 기아 타선이지만 올 시즌 현재 팀타율(.287)과 팀홈런(33개) 3위까지 올라왔을 만큼 의외의 폭발력이 있다. 문제는 어떤 팀을 상대하느냐, 혹은 선발투수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내용이 극과 극이었다는 점이다.

기아 선발진 중 가장 화끈한 득점지원을 받고 있는 외국인 투수 지크 스프루일의 경우, 그가 등판한 최근 5경기에서 기아 타선은 무려 48점을 몰아쳤다. 하지만 양현종이 등판한 경기에서는 1점 이하에 그친 경기만 무려 4번이나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오히려 기아 타자들이 양현종이 등판할 때마다 잘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이범호와 나지완의 방망이가 절실하다.

로저스, 한화의 퀵후크 잔혹사 극복할까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6회말 한화 로저스가 교체되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6회말 한화 로저스가 교체되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 연합뉴스


로저스는 계속되고 있는 한화의 퀵후크 잔혹사를 극복해야 한다. 한화는 올 시즌 선발투수의 퀵후크가 32경기에서 벌써 18회로 전체 1위인 반면, 선발승은 2차례에 불과하다. 많은 투수들을 투입하는 벌떼야구에도 한화의 평균자책점은 6.55로 전체 최하위다. 로저스가 승리도 승리지만 가급적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는 것이 절실하다.

KT와의 첫 등판에서 로저스는 5이닝을 채우기는 했지만 구위는 지난해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백기에 따른 일시적인 투구감각의 문제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로저스의 컨디션이 아직 정상이 아니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또 다른 선발 안영명은 1군 복귀 2경기 만에 다시 부상을 당하며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전날 NC에게 대패를 당하고 마운드가 무너진 상황에서 믿었던 로저스마저  첫 승에 실패하거나 조기에 퀵후크 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한화는 정신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기아와 한화, 어느 쪽이든 이번 3연전은 반드시 잡아야할 경기다. 특히 첫 경기부터 양팀 에이스간의 올 시즌 첫 승을 두고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이 걸린 승부다. 에이스들이 격돌하는 첫 경기의 향방이 3연전의 전체적인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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