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대표팀 진천 선수촌 훈련 장면 (2016.5.9)

여자배구 대표팀 진천 선수촌 훈련 장면 (2016.5.9) ⓒ 박진철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9일 대표팀이 훈련 중인 진천 선수촌. 주요 방송사들이 선수들의 훈련과 연습경기 장면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리우 올림픽 본선 진출권이 걸려 있는 세계 예선전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배구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세계 예선전에서 러시아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특히 숙적 일본을 꺾으면서 감동이 배가됐다. 그 여세를 몰아 올림픽 본선에서 36년 만에 기적 같은 4강 신화를 썼다.

이번 리우 올림픽 세계 예선전(14일~22일, 이하 세계 예선전)에 대한 관심은 지난 2012년보다 훨씬 뜨겁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 구기종목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11일 현재 남자는 축구를 제외하고 농구, 배구, 핸드볼, 하키가 모두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여자는 핸드볼과 하키만 본선 진출이 확정된 상태다. 축구는 이미 탈락했다. 남은 건 배구와 농구다. 여자배구가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그리고 절실하다. 한국 여자배구에게 어쩌면 리우 올림픽이 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인 김연경(29세·192cm·레프트·페네르바체) 때문이다. 나이와 기량으로 볼 때, 4년 후를 장담할 수 없다.

한·일전 지상파 생중계, 현역선수 대거 객원해설

 여자배구 리우 올림픽 세계 예선전 일정 및 방송중계

여자배구 리우 올림픽 세계 예선전 일정 및 방송중계 ⓒ 김영국


이를 반영하듯, 세계 예선전에 대한 방송사의 중계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세계 예선전 때는 국내 방송사에서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 국제중계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홍보대행사가 제시한 중계권료가 비싸고, 프로야구와 시간대가 겹친다는 이유로 방송사들도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번 세계 예선전은 주관 방송사인 KBSN스포츠가 한국 팀의 경기를 네달란드전 녹화중계를 제외하고 모두 생중계한다. 또한 다른 나라의 주요 경기들까지 생중계한다.

특히 17일 한·일전은 지상파인 KBS 2TV에서 생중계한다. 평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인기 드라마 방영을 미루고 여자배구 생중계를 한다는 자체가 이번 올림픽 예선전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도를 방증한다.

KBSN스포츠는 현역 프로배구 선수인 김사니(IBK기업은행), 한송이(GS칼텍스), 한유미(현대건설)까지 객원 해설가로 중계에 투입한다. 이처럼 파격적인 편성이 이뤄진 데에는 V리그에서 여자배구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등 인기가 오른 것도 한몫했다.

배구협회, '지원 소홀' 오명 벗는다... 2012년보다 대폭 확대

배구계를 비롯한 각계의 지원도 2012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국가대표팀을 총괄하는 대한배구협회의 사전 준비와 노력이 눈에 띈다. 이번만큼은 '배구협회가 지원을 잘 안 해준다'는 오명을 벗겠다는 각오다. 

이번 세계 예선전에는 선수 엔트리 14명이 모두 일본으로 간다. 출전 가능 선수가 2012년보다 2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선수 활용 폭에도 여유가 생겼다. 다만, 올림픽 본선에는 규정상 12명까지만 데리고 갈 수 있다. 스태프도 대폭 보강됐다. 2012년과 달리 재활 트레이너가 2명이 간다. 전력분석요원과 주무(통역)도 동행한다.

규정상 대회 조직국에서 경비 지원을 해주는 공식 인원은 팀 단장, 감독, 코치, FIVB가 인정하는 의사와 물리치료사, 기자, 그리고 출전 선수 12명까지다. 이들 18명은 대회 기간 동안 체재비 등 모든 경비를 지원해준다.

그러나 18명에서 벗어난 인원들은 참가국 협회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2명의 추가 선수, 트래이너 1명, 재활 트레이너 2명, 전력분석요원 1명, 주무 1명 등 정원 밖의 7명에 대한 경비는 모두 대한배구협회가 해결해야 한다. 그에 따른 경비가 4천여 만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이번에는 모두 해결했다. 대한배구협회가 지난해 12월부터 국가대표팀 지원을 위해 모금운동을 벌였던 'V-퓨처(future) 펀드'가 대기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오승재 9인제배구연맹 회장(동양환경 대표)이 여자배구 올림픽 예선전 지원에 써달라며 5천만원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 회장은 이번 올림픽 예선전 지원단장 자격으로 일본까지 동행한다. 일본 현지에서도 추가로 3천만원을 후원할 예정이다. 지난 5일에는 진천 선수촌을 방문해 회식비 등으로 사용하라며 5백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이정철 감독 "선수들 사기 많이 올라"

 한국-카자흐스탄 연습경기 (진천 선수촌, 2016.5.9)

한국-카자흐스탄 연습경기 (진천 선수촌, 2016.5.9) ⓒ 박진철


대한배구협회의 박승수 회장, 신만근 전무, 김찬호 경기력향상위원장 등 현 집행부 일행도 지난 4월 25일 진천 선수촌을 방문해 2천만원의 격려금을 전달했다. 2천만원은 V펀드에서 1천만원과 협회 재정에서 1천만을 지원한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국제대회 나가기 전에 대표팀에게 거액의 격려금을 지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한배구협회와 IBK기업은행은 10일 여자배구 올림픽 예선전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그에 따라 IBK기업은행은 1억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경우까지 대비해 미리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대한배구협회 집행부가 국가대표팀 지원을 위해 V펀드 모금운동으로 미리 대비하고, 올림픽 예선전 지원 단장과 스폰서 등을 구하기 위해 발로 뛴 결과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선수들이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해도 못 먹게 하고, 고기를 먹이겠다"고 말했다. 농담이긴 하지만, 그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프로배구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KOVO)도 나섰다. KOVO는 9일 여자배구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포상 계획을 발표했다. 대표팀이 이번 세계 예선전에서 본선 진출권을 획득할 경우 1억원의 포상금을 우선 지급한다. 그리고 올림픽 본선에서 4강에 들 경우 1억원, 동메달 획득 시 2억원, 은메달 획득 시 3억원, 금메달 획득 시 5억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이정철 감독도 배구계의 전폭적인 지원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감독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일본 현지에 재활 트레이너 2명과 FIVB 의사와 물리치료사까지 의무진만 4명이 동행한다"며 "국제대회에 나가면서 의료진이 4명이나 동행하는 것은 역대 국가대표에서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전력분석원과 주무까지 동행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경비가 상당히 소요된다. 그런데도 격려금까지 두둑하게 주셨다"며 대한배구협회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어 "배구계 전체의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에 선수들도 사기가 많이 올라 있다"고 말했다

'Again 2012' 가능할까?

 '화기애애'한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진천 선수촌, 2016.5.9)

'화기애애'한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진천 선수촌, 2016.5.9) ⓒ 박진철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상 목표는 올림픽 본선 진출권 획득이다. 첫 상대인 이탈리아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한·일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선발 라인업도 윤곽이 드러났다. 최근 카자흐스탄과 연습경기를 통해 시험 가동도 마쳤다. 3차례의 연습경기에서 총 11세트를 치른 결과, 한국이 무실 세트로 압승을 거뒀다.

우선 선발 세터는 염혜선으로 출발하고, 노련한 이효희가 뒤를 받친다. 이정철 감독은 "염혜선이 많이 안정됐고, 토스의 힘과 빠르기도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희진은 라이트로 고정한다"며 "센터는 양효진, 김수지, 배우나 3명이 맡는다"고 했다.

김연경과 짝을 이루는 레프트 한 자리는 이재영, 이소영, 박정아가 맡는다. 이재영이 선발로 나서지만, 흔들릴 조짐이 보이면 이소영, 박정아가 투입된다. 서브가 강한 강소휘는 원 포인트 서버로 흐름을 바꿀 예정이다.

이 감독은 "작년 월드컵 때와 비교했을 때 세터진이 안정화됐고, 백업 맴버(교체 선수)의 기량이 더 좋아졌다"고 진단했다.

결전의 날이 다가오자 배구팬들도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며 조급해지고 있다. '응답하라 2012'가 절실한 한국 여자배구. 14명의 여전사들에게 2016년 여름은 해피엔딩일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배구 프로배구 올림픽 김연경 V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