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텍스트(Text)에는 맥락(Context)이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100% 정치적인 예술이 존재할 수 없듯이, 100% 순수한 예술도 없습니다. 문화 공연을 때로는 인문학적으로, 때로는 사회과학적으로 읽어봅니다. 마음에 안 들면 신랄하게 태클도 걸어보고, 재미있으면 '우쭈쭈' 칭찬도 합니다. 공연을 철학적으로 혹은 정치·사회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을 겁니다. 시도가 비록 재미(Fun)는 없더라도, 최소한 '뻔'한 리뷰는 쓰지 않으려 합니다. [편집자말]
뮤지컬 <파리넬리> 프레스콜 지난 28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뮤지컬 <파리넬리>의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어렸을 때의 미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세된 가수 카스트라토의 일생을 다룬 작품으로, 실제 인물인 카를로 브로스키의 삶을 극화했다.

▲ 카스트라토의 탄생 어린 카를로 브로스키가 거세당하고 파리넬리가 되는 과정. 초연에 비해 시각적인 강렬함은 덜하지만, 대신 과하게 톤이 튀었던 부분이 삭제됐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 곽우신


카를로 브로스키의 삶은 꼬여 버렸다. 그는 그의 삶을 저주한다. 특히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에 괴로워했다. 어렸을 때는 그저 막연히 노래하는 것이 좋았겠지만, 그 노래 때문에 자신은 모든 걸 잃었다. 정작 카스트라토가 되는 건 그의 선택이 아니었는데.

"아무나 천사를 볼 수 없지만, 누구나 천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카스트라토, 천사의 목소리. 신께서 만드신 목소리. 신이 주신 기회 거부할텐가? 외면할텐가? 신이 주신 영광, 신께 돌리게." - 뮤지컬 <파리넬리> 1막 No.02 '신의 뜻으로' 중에서

"이것이 정녕 신의 뜻이란 걸 당신이 어떻게 아나요?"라던 아버지의 반대는 종교적 권위 앞에 무너졌다. 신을 위해 노래하라는 이유로 억지로 거세당했고, 타의에 의해 다른 가문의 성을 본 딴 이름으로 살아야 했다. 그렇게 카를로 브로스키는 파리넬리가 됐다.

가수가 돼서도 삶은 변하지 않았다. 세상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고, 파리넬리가 부르는 노래 중 자신을 위한 노래는 한 곡도 없었다. 노래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가수. 그의 삶에는 대체 어떤 의미가 있단 말인가.

"차라리 음악이 없었다면, 차라리 평범한 사람이라면. 어디로 가는가. 내 두 발은 길 잃고, 이곳을 헤매고 끝없이 헤매다 지쳐 쓰러지려해. 신은 나를 왜 선택했나. 신은 나를 대체 왜. 음악 안에 나를 가둬두고. 신은 왜 날." - 뮤지컬 <파리넬리> 2막 No.20 '신은 왜 나를' 중에서

그래서, 그는 결심한다. 더 이상 누군가의 악기로 살지 않겠다고. 세상은 그를 천사라고 칭송했지만, 한 번도 그런 타이틀을 원한 적 없다. 그는 검은 깃털의 화관을 쓰고, 무대 위에 오른다. 세상을 등지려는 한 가수의 마지막 아리아가 시작된다.

우리는 세상을 위한 악기가 아니다

뮤지컬 <파리넬리> 프레스콜 지난 28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뮤지컬 <파리넬리>의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어렸을 때의 미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세된 가수 카스트라토의 일생을 다룬 작품으로, 실제 인물인 카를로 브로스키의 삶을 극화했다.

▲ 욕망의 대상 사람들은 무대 위의 그를 칭송하지만, 동시에 사라진 그의 남성성을 조롱한다. 파리넬리는 그저 상대의 욕망이 투영되는 존재이다. 자신의 욕망은 추구할 수 없고, 타인의 욕망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 곽우신




"세상은 거대한 음악, 우리는 그 안의 충실한 악기. 세상이 정한 법칙 안에서 각자의 소리를 내는 거야. 세상은 거대한 음악." - 뮤지컬 <파리넬리> 2막 No.16 '오페라 대결' 중에서

세상이 거대한 음악이고 우리가 그 안의 악기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연주하는 건 하나의 음악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음악이다. 나라는 존재는 세상의 부속물도, 세상을 위해 바쳐야 할 봉헌물도 아니니까. 인간의 재능은 악기일 수 있지만, 인간 자체가 악기가 될 수는 없다. 인간은 도구로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신이 인간에게 준 건 재능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이 세상을 만들 때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재능이 아니라 자유의지이다. 우리는 각자의 의지에 따라,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며, 각자의 인생을 산다. 신은 인생이라는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개입하지 않는다. 다만 음악이 끝났을 때 개별적으로 평가하고, 심판할 뿐이다. 신에게 부여 받은 자유와 생명을, 신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적 삶으로 써버린다면 그게 오히려 신성모독이다.

그러나 신이라는 이름에 기댄 권위는 정작 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인간을 억압한다. 처음 주교가 카를로를 카스트라토로 만들 때 내세운 것도 신의 영광이었다. 신이 준 재능이니 신을 위해 바쳐라! 언뜻 그럴 듯해 보이지만, 결국 주교가 그를 카스트라토로 만든 건 교구를 후원하는 재력가 귀족 가문의 그럴 듯한 보상을 위해서였다. 더 이상 카를로는 미성으로 마음껏 노래하던 소년이 아니라, 파리나 가문의 성의에 보답하기 위한 물건이 된다.

"오! 파리넬리, 신이 선택한 목소리. 오! 파리넬리, 신이 선물한 목소리. 세비야의 밤보다 뜨거운 목소리. 라인강을 깨우는 화려한 목소리. 베르사유에 불어온 달콤한 목소리. 황홀한 노래를 들려줘. 꿈길을 걷게 하는 단 하나의 목소리. 오, 파리넬리!" - 뮤지컬 <파리넬리> 1막 No.06 '오! 파리넬리' 중에서

세상은 파리넬리에게 환호한다. 신이 선택하고 신이 선물한 목소리에 모두가 즐거워한다. 내 재능을 나만의 재능이 아니라 세상의 재능으로 환원하는 것. 개인이 독점하는 대신 함께 나누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 분명 아름답고 멋진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 재능의 발휘가 나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개인을 억압하는 공리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뮤지컬 <파리넬리> 프레스콜 지난 28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뮤지컬 <파리넬리>의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어렸을 때의 미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세된 가수 카스트라토의 일생을 다룬 작품으로, 실제 인물인 카를로 브로스키의 삶을 극화했다.

▲ 마리나 로시니 안젤로의 이름으로 안젤로의 삶을 대신 사는 그녀의 진짜 이름은 마리나. 그녀만이 유일하게 파리넬리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존재이다. 다른 모든 캐릭터가 그런 것처럼, 그녀도 파리넬리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다. 하지만 리카르도나 래리펀치가 파리넬리를 수단으로 보는 데 반해, 그녀는 파리넬리를 카를로 브로스키라는 한 사람으로 인정한다. ⓒ 곽우신


뮤지컬 <파리넬리> 프레스콜 지난 28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뮤지컬 <파리넬리>의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어렸을 때의 미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세된 가수 카스트라토의 일생을 다룬 작품으로, 실제 인물인 카를로 브로스키의 삶을 극화했다.

▲ 헨델의 악보를 훔치다 파리넬리에게 어울리는 오페라는 쓸 수 없지만, 파리넬리는 계속 소유하고 싶었던 리카르도. 그의 엇나간 집착은 헨델의 악보를 훔치는 데 이른다. 리카르도는 여러번 "동생을 위해서"라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지만 정작 진짜로 파리넬리를 위한 행동은 래리펀치를 살해하는 것뿐이었다. 자신이 쓰던 오페라를 극의 마지막에 가서야 보여주고 좌절하는 모습은 비장미를 더하지만, 단순히 부끄러워서 그 오랜 시간 동안 동생의 부탁을 거절했다는 건 다소 어색한 설명이었다. 리카르도도 사실은 동생에게 끊임없이 인정받고 싶어했으니까. ⓒ 곽우신


뮤지컬 <파리넬리> 커튼콜 지난 7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뮤지컬 <파리넬리>의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이 관객 앞에 나와 인사하고 있다.

▲ 김태훈의 래리펀치 래리펀치는 보다 재기발랄하고, 유쾌하면서 동시에 더 잔인한 캐릭터가 됐다. 특히나 김태훈 배우의 악역 소화는 이전까지 작품에서 이미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초연에 이어 여전히 부족하고, 리카르도에 의해 죽는 장면 역시 허망하다. ⓒ 곽우신


"사람들은 음악을 듣지 않아. 그들은 그저 구경만 하지. 화려한 것, 짜릿한 것. 오직 그것만을 원해. 화려한 노래, 화려한 기교." - 뮤지컬 <파리넬리> 2막 No.19 '사람들이 원하는 것' 중에서

정작 그 환호하던 사람들 역시 진정으로 음악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게 아니다. 그저 저 악기가 얼마나 높은 소리를 내는가, 얼마나 기술적으로 화려한가만 신경 쓸 뿐이다. 그렇게 액자 안에 갇혀 전시된 그는, 아무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뮤지컬 <파리넬리> 프레스콜 지난 28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뮤지컬 <파리넬리>의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어렸을 때의 미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세된 가수 카스트라토의 일생을 다룬 작품으로, 실제 인물인 카를로 브로스키의 삶을 극화했다.

▲ 액자 안의 가수 파리넬리가 무대에 오를 때, 무대 위에는 거대한 액자가 내려온다. 그는 액자 안에 갇힌 채 전시되는 존재이다. 하지만, 마음가짐은 달라졌다. ⓒ 곽우신


신을 위해 카스트라토가 됐고 귀족을 위해 이름을 바꿨지만 자신이 얻은 건 아무것도 없다. 형 리카르도는 자신의 별것 아닌 곡을 있어 보이게끔 만드는 파리넬리를 소유하고자 했고, 흥행사 래리펀치는 극단에 많은 돈을 안겨줄 파리넬리가 갖고 싶었다. 점유의 대상이 된, 객체가 된 파리넬리.

다들 인간 카를로를 보지 않는다. 가수 파리넬리에게 관심이 있을 뿐. 그가 신을 원망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시 또 슬픔이 나를 깨우네. 다시 또 절망이 나를 덮치네. 매일 밤 찾아와 자꾸만 내게 말을 거네. 너는 누굴 위해 노래하나.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구원의 목소리 내게도 간절한데. 왜 아무 대답 없나. 차가운 칼날에 만들어진 지상에 내려온 천사. 천국에 이르는 목소리를 가진 난 숨을 쉴 수가 없어. 왜 하필, 왜 하필 나인가. 고통 속에 가둔 채로, 신은 왜 날." - 뮤지컬 <파리넬리> 1막 No.13 '왜 하필' 중에서

나를 위한 아리아

뮤지컬 <파리넬리> 프레스콜 지난 28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뮤지컬 <파리넬리>의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어렸을 때의 미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세된 가수 카스트라토의 일생을 다룬 작품으로, 실제 인물인 카를로 브로스키의 삶을 극화했다.

▲ 카스트라토의 키스 파리넬리는 런던의 빈자에게 적선을 한 뒤 "당신의 아내와, 당신의 아이와, 당신의 가족들에게 축복을"이라는 성의 표시에 오히려 충격을 받는다. 사랑하는 여자조차 안을 수 없는 존재. 하지만 그처럼 불완전한 그라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이해해주는 이가 바로 안젤로이다. 초연에 비해 파리넬리와 안젤로의 서사가 보강된 건 재연의 큰 강점이다. ⓒ 곽우신


뮤지컬 <파리넬리> 프레스콜 지난 28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뮤지컬 <파리넬리>의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어렸을 때의 미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세된 가수 카스트라토의 일생을 다룬 작품으로, 실제 인물인 카를로 브로스키의 삶을 극화했다.

▲ 두 사람의 노래 신을 위해 바쳐진 목소리, 그래서 불행해진 이들은 신에게 메아리 없는 기도를 되풀이한다. 작품 내내 수없이 신을 찾지만 신은 한 번도 역사하거나, 강림하거나, 응답하지 않는다. 신은 개입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볼 뿐이다. ⓒ 곽우신


그런 파리넬리를 유일하게 사람으로 봐주는 존재가 바로 안젤로이다. 안젤로는 남장여자이다. 어려서 죽은 동생의 이름으로, 동생의 삶을 대신하며 카스트라토인 척 위장하고 있다. 안젤로는 그저 동생을 대신하며 평생 노래할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왕권과 신권 사이에 낀 오페라는 정치적 다툼에 이용될 뿐이다.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까봐 매일 마음 졸이며, 권력 분쟁의 도구로 전락한 음악을 하는 삶. 안젤로 역시 그저 하나의 악기에 불과했다.

그래서 파리넬리와 안젤로에게 서로가 더욱 특별했다. 파리넬리에게 안젤로는 가수 안젤로 루시니가 아니라 자신이 식음을 전폐하고 있을 때 머리를 쓰다듬으며 감자 하나 전해준 마리나 루시니이다. 안젤로에게 파리넬리는 재능 있는 가수가 아니라 자신의 품에 기대 울었던 소년 카를로 브로스키이다. 그들은 서로를 무언가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한 사람으로 봐줬다.

"아무도 소리 내지 않는 밤, 거울 속 누군가 날 바라봐. 불안들은 구름처럼 날 덮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런 날 네가 본다면, 지금 곁에 있다면, 어쩔 수 없이 결국 난 네가 필요해. 네가 부른 수많은 노래만큼, 네가 흘린 수많은 눈물만큼." - 뮤지컬 <파리넬리> 2막 No.27 '네가 필요해' 중에서

그런 안젤로의 정체가 탄로날 위험에 처했다. 항상 감시당하고 불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로얄 오페라단의 무대에 서야 하는 안젤로가 파리넬리를 그리워할 때, 파리넬리가 나선다. 본래 계약되었던 노블레스 오페라단의 무대가 아니라 로얄 오페라단의 가수로서. 그는 안젤로가 쓰려고 했던 검은 관을 빼앗아 자신이 대신 머리에 쓴다.

뮤지컬 <파리넬리> 프레스콜 지난 28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뮤지컬 <파리넬리>의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어렸을 때의 미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세된 가수 카스트라토의 일생을 다룬 작품으로, 실제 인물인 카를로 브로스키의 삶을 극화했다.

▲ 첫 무대 성인이 된 파리넬리가 첫 데뷔 무대를 가질 때, 그는 머리 꼭대기부터 발 끝까지 흰색으로 치장한다. 그는 신을 위해 바쳐진 악기로서,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맞게 천사의 역할을 가장한다. ⓒ 곽우신


뮤지컬 <파리넬리> 프레스콜 지난 28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뮤지컬 <파리넬리>의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어렸을 때의 미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세된 가수 카스트라토의 일생을 다룬 작품으로, 실제 인물인 카를로 브로스키의 삶을 극화했다.

▲ 마지막 무대 카스트라토로서 마지막으로 서는 무대에서, 그는 검은 옷에 검은 관을 쓴다. 그는 신을 위해 노래하는 순백의 천사가 되기를 거부했다. 신을 위해 노래하는 천사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 곽우신


반능기 연출은 프레스콜 현장에서 "드라마는 비극을 향해 달려가고 의상은 어두워지지만, 진정한 자신을 향해 내면은 더 찬란해지는 대비"라고 이를 설명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전히 하얀 옷을 입고 처음 관객 앞에 나섰던 파리넬리보다, 검은색 옷에 흰 외투 그리고 검은 화관을 쓴 파리넬리가 훨씬 밝게 빛나 보이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이리라.



"슬픔 내 안에 눈물 만들어. 내 마음 아플 때, 나 울게 하소서." - 뮤지컬 <파리넬리> 2막 No.28 '울게 하소서' 중에서

혼자서 마음껏 울 수조차 없었던 파리넬리는, 어렸을 적 마음껏 울 수 있었던 안젤로의 품으로 돌아간다. 마지막 아리아를 부르고 안젤로와 함께 떠나는 파리넬리. 그들은 더는 신을 위해서도, 권력을 위해서도, 돈을 위해서도 노래하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재능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재능을 쓰는 인간이 된다.

나 자신을 위한 노래가 잦아드는 시대, 우리가 정말 악기라면, 우리의 울음은 세상이 아닌 자신을 위한 아리아일 것이다.

뮤지컬 <파리넬리> 커튼콜 지난 7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뮤지컬 <파리넬리>의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이 관객 앞에 나와 인사하고 있다.

▲ 리카르도와 파리넬리 지난 7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뮤지컬 <파리넬리>의 공연이 끝난 후 리카르도 역의 김경수 배우와 파리넬리 역의 이주광 배우가 포옹하고 있다. 결국 오페라를 완성해 기쁜 마음으로 동생에게 달려가며 끝났던 초연의 커튼콜과 달리, 재연의 커튼콜에서는 형과 동생의 화해와 이해라는 카타르시스가 빠졌다.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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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파리넬리> 포스터 HJ컬쳐의 뮤지컬 <파리넬리>가 1년 만에 돌아온다. 15·16일 수원 공연을 치른 후, 오는 26일부터 5월 15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뮤지컬의 형식에 오페라 곡 몇 가지를 이식하여 독특한 이종교배의 매력을 풍기는 작품이다. 전형적인 뮤지컬에 식상한 관객이라면 한 번쯤 꼭 볼 만한 극이다.

▲ 뮤지컬 <파리넬리> 포스터 1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파리넬리>가 오는 15일 그 막을 내린다. 신, 인간 그리고 음악에 대한 이 아리아는 초연에 비해 외형적 화려함을 더하고 서사의 보강을 꾀했다. 특유의 음악적 독특함도 잘 유지했다.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면 아직 보완해야할 점들이 꽤 많지만, 초연에 비해 분명 더 나아졌다. 삼연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 HJ컬쳐



뮤지컬 파리넬리 카스트라토 오페라 HJ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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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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