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자들의 단체 사진. 지난 4월 28일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가 7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정치적으로 논란이 일 수도 있는 작품을 적극적으로 상영하는 등 부산과는 많이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17회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자들의 단체 사진. 지난 4월 28일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가 7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정치적으로 논란이 일 수도 있는 작품을 적극적으로 상영하는 등 부산과는 많이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 전주국제영화제(JIFF)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최승호 감독의 <자백>이 2관왕을 차지했다.

<자백>은 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장편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넷팩상과 다큐멘터리상 등 두 개의 상을 차지하며 1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제작 중인 작품을 지원하는 전주프로젝트마켓 다큐멘터리 피칭에서는 역시 간첩 조작을 소재로 한 <간첩의 탄생>이 TV5MONDE 상과 관객상 등 2관왕을 차지하며 상금 5백만 원과 후반작업지원을 받게 됐다.

지난 7일, 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폐막작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상영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다이빙벨> 상영으로 정치적 탄압을 받는 부산영화제에 사태에 맞서는 영화계의 의지를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작품들을 상영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전주시 역시 영화제에 대한 간섭을 배제하고 지원에 충실해 독립성을 보장했다. 덕분에 많은 관객이 몰리며 전체적으로 풍성한 모습으로 진행됐다.

표현의 자유 사수 의지 드러내

 지난 7일 오후, 전주 고사동 야외상영장에서 폐막식을 갖고 행사를 마무리하는 전주국제영화제. 몇 가지 숙제는 남겼지만 전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전주 고사동 야외상영장에서 폐막식을 갖고 행사를 마무리하는 전주국제영화제. 몇 가지 숙제는 남겼지만 전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 전주영화제


전주영화제 측은 올해 7만1000명의 관객이 찾았고 219회의 상영이 매진돼 역대 최다 매진 회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4년 영화제가 6일간의 황금연휴가 겹치며 214회 매진을 기록한 것을 뛰어넘는 수치다. 행사공간이 고사동 영화의 거리로 집중되면서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체 관객 수는 악천후로 야외상영 2회가 취소되면서 전년 대비 4000명 정도 감소했으나, 좌석점유율은 지난해 76.2%에서 올해 79%로 증가했다.

전주영화제는 최근 수년간 사무국 내부의 운영이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냈으나, 지난해 이충직 집행위원장의 취임한 이후 빠르게 안정을 찾으며 전망을 밝게 했다. 영화진흥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한국영화의 중추적 위치에서 신망을 얻고 있는 이 위원장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영화제 안정에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부산영화제가 정치적 논란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전주영화제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상영작 선정과 행사 진행 등에서 여러모로 대비됐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승수 전주시장의 차별화된 태도도 한몫했다. 개막식에는 지역 정치인들도 많이 참석했으나 레드카펫 행사는 배우들 위주로 진행됐다.

이와 관련 전주시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레드카펫에 오르는 일이 없게 하라는 것이 시장님의 뜻이었다"라며 "그런 부분에서 매우 전향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 시장은 영화제 전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영화제는 전쟁터가 아닌 축제의 장"이라며, 부산영화제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최승호 감독의 <자백> 외에 해직언론인들을 조명한 김진혁 감독의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전주영화제가 제작을 지원한 <우리 손자 베스트>는 극우단체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최근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맞물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탈북자를 소재로 한 윤재호 감독의 <마담B>에는 탈북한 아버지를 국정원이 간첩으로 의심하는 것에 분노하며 국정원을 비난하는 아들의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냉전세력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벌이는 간첩 조작에 대해 전주영화제가 일침을 가한 셈이다. 다큐멘터리 피칭에 나온 <간첩의 탄생> 2관왕을 차지하며 제작비를 지원받게 된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올해 전주영화제가 이 같은 기조를 강조하면서 영화진흥위원회의 보조금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27일 발표한 2016년도 국제영화제 육성 지원사업 심사 결과 전주영화제는 지난해 대비 4000만 원 삭감됐다. 대부분 영화제의 지원금이 오른 것과 비교되는 결과였다.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이해가 안 되는 결정"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민감한 영화들을 거침없이 상영하는 등의 행보가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경쟁부문에서는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인 일리트 젝세르 감독의 이스라엘 영화 <샌드 스톰>이 국제경쟁 대상을 받았고, 작품상은 미국 테트 펜트 감독의 <쇼트 스테이>, 심사위원 특별상은 카자흐스탄 에미르 베이가진 감독의 <상처받은 천사>가 각각 수상했다. 한국경쟁 대상은 이현주 감독의 <연애담>과 고봉수 감독의 <델타 보이즈>가 공동 수상했고, <델타 보이즈>는 CGV아트하우스의 창작지원상까지 수상하며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고희영 감독의 <물숨>도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과 함께 특별언급상을 수상했다.

개막식장 안정은 숙제... 전용관 논의 필요

 17회 전주영화제 기간 중 관객들로 가득한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영화제 존속을 위해 안정적인 공간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17회 전주영화제 기간 중 관객들로 가득한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영화제 존속을 위해 안정적인 공간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 전주국제영화제


1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체적인 행사가 성공리에 마쳐졌지만 몇 가지 숙제도 남겼다. 개·폐막식이 치러진 야외상영장의 안정화 문제다. 그간 실내에서 하던 행사가 지난해에 이어 2번째 야외행사로 치러졌는데,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서 담요 제공 등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는 관객이 많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지난해 종합운동장에서 했을 때보다는 올해 고사동에 마련된 야외상영장이 접근성 등에서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영구히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안정적인 공간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 전주영화제 관계자는 "앞으로 3년 정도는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용관 등의 문제도 고민해 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부 부대 행사가 관람객들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치게 형식적인 행사라는 지적도 있었다. 옛 소련의 거장 감독이자 영화이론가인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드로잉 전시회를 관람했다는 한 영화 관계자는 "전시공간이 카페던데, 손님이 차를 마실 경우 차탁에 있는 전시물을 제대로 관람하기 어려웠다"며 "거장 감독의 작품을 가볍게 여기고 형식적인 전시를 한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 JIFF 자백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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