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가 2016시즌 첫 3연전에서 명승부를 펼치며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26일부터 28일까지 잠실구장에서 격돌한 양팀은 나란히 올 시즌 1-2위를 질주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강팀들의 대결답게 3경기 모두 치열한 접전 끝에 두산이 일단 2승 1패로 판정승을 거뒀다.

두 팀은 2000년대 후반부터 프로야구 패권을 다투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와 김경문 감독이 이끌던 두산은 2007~2008년 한국시리즈와 2009년 플레이오프까지 포스트시즌에서만 3년 연속 격돌하며 숱한 명승부를 연출했다. 대조적인 리더십과 야구관을 거진 김성근-김경문 감독간의 자존심을 건 지략 대결도 불꽃이 튀겼다. 양팀간의 기싸움이 과열되며 빈볼 시비와 벤치클리어링 등으로 심각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 대결은 SK의 완승이었다. SK는 2007~2010년간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1회의 준우승을 일궈내며 프로야구의 왕조로 군림했다. 두산은 SK에게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역스윕'을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만년 2인자로 만족해야 했다.

김성근-김경문 감독이 나란히 팀을 떠난 뒤, 두 팀은 한동안 부침을 겪으면서 라이벌 관계도 한동안 흐지부지됐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시즌 삼성의 통합 5연패를 저지하며 14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뒀고, SK는 김용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해 3년 만에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데 성공하며 양팀 모두 새로운 '양김 시대'를 알렸다.

양팀 모두 라이벌 구도가 절정에 달했던 7~8년 전에 비하면 선수층과 야구스타일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경기 외적으로 다소 눈쌀을 찌푸리게 하던 과도한 신경전도 사라졌다. 대신 두 팀은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와 반전의 연속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탄탄한 투수력과 결정력 갖춘 타선 보유한 두산-SK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SK의 경기. 9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두산 김재환이 환호하고 있다.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SK의 경기. 9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두산 김재환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두 팀은 비슷한 강점들을 공유하고 있다. 풍부하고 탄탄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한 선발야구와, 언제든 한 방의 결정력으로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뒷심이다. 시즌 초반 투타 조화가 가장 좋고, 부상자가 적어서 선수층을 폭넓게 가동할 수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심지어 별로 좋은 일은 아니지만, 양팀 모두 주력 외국인타자(두산 닉 에반스-SK 헥터 고메즈 1군 제외)덕을 전혀 못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전하고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양팀은 올 시즌 두산이 평균자책점 3.21, SK가 3.66으로 나란히 이 부문에서도 리그 1-2위를 달리고 있다. 선발진의 퀄리티스타트는 나란히 14회로 동일하다.

양팀은 올 시즌 첫 3연전에서 명품 투수전의 진수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1차전 4-3(두산 승), 2차전 3-1(SK 승), 3차전 4-1(두산 승)의 결과에서 보듯, 양팀 모두 점수가 많이 나지 않았고 모두 1~3점 차 박빙의 접전이었다. 3연전 내내 양팀의 선발투수 6명(니퍼트 VS 켈리, 박종훈 VS 허준혁, 유희관VS 문승원)이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인상적인 장면도 많았다. 26일 1차전에서 두산은 0-1로 끌려가던 6회말 대타 박세혁이 대형사고를 쳤다. 백업포수겸 대타 요원으로 중용되고있는 박세혁은 두산 박철우 코치의 친아들로도 유명하다. 이날 박세혁은 무사 만루 상황서 2타점 2루타를 날리며 역전을 이끌었다. 박세혁은 데뷔 첫 결승타를 쳐내고 경기 수훈선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한편 이날 6이닝 1실점으로 5승째를 따낸 두산 니퍼트는 개막후 5경기에서 승률 100%를 달성하며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27일에는 박종훈과 허준혁이 의외의 투수전을 펼쳤다. SK 박종훈은 팀내 4선발에, 지난해 두산전 성적이 4경기서 1승 2패 평균자책 9.88로 최악이었다. 두산 허준혁은 아예 이날이 올 시즌 첫 선발등판이었다. 하지만 박종훈은 6.2이닝 1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되었고, 허준혁도 6이닝 2실점으로 패배는 했지만 기대 이상의 역투를 펼쳤다. 박종훈은 최근 언더핸드 선발투수가 점점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허준혁은 노경은의 부진으로 구멍이 생긴 두산의 5선발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28일 마지막 맞대결에서도 명승부는 이어졌다. 다승왕 출신인 두산 유희관에 이어 SK 5선발인 문승원도 밀리지않는 역투를 펼쳤다. 하지만 히어로는 따로 있었다. 9회말 1사 1-2루 찬스서 김재환이 박정배를 상대로 끝내기 스리런포를 날려 26일에 이어 또 한 번의 역전승으로 위닝시리즈를 장식했다. 올 시즌 5개의 홈런으로 두산의 새로운 거포로 거듭나고 있는 김재환의 커리어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아울러 두산은 이날 승리로 팀 역대 4월 월간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SK는 자책점 0의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던 부동의 마무리 박희수가 감기몸살로 결장한 상황에서, 또 다른 필승조 박정배가 28일 끝내기 홈런을 비롯하여 2경기 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불펜이 고비를 못넘긴 게 아쉬웠다.

희비는 갈렸지만 승자도 패자도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할 만큼의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올 시즌 두 팀의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갈 스토리는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두 팀의 궁극적인 목표인 '가을야구로 향하는 길'에, 서로가 다시금 최고의 경쟁자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탐색전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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